효성·코오롱인더스트리, 카프로 경영권 확보 ‘물거품’
효성·코오롱인더스트리, 카프로 경영권 확보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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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주주임에도 주총서 소액주주에 밀려
▲ 국내 유일의 나일론 원료 ‘카프로락탐’을 제조하는 카프로의 1·2대주주인 효성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 24일 카프로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에 밀려 카프로 경영진 교체에 실패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현 기자] 국내 유일의 나일론 원료 ‘카프로락탐’을 제조하는 카프로의 최대주주 효성이 카프로 경영진 교체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경영권 확보도 물거품이 됐다.
 
카프로 지분 11.65%를 보유하고 있는 효성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비공개로 열린 카프로 정기주주총회에서 최근 수년간 실적 부진을 이유로 박승언 대표의 재선임에 반대했다. 하지만, 결국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박 대표와 현 경영진의 재선임이 확정됐다.
 
발행주식총수의 76%가 참석한 이날 주주총회에서 박 대표를 포함한 현 경영진 재선임 안건에 대한 표결 결과 약 60.5%가 재선임 찬성을, 약 39.5%가 반대를 나타냈다.
 
당초 업계는 카프로 지분 9.56%를 지닌 2대주주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손잡은 효성이 표결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78% 지분을 소유한 소액주주들이 1·2대주주를 압도하면서 예상밖 결과가 나왔다. 소액주주들은 과거 지분을 대거 매도한 효성이 이제 와서 카프로 경영권에 간섭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불만을 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권용대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의 재선임 건을 포함해 재무제표 승인, 이사·감사 보수 한도 안건이 모두 승인됐다.
 
◆ 효성-카프로, 경영진 교체 놓고 공방전
이번 카프로 주주총회에서 1·2대주주인 효성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발을 맞춘 것은 수년간 적자경영을 지속한 카프로 경영진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경영진으로 교체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효성은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주요 주주들과 소통 없이 독단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박승언 카프로 대표 등에 대한 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효성 측은 “시황이 악화됐을 당시 공장가동률을 줄이라는 최대주주의 요구에도 박 사장이 가동을 강행, 카프로의 정상화를 더욱 어렵게 했다”고 적시했다. 중국업체와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적자 3,000억원을 넘어선 카프로의 실적 악화도 지적했다.
 
이와 함께 효성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내고 주주들에 “카프로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고자 한다”며 “박승언 대표의 재선임 안건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거나 효성에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카프로 측은 이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7일 성명을 통해 카프로는 “효성이 부당하게 경영권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모든 임직원은 박승언 대표 등 현재 이사진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재선임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경영위기에 처했을 당시 효성이 카프로락탐 물량 일부를 해외수임으로 대체하는 등 정상화에 역행하는 태도를 보인 데다 지난 2013년 25.7%에 달했던 지분도 매년 지속적으로 매각하면서 이익만 챙기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 효성, 의결 과정 재검토 표명
이날 주주총회에서 효성은 진행 절차에 대해 줄곧 문제를 제기했다. 효성 측 주주는 “오늘 다수가 위임장을 가져왔다고 들었는데, 날인과 신분증 없는 위임장은 배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회사 측이 의결권을 위임한 소액주주가 45%를 넘어 투표 없이 재선임을 가결하려 하자 효성 측은 투표를 주장해 관철시켰다.
 
박승언 대표 등 현 카프로 경영진의 재선임이 확정되자 효성 측은 의결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재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주총회 전날까지 효성과 카프로 측은 주주들을 만나며 의결권 위임에 총력을 펼쳤는데, 이 과정이 적법했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한편, 카프로의 최대주주이자 전체 매출의 42.6%를 차지하는 효성이 이번 주주총회와 관련해 카프로와 맞서게 되면서 향후 효성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2.3%로 양사가 카프로 전체 매출의 54.9%를 점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효성이 카프로와의 거래를 줄일 가능성도 언급하지만, 최대주주인만큼 카프로의 경영손실이 결국 효성에도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에 실질적인 행동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효성 측도 현재로서는 카프로와 거래를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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