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사라진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 왜 거론되나?
보수 사라진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 왜 거론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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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기관들도 文-安 구도에 집중…보수후보 간과 경향 짙어 논란
▲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좌)-안철수(우) 양자대결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섣부른 예단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문재인-안철수 양자 구도를 상정해 내놓은 몇몇 여론조사 결과들이 보수 유권자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보수정당 후보 간 범보수단일화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만 아직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 후보 단일화에 대한 논의는 첫 발조차 내딛은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두 보수당이 자연스레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로 후보 단일화를 한 것처럼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양자구도로 이번 대선을 설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근래 들어 안 전 대표의 상승세가 눈에 띄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수진영 후보들이 대선 포기를 선언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완주 의사를 나타내는 후보까지 있는데도 일부 여론조사 기관들이 이런 형태로 ‘바람 잡기’ 시작하면서 벌써부터 공정선거 분위기를 흔들어 놓고 있는 모양새다.
 
◆ 문재인-안철수, 양자 구도 주장 왜 나오나

 
이번 대선을 문재인 대 안철수라는 일견 진보진영 후보 간 대결로 보려는 시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최순실 게이트로 보수진영 자체가 전반적으로 대선 경쟁력이 없어졌다고 판단한 데 기인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보수진영 후보들 중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후보들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며 그나마 범보수진영 후보 중 가장 높다는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지난 30일 발표한 리얼미터의 3월 5주차 주중집계에서 7.7%로 전주 대비 1.8%P 하락했고, 31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전주보다 2%P 떨어진 4%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한국당의 김진태 의원이나 바른정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은 이러한 홍 지사의 지지율에조차 미치지 못하고 있고 한국당의 무수한 다른 대선후보들은 조사대상에조차 집계되지 않는 저조한 수준이다 보니 이들의 지지율은 단순 합산하더라도 20% 이상 나오기도 어려워져 버린 실정이다.
 
이는 보수 유권자들이 진보성향 정당의 후보이면서도 보수 표심을 얻기 위한 외연 확대 차원에서 외형상 중도보수를 표방한 안희정, 안철수 등 일부 대선후보들에게로 분산되어 버린 점이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부 여론조사 기관에선 보수후보들의 이 같은 부진과 최근 안희정 지사의 연이은 민주당 경선 패배에 따른 반사효과로 급상승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각별히 주시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특히 문 전 대표의 대선 승리를 꺼리는 상당수의 보수 지지층 입장에선 대선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 현재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을 추격 혹은 추월 가능성까지 보이는 후보에 일단 전략 투표를 하게 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근래 들어 ‘문재인 대 안철수’라는 양자구도를 상정한 조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文-安 양자구도 시 ‘문재인 대세론’ 깨질까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양자 구도를 전제로 실시된 여론조사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지난 2월 초부터 나온 바 있는데, YTN의 의뢰로 엠브레인이 1월31일부터 2월2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3.1%P, 응답률 1차 12.1%, 2차 13%)에 따르면 당시 문 전 대표는 54%, 안 전 대표는 31%로 양자 간 23%P의 격차를 보였다.
 
이후 2월 중순경인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매일경제와 MBN의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남녀 1515명 대상으로 실시한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 ±2.5%P, 응답률 7.7%)에서는 문 전 대표가 49.7%, 안 전 대표가 32.7%의 지지를 얻으며 두 후보 간 17%P 차이를 보여 양측 간극이 점차 좁혀지는 흐름을 보였다.
 
3월 초로 들어선 이후엔 쿠키뉴스의 의뢰를 받은 조원씨앤아이에서 4일부터 6일까지 성인남녀 1012명 상대로 두 후보 간 양자구도 시 대선 지지율을 조사해 그 결과(신뢰수준 95%±3.1%P, 응답률 4.7%)를 내놨는데, 문 전 대표가 46.5%를 기록하고 안 전 대표는 34.4%로 나타나 두 후보 사이의 차이는 12.1%P로 이전보다 더욱 좁혀졌다.
 
그러던 것이 SBS의 의뢰를 받은 칸타퍼블릭에서 3월 11~12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1013명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3.1%P, 응답률 12.6%)에선 문 전 대표가 45.8%에 달한 반면 안 전 대표는 24.4%를 얻는 데 그치며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다시금 크게 벌어지는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쿠키뉴스의 의뢰를 받은 조원씨앤아이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 뒤인 3월 18~20일 전국 성인남녀 10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3.0%P, 응답률 3.9%)에선 문 전 대표가 47.1%, 안 전 대표가 38.4%로 양측 간 차이가 한자릿수대인 8.4%P에 그치며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한 발 더 나아가 동 조사기관이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26명에게 물은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3.1%P, 응답률 3.4%)에선 문 전 대표가 44%, 안 전 대표가 40.5%로 둘 사이의 격차가 오차범위에 근접한 3.5%P 수준으로 좁혀지면서 점차 박빙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조사로는, 동아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28~29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1일 발표한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3.1P, 응답률 13.6%)가 있는데 여기에선 아예 문 전 대표가 41.7%, 안 전 대표는 39.3%를 얻어 두 후보 간 격차가 고작 2.4%P에 불과할 정도로 접전이 펼쳐지면서 대선 결과를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렇듯 양자구도로 가게 될 경우 문 전 대표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다자구도보다는 한층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 양상으로 치닫게 되기에 여론조사 기관들이 대선 흥행성 측면에서도 ‘문재인 대세론’ 장기화로 일찌감치 운동장이 기울어져버린 상황보다는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 쪽에 한층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안철수 양자 구도, 성사 가능성 있나
 
하지만 여론조사 기관들이 이처럼 ‘군불떼기’식으로 조사결과를 쏟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에는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 최근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대선 연대 가능성과 관련해 사드 배치 등을 당론화한 국민의당의 안보관을 문제 삼으며 유보적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일단 이런 양자구도설이 나오는 데 대해 기존의 보수진영 반발이 거셀 뿐 아니라 보수후보들 역시 보수단일화까지는 언급할지언정 자신들이 대선 레이스를 포기한다든지 안 전 대표로 단일화하겠다는 의중은 전혀 내비치지 않고 있다.
 
또 최근의 상승세로 콧대가 높아진 안 전 대표 역시 보수진영과의 연대 논의에 적극 나서기보다는 오히려 자유한국당과의 선거 연대 가능성에는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보수 유권자들까지 결집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모양새다.

여론 역시 이런 기류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도 보수정당들과 국민의당 후보 단일화를 회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는데, 미디어오늘이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지난 29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3.1%P, 응답률 7.9%)에서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3당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한 응답이 29.7%인 반면 부정적이라 답한 비율은 53.8%에 달했다는 점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에는 먼저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를 기존의 보수정당들을 무시하는 행태로 받아들여 반감이 작용한 측면도 있겠지만 내심 다자구도로 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진보진영 내 문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의 역선택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단적인 예로 대표적 친노 인사 중 한 명인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이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살아있는 실존 인물이라 할 수 있고 단일화된 안 전 대표라면 그건 실존하지 않는 가상 인물”이라며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의 대결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일축한 데에서도 이 같은 친문진영 측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보수정당 중 하나인 바른정당에서 유승민 의원으로 대선후보를 확정한 데 이어 31일 또 다른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까지 홍준표 경남지사로 최종 후보를 결정지으면서 향후 이들 간의 범보수단일화가 이뤄져 보수대결집이 성사될 경우 현재 대선판 일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설을 깨뜨릴 만한 변수로 떠오를 것인지 여기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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