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소득 기준 완화 미분양 털고자 고소득자에게 혜택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 총부채중 SH공사 떠안은 부채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2015년 기준 서울시 산하 공기업 총부채 21조8971억원 중 SH공사가 부채는 16조9896억원이다. SH공사 부채 비율이 서울시 산하 공기업 전체 부채의 77%에 이르면서 SH공사 부채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의 재정 건전성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기준 SH공사의 부채는 16조1942억원으로 1년 새 8000억원이 줄었지만 부채 비율은 225%로 높은 수준이다. 행정자치부의 공사 부채관리 기준(230% 이하)을 겨우 맞췄다. 부채 구성을 따져보면 임대보증금과 주택도시기금 등 임대주택 관련 부채가 총부채의 62%를 차지한다. 또한 전세가 상승으로 시프트 미분양이 늘면서 재정 악화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프트, 말만 서민아파트
시프트는 중산층과 실수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서울특별시와 SH공사가 2007년부터 공급하기 시작한 장기전세주택으로, 주변의 전세 시세 80% 이하의 가격에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는 가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분양가의 몇배가 뛰는 등 가격 폭등으로 서민 아파트 이미지가 탈색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또한 입주 편법도 사라지지 않고 있어 근본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아 SH공사의 재정부담이 가중되면서 일부 시프트 물량을 월세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도 이후 10년 이상 이어져온 ‘서민 아파트’대명사 시프트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SH공사의 골칫거리는 미분양 물량이다. 주변의 전세 시세 80% 이하의 가격에 책정되다 보니 주변시세가 오르면 가격이 덩달아 오르면서 입주자 소득기준과 시프트 가격의 간극이 커지면서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권 일부를 중심으로 전세 보증금이 높다 보니 입주기준 월소득 481만원 이하 조건에 들어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SH공사가 공고한 입주자격을 보면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며, 본인과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인 세대구성원으로서 전용 면적 60㎡이하의 경우 청약저축에 가입돼 있어야 하고 해당세대의 월평균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100% 이하인 자로 3인 이하 가구 이하 월평균 소득이 481만6665원 이어야 한다. 자동차는 현재가치 기준 2450만이다.
결혼 준비를 앞두고 있는 김봄(37세·여)씨는 “장기전세주택을 알아보고 있는데 전세금이 높아 자격 요건에 들어도 실제 구입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전세금과 자격요건 둘 다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씨의 월소득은 300여만원이다.
실제 최근 공급된 아크로리버파크반포(59㎡)가 6억7600만원, 래미안 신반포 자이(59㎡)의 보증금이 6억248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김씨 월소득으로 18년어치를 모아야 거주할 수 있어 부모의 도움이 없이는 내집 마련 가능성이 적다.
강남권의 시세가 높아 비싼 전세금으로 입주를 꺼리면서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부모의 돈이 많은 사람이 들어 올 수 있는 시프트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본지와의 통화에서 SH공사 임대공급팀 관계자는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미분양에 한해 월평균 소득 기준을 완화해 입주자를 모집하려고 한다”며 “고소득자들이 구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미분양을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분양에 한해 소득기준을 완화할 경우 고소득자만 구입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미분양을 털기 위해 기본 정책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조정이 가능하다”며 “강남권 일대 미분양을 해결하려면 월소득을 현 480만원에서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SH공사 관계자 말대로라면 미분양에 한해 소득기준 완화를 적용할 경우 처음 구입자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나중에는 고소득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득 기준을 완화해 미분양을 해결하려는 ‘고육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분양 늘면 재정부담 가중 부채 늘어
SH공사가 미분양을 털기 위해 소득기준 완화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미분양이 지속적으로 생기면 SH공사의 재정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SH공사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225%, 자본총액 7조1674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어 어느 정도 재정 건전성은 확보했지만 미분양을 해결하지 못하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때문에 SH공사는 물량 공급을 늘리지 못하고 줄이는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시프트의 보증금은 SH공사의 보증금으로 잡히기 때문에 공급량을 늘리면 늘린 만큼 보증금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SH공사는 2020년까지 3조원 가량의 부채를 줄이고자 전세임대 주택을 수탁으로 전환하고, 장기전세주택의 리츠 양도, 공사 보유 토지 매각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같은 경영 방침은 2019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2020년에는 매출이 반토막 나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 전망을 내놓으면서다.
그 첫번째로 최근 전용면적 85㎡가 넘는 시프트 2431가구를 서울리츠3호를 통해 매각했다. 시프트의 경우 전세보증금은 임대기간이 끝나면 되돌려줘야 하는 부채 금액인 만큼 매각을 통해 1조원 가량의 부채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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