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원장,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직 전격 사퇴
총선 패배하면 의장직까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2일 밤 9시경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대위원장직, 순번 22번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정 의장의 사퇴 배경에는 '노인 폄하' 발언으로 인한 당 지지율 하락과 TK지역의 일부 당원들의 사퇴 요구 및 12일 광주.전남 유세장으로 향하던 비행기 폭탄 장치 협박 등으로 인한 심적 부담을 안고 있던 차에 제17대 총선 사흘 앞두고 사퇴했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15 선거는 선거가 아니다. 바로 역사다"라고 말한 뒤 "국민주권을 지켜내지 못하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한 죄인된 심정으로 사죄한다"면서 "부패세력이 되살아나고 있고, 지역주의 세력이 되살아나고 있고, 4.15 선거의 역사성이 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탄핵세력이 다시 커져서 15일 이후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관철시키려는 음모가 느껴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던져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정 의장은 이어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국회의원(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총선 결과에 따라 무한 책임 질 것"을 밝혔다.
이같이 정 의장이 의장직을 일단 유지하는 것은 총선 결과를 지켜보면서 의장직 사퇴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관측과 함께 대권을 조망해보겠다는 깊은 복안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 의장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없이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1층 대회의실에서 총선 당일인 15일 오후 6시까지 '신지역주의 부활 저지와 탄핵세력 심판을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정 의장 사퇴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난 1일 `노인 폄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뒤 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대구.경북 지역 출마 후보들로부터 강한 사퇴 압박을 받아온 것을 꼽았다.
이를 뒷받침하듯 12일 오전 권기홍(경산.청도) 이영탁(영주) 윤덕홍(대구 수성을), 윤용희(대구 달성) 서중현(대구 서구) 후보 5인은 대구에서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정 의장의 백의종군을 요구했다.
특히 기자회견이 끝나고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현미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나란히 정 의장과는 역방향인 3층 주차장으로 나가 긴요한 얘기를 주고받는 현장은 정 의장의 사퇴가 청와대 라인과 계연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제기시켰다.
이같이 총선을 불과 사흘 남겨놓은 시점에서 사실상 여당 대표인 정 의장이 선대위원장 및 비례대표 후보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왔지만 4.15 총선 유.불리를 따지기에는 시점적으로 어려워 총선정국 막판 판세 변화 가능성과 함께 불투명성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우리당은 정 의장이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함에 따라 선거 때까지 당을 김근태 김혁규 김진애 한명숙 4인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사진 임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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