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안보 프레임 전환 ‘혈안’…선두 후보들도 ‘안보’ 놓고 경쟁

특히 ‘4월 위기설’이 화두로 꼽히면서 후보들마다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는데 안보 측면에 취약하게 비쳐지던 야권 후보들은 여론을 의식해 사드 배치 등에 대한 기존 입장을 급선회하는 등 이전과는 달라진 행보에 나섰고, 지지율 부진에 어려움을 겪던 보수정당 후보들은 모처럼의 호재를 만난 듯 이를 반등의 계기로 삼고자 안보 프레임 전환에 힘을 쏟았다.
근래 한반도 정세 변화가 유권자들의 안보불안심리를 자극해 그간 탄핵 프레임이 계속되어 온 대선판 기류를 뒤바꿀 수 있을 것인지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대선판 북풍에 선두주자들 ‘입장 선회’ 분주
‘안보 불안 후보’란 공격을 자주 받았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한반도 위기설이 만연하던 지난 11일 각 당 대선후보들에게 긴급안보 비상회의를 전격 제안했다.
하루 전 미 항모 칼빈슨호의 한반도 이동으로 북폭설까지 나돌기 시작하자 “저의 모든 것을 걸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막겠다”고 공언했던 문 후보는 자신에게 위기일 수도 있는 안보 이슈를 기회로 삼아 ‘긴급안보 비상회의’란 선제적 대응으로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같은 날 오전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경남비전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진 자리에선 사드 배치와 관련해 “근본적인 것은 북핵을 완전히 폐기시키는 것으로 북핵 폐기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며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계속 핵을 고도화해 나간다면 그때는 사드 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사드 배치 찬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는 지난해 7월 13일 정부가 사드 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공론화해야 한다던 주장이나 올 2월 22일 사드 관련 최종 결정권을 다음 정부로 넘겨준다면 외교적으로 해결해낼 복안을 갖고 있고 자신도 있다는 입장과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어서 갑작스런 입장 선회에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앞서 김정남 피살 사건 때만 해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면 안보적폐라며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인데, 이번엔 당시와 달리 한반도와 직접 연관된 사안인데다 유권자들 사이의 대북 불안심리가 한층 확실해지면서 현재 대선 우위를 어떻게든 지켜야만 하는 문 후보도 결국 입장 변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문 후보는 11일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울산 비전 발표 직후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든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고 북핵 문제도 우리가 당사자”라며 “미국이 대한민국 의사를 무시하고 어떤 선택이든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사실상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설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선제공격 가능성이 얘기만 돼도 외국인 투자부터 줄고 신용등급이 낮춰져 지금도 위기에 놓인 한국경제가 아주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선제공격 가능성이 논의되는 자체가 대한민국으로선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며 “미국이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 아니라 문 후보 측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도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로 방한 중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일부 언론에서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묵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고 지적해 우 대표로부터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혼란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미국 측도 중국의 이런 입장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한 발 더 나아가 송 의원은 “중국이 지금도 노력하고 있지만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북한 핵실험과 도발을 막는 데 협력해달라”고 중국에 대북 압박 역할까지 거듭 당부했는데, 이런 모습은 ‘전쟁 위기설’을 확실하게 불식시켜 국민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고 대북 압박에 있어서도 발 빠르게 외교적 해결 시도에 나섰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문 후보에 대한 기존의 안보 불안 이미지를 이참에 완전히 지워내겠다는 적극적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선제적 대응’ 전략은 문 후보를 따라잡으며 선두를 다투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마찬가지인데, 지난해 7월 10일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종합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던 그는 이후 당 경선과정에선 “사드 배치를 뒤집는 건 국가 간 약속을 뒤집는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가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선 아예 “(사드) 배치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사드 찬성 입장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특히 안 후보는 1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전히 사드 반대가 당론으로 자리 잡고 있고 당내 이견도 적지 않다고 지적받자 “(당내 반대자들을) 설득하겠다. 결국 대선은 대선후보 중심으로 치러지는 것”이라고 답한 데 이어 사드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먼저 중국 정부를 설득할 것”이라고 한층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안 후보를 당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박지원 대표도 이에 발맞춰 기존의 사드 반대 당론까지 번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 11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안 후보가 사드 국내 배치 반대 당론수정을 요구했으며 이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날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의 면담에선 “사드 반대 당론을 수정할 필요성을 갖고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대표 역시 민주당이 그랬듯 미국의 실제 대북 군사대응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1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선제타격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연은 없어야 한다”고 일축한 뒤 미 항모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서도 “그런 건 대북압박이고 북한 김정은이 정신 차리라는 경고지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박 대표는 같은 날 우다웨이와의 면담 뒤 기자들에게 “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꼭 중국에 특사를 파견해달라고 우다웨이 대표가 요청했다”고 공개해 중국에 대북압박을 부탁했던 민주당과 달리 자당 후보에겐 오히려 우 대표가 특사 파견 요청까지 했다는 점을 과시했다.
이는 안 후보가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미·중관계 중 미국이 더 중요하다고 발언한 데 이어 앞서 대통령 되면 북한부터 가겠다고 했던 문 후보를 겨냥해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선 뒤 미국 먼저 가겠다고 천명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안보와 연계된 한미동맹 쪽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음을 어필한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에 저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인상까지 주는 효과까지 얻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 보수진영, 文-安 입장 변화 꼬집어 맹공
이처럼 선두 경쟁을 벌이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안보 이슈를 놓고 저마다 기존 입장까지 번복하면서 총력전에 나서자 안보를 본연의 중요가치로 여기는 보수진영 측에선 이를 ‘말 바꾸기’로 규정하고 집중공세에 나섰다.
일단 문 후보와 격돌 중인 안 후보는 물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모두 문 후보가 제안했던 ‘5+5 긴급안보비상회의’에 불응하며 문 후보가 주도한 자리에 들러리 서기 싫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사드 배치 입장 번복에 대해서도 홍 후보는 1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사드 배치를 두고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긍정적으로 돌아설 듯 말을 바꾸는 것을 보고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참 의아스럽다”며 “왜 그렇게 (예전엔 사드 배치) 반대해서 국론분열에 이르게 했는지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이 표심만 노리고 국가 대사를 손바닥 뒤엎듯 말하는 그분들을 믿고 어떻게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유 후보 역시 하루 전인 11일 대구 달서구 월배공원에서 “선거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이제 와서 사드에 대해 말을 바꾸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분명히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두 후보의 입장번복에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선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를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보 사안이 화두로 떠오른 현 시점을 반등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도 피력하고 있는데, 박정이 자유한국당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은 12일 당사에서 열린 수도권 선거대책회의에서 “대선정국은 탄핵 프레임에서 이제 안보 프레임으로 바뀌었다. 우리 승리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의 유 후보는 아예 다른 주요정당 후보들과 달리 11일 직접 중국의 우다웨이 특별대표과 면담해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확고하게 역설한 뒤 “방어무기를 중국 정부가 문제 삼는 건 대한민국 안보, 국방주권에 대한 침해”라고 강조하면서 ‘안보 후보’임을 자처했다.
무엇보다 유 후보 측에선 안보에 있어선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다른 후보들에게도 중국 측에 강력히 얘기해 줄 것을 촉구해 안보 부분에 있어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듯 여론의 동향에 촉각이 곤두선 대선후보들이 안보 위기를 맞아 대부분 한미동맹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유권자들도 이들 사이에 어떤 차별화된 부분을 찾아내 투표권을 행사할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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