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측 컨소시엄 인수는 안된다는 기존 입장 고수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는데 핵심 키를 잡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립각을 세우다 막판에 ‘읍소’ 전략으로 설득해 한고비를 넘겼다. 반면 중국 기업에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는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겐 신경전도 불사하며 박삼구 회장이 요구한 컨소시엄 인수는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고집을 꺽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의 몽니에 박 회장은 우선매수 포기 카드를 꺼내들며 불공정 매각에 참여할 이유 없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대우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를 놓고 산업은행은 서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태도에 국민들의 원성을 사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산업은행이 국민연금에 시도한 ‘읍소’전략은 결국 국민의 혈세로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매우겠다는 관치금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다. 대우조선해양을 관리하고 부실 위험을 줄여야 했음에도 방만경영을 일삼다 조선업 불황으로 조선업이 휘청거리면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자 국민연금에 손을 내미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2015년 10월 이후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한 지원액은 7조1000억원에 이른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부실로 지난해 1조89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위기에 처한 산업은행은 국민연금에 ‘SOS’를 보냈고, 막판 진통 끝에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합의를 이끌어냈다. 반면 금호타이어 맥각을 둘러싸고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하는 산업은행의 행보는 국민연금에 대하는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일각에선 원칙 없는 이중잣대로 구조조정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8일 “금융권을 상대로 한 소송은 이번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매수권 포기와 함께 금호타이어 재입찰 실시를 요구했다. 그간 소송을 준비해온 금호아시아나그룹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그럼에도 “부당하고 불공정한 매각이 진행되어 금호타이어의 기업가치와 성장이 저해되는 경우에는 법적인 소송을 포함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여지는 남겨뒀다. 산업은행의 반격과 국책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통해 이득을 볼 게 없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회장측은 오는 19일까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와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라는 산업은행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일단 금호타이어는 중국기업인 더블스타로 넘어갈 형국이다. 산업은행이 국민연금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벌인 전략은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에 딴지를 걸 수는 없지만 업계서는 국내 업계 2위이자 세계 13위인 타이어업체를 고민 없이 매각을 통해 1조원에 달하는 돈을 회수하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기술 유출 우려와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먹튀’ 전철을 밟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는 마당에 산업은행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대우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를 놓고 산업은행의 두 얼굴이 비쳐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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