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눈은 시리도록 푸르기만 하다. 티 한점 없는 하늘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저절로 어디로든 떠나게 만든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빈 몸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온 산을 뒤덮는 울긋불긋한 단풍, 이 계절 전국의 명산을 누벼보자.
◆ 해발고도에 따라 색다른 설악산
국립공원 설악산 단풍소식이 지난해보다 10여일 일찍 찾아왔다. 지난 22일 대청봉부터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10월12일 설악산 전체면적의 80%가 물드는 절정기를 이루었다. 특히 올해는 9월 하순 이후 맑은 날이 많고 일교차도 커 고운 단풍을 볼 수 있다. 설악산 단풍은 10월31일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단풍관광을 떠나기 전 등산 코스에 맞춰 여행시기를 잡아야 효과적인 단풍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1,000m고지인 한계령과 마등령·대승령 공룡능선까지 물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해발고도 500m 지역인 미시령과 흘림골 서북주 능선에서 단풍관광이 가능하다. 또 300m지역인 천불동과 수렴동, 12선녀탕 계곡을 거쳐, 10월 말까지는 주요탐방코스인 비선대와 비룡폭포, 백담계곡 등을 물들이며 가을의 끝을 장식할 예정이다.
현재 설악산 개방등산로는 소공원~양폭~휘운각~대청봉에 이르는 11㎞를 비롯해 총 8개 등산로 61㎞ 구간에서 단풍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수해로 교통이 통제되고 있는 한계령 도로가 이달 말께 개통 예정으로 있어 한계령휴게소~중청~휘운각에 이르는 코스도 일반 등산객들이 단풍을 즐기기에 적합한 장소로 추천되고 있다. 설악산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해발고도에 따라 단풍을 즐길수 있는 시기가 각각 다르다”며 “등산코스를 잡기 전 단풍의 하산정도를 고려해 여행에 나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 중후한 산세가 품어 키운 오대산
오색 단풍으로 물든 오대산에서 산사의 정취와 가을의 향기를 찾으러 떠나보자. 영동고속도로 진부IC를 빠져나와 횡계 방면 국도를 타고가다 보면 월정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좌회전해 3.7㎞가량 직진하면 오대산국립공원 매표소가 나오고 매표 후 2㎞ 정도를 더 들어가면 월정사 주차장을 만날 수 있다.
평창의 오대산은 유순하고도 부드러운 산릉과 계곡으로 이뤄졌고 산중 곳곳에 밀림처럼 짙은 숲과 거대한 거목, 또 신라 고찰인 월정사와 상원사 등 유서 깊은 사찰이 많은 곳이다. 중후한 산세가 품어 키운 울창한 숲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은은한 단풍빛이 가을분위기를 풍겨준다. 또한 오대산 단풍은 때깔이 곱기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상원사에서 중대사로 가는 길, 비로봉 정상, 월정사 입구에서 청학동 소금강 등에서 펼쳐지는 단풍은 말 그대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당단풍을 비롯한 고로쇠, 복자기 등의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고 천년의 숲이라 일컬어지는 전나무 숲의 푸르름과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색상이 뚜렷하고 진한 것이 특징인 만큼 우아한 산세와 어우러지며 온 산이 붉게 타오르는 듯한 느낌마저 일게 하는 오대산 단풍, 단풍잎들의 화사한 빛은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로 가는 길에 더욱 절정을 이룬다. 월정사 입구의 전나무 숲 한쪽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가벼운 시집이라도 한권 꺼내든다면 오색으로 물든 단풍과 높이 솟은 전나무의 기상아래 시인이 절로 된다.
◆ 치솟은 침엽수와 한 폭의 그림, 치악산
바람이 선선하기 시작하는 초가을과 단풍이 불타는 만추의 계절 10월. 낙엽이 지며 억새가 물결치는 늦가을. 가을은 본격적인 산행의 계절이다.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한번쯤 산에 오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 돌아왔다.
치악산은 단풍으로 유명하다. 우뚝우뚝 하늘로 치솟은 침엽수림과 어우러져 자아내는 치악산 단풍 빛은 신비하리만치 오묘하다. 구룡사 입구의 우거진 단풍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하얀 폭포 물줄기와 어우러진 울긋불긋한 단풍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치악산은 가을단풍이 너무 곱고 아름다워 본래 적악산이란 이름으로 불려왔다.
10월 중순께 단풍이 절정을 이루면 치악산은 또 다른 운치를 자랑한다. 특히 구룡사 계곡은 설악산, 오대산 못지않게 단풍이 곱게 물드는 곳. 폭포와 바위가 멋진 조화를 이뤄 쾌적한 단풍을 즐길 수 있다. 행구동 관음사 입구에서 출발해 곧은치와 향로봉을 오르는 길은 초보자와 가족단위의 탐방객들도 가을단풍의 운치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로 손꼽힌다. 또 신림면으로 산행을 계획하고 있는 산님들이라면 신비로운 가을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신림면 성남리 성황림이 바로 그곳. 천연기념물 제93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는 성황림의 가을은 말 그대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최고의 명소이다.
◆ 남원 뱀사골, 지리산
피아골, 쌍계사 불일폭포, 뱀사골 등 유명 단풍 코스를 거느리고 있는 지리산은 남원 뱀사골, 함양 백무동을 필두로 이달 말에는 산청 대원사, 중산리 계곡, 구례 피아골 삼홍소 등을 고운 단풍이 뒤덮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리산에는 다양한 수종의 참나무 군락지가 분포해 있어 가을 언제고 찾아도 오색단풍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남원~육모정~정령치~뱀사골/노고단~성삼재'에 이르는 지리산 횡단도로는 해발 1000m가 넘는 능선을 따라 이어진 환상의 단풍 드라이브코스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또 천왕봉과 반야봉, 촛대봉 등 정상에 오르면 붉은 단풍이 발아래 운무 사이로 자태를 드러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 남도단풍의 명소, 내장산
남도 단풍의 명소 내장산은 10월 중순 현재(18일) 20% 정도 단풍이 물든 상태. 내장산 단풍의 특징은 산 전체가 한꺼번에 물들어 간다는 점. 때문에 정상과 하단부 어느 곳에서나 동시에 고운단풍의 자태를 구경할 수 있다.
이번 주말 50%,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절정기로 단풍의 바다를 이룰 전망이다. 내장산 단풍 감상 포인트로는 3곳을 꼽을 수 있다. 서래봉(622m)과 300m 단풍터널이 이어진 내장사 진입로, 그리고 케이블카에서 내려보는 '장군봉~연자봉' 사이의 곱게 물든 계곡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