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한화토탈·대림산업·SK종합화학… 가격경쟁력 열세로

최근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은 그동안의 이익 증가로 쌓아둔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장기 호황에 대비, 생산 규모를 확충하기 위해 매물이 시장에 나올 때마다 M&A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외국 메이저 화학기업들과의 경쟁에 밀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최근 해외업체 인수 실패 잇따라
롯데케미칼과 한화토탈은 지난 3월 싱가포르 석유화학업체 ‘주롱아로마틱스(JAC)’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참여해 외국 화학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미국 엑슨모빌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나란히 쓴잔을 마셨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 글렌코어,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미국 엑슨모빌 등 글로벌 업체들과 함께 참여한 해당 입찰에서 롯데케미칼과 한화토탈은 인수가격으로 1조원 가량을 제시했다. 하지만 엑슨모빌이 약 2조원에 달하는 가격을 전액 현금으로 제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공장 가동을 시작한 JAC는 싱가포르 주롱섬 석유화학단지 내 55만㎡ 부지에 위치한 석유화학합작기업이다. PX(파라자일렌) 60만톤, 벤젠 45만톤, 혼합나프타 65만톤, LPG(액화석유가스) 28만톤의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다.
대림산업도 지난달 미국 천연가스개발업체 ‘윌리엄스파트너스’가 매물로 내놓은 루이지애나주 소재 ‘가이스마 올레핀’ ECC(에탄분해설비)공장 인수 입찰에 참여했다. 대림산업이 입찰에 참여한 것은 저렴한 셰일가스를 원료로 활용해 국내 화학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NCC(나프타분해설비)보다 원가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이점이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간 약 90만톤에 달하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캐나다 노바케미칼에 역시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인수에 실패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해당 ECC공장의 매각 금액을 약 2조원으로 예상했지만, 캐나다 노바케미칼이 21억 달러(약 2조3,822억원)의 인수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종합화학도 최근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보유한 중국 화학업체 ‘상하이세코’ 지분 50% 인수에 실패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BP가 상하이세코 지분 50%를 중국 국영석유화학기업 ‘시노펙’의 100% 자회사 ‘가오취아오 페트로케미칼’에 16억8,0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한 데 따른다. 결국 자회사 ‘시노펙 상하이 페트로케미칼’이 보유한 상하이세코 지분 20%를 포함해 나머지 지분 50%를 지니고 있었던 시노펙은 이로써 지분 전체를 확보하게 됐다.
이번에 인수 대상이 된 상하이세코는 중국 상해화학단지에 위치한 기업으로 지난 2005년 영국 BP와 중국 시노펙이 공동으로 27억 달러를 투자해 에틸렌, 폴리에틸렌, 부타디엔 등 등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해왔다. 특히 연간 12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갖추고 있다.
국내 경쟁사에 비해 적은 에틸렌 생산규모를 대폭 늘리기 위해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를 추진해온 SK종합화학은 당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으나, 유리한 입장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시노펙을 꺾지는 못했다.
◆ 현금성 자산 기반으로 향후 M&A 적극 추진 예상
올해 글로벌 M&A 시장에서 큼직한 성과를 거둔 것은 SK종합화학이 지난 2월 미국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의 고부가 포장재 사업인 에틸렌아크릴산(EAA) 부문을 3억7,000만 달러(약 4,200억원)에 인수한 사례를 그나마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고전했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이 지금까지의 인수 실패 경험에서 드러난 취약점을 한층 보완해 향후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는 시각도 있다. 우선 주요 업체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현금성 자산이 그 어느 때보다도 넉넉한 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석유화학제품이 장기 호황에 진입했다는 분석까지 일각에서 나오자 각 업체들은 글로벌 M&A 매물에 시선을 집중하며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간 M&A 시장에서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가격 공세 등으로 국내 업체들이 열세를 면치 못했지만, 머지 않아 굵직한 성과가 하나둘씩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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