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연대 현실성 있나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연대 현실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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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는 가능성 있지만 통합은 ‘시기상조’ 기류
▲ 대선 이후 정계개편 기류 속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연대 가능성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선 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통합정부 구상을 내세워 정계 개편 움직임을 보이면서 야권 역시 다급하게 대응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원내 3, 4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20석, 자유한국당이 107석 등 100석 이상 되는 거대 양당이 대선 후 원내 주도권을 쥐기 위해 다른 정당 의원들을 포섭하기 위해 적극 개방적 태도를 보이면서 자칫 당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느끼는 소수정당들은 향후 진로를 놓고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이념 성향, 외교안보노선과 지지층이 어느 정도 중첩되는 경향이 있는 국민의당 측을 끌어들일 경우 과반 의석을 달성할 수 있게 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각에선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통합까지도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당 분열을 막고자 당장 대선 패배 책임 차원에서 지도부가 총사퇴한 데 이어 원내대표 경선에 돌입하는 등 어떻게든 분위기 전환을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그간 경쟁해왔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당 지지율은 원내교섭단체 자격도 없는 정의당에도 못 미칠 수준으로 떨어져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 국민의당-바른정당 간 ‘통합론’ 왜 나왔나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탈당해 나온 바른정당과 호남을 기반으로 창당한 국민의당은 정책노선이나 이념 성향에 있어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이후 두 당의 통합론까지 언급된 이유는 결정적으로 국민의당 내에서 급격히 고조된 위기감 때문이다.
 
앞서 대선 직전 십수명의 의원들이 탈당하는 사태까지 겪었다가 오히려 이를 계기로 막판 조성된 동정여론에 어느 정도 힘을 받았던 바른정당은 대선 이후에 빨라진 정계개편 움직임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지만 바른정당 의석수의 2배 규모인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통합, 연대를 모색하려는 세력과 내년 지방선거까지 관망하며 일단 자체적으로 가려는 세력, 바른정당과 통합해 규모를 키우려는 세력 등으로 대선 이후 향방과 관련한 당내 견해가 나눠져 우왕좌왕하고 있다.
 
여기에 당 지지율도 곤두박질치고 있어 이런 위기감을 한층 부채질하고 있는데, CBS노컷뉴스가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대선 직후 첫 주인 지난 10~12일 사흘간 전국 유권자 1516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4.7%의 독보적 선두를 달린 반면 국민의당은 13%의 자유한국당에는 물론 9.6%를 기록한 정의당에도 밀리며 8.8%로 4위에 자리해 대선 패배의 후폭풍을 실감케 하고 있다.
 
그래선지 주승용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도중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주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40명의 인원을 갖고 있는데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180명 이상 가기 위해선 저희 당 외연도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바른정당과 통합하게 된다면 60석 정도면 국회 내에서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저희들이 국회 운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주장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바른정당을 향해선 “국민의당과는 거의 정체성도 비슷하고, 13분이 빠져나간 뒤로는 더더군다나 정체성이 비슷한 부분이 많기에 그 분들과의 통합은 절실하지 않나 ”라며 “바른정당이 20석이지만 교섭단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통합을 압박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자당 지지층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선 “양당제 폐해를 극복하는 정당이 되기 위해선 바른정당과 합당하는 것이 필요하다. 호남에서도 그 진정성을 안다면 견제와 균형을 달성한다는 측면에서 다당제의 진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실 것”이라며 “안철수 후보도 공감하시는 부분”이라고 맞받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미 구체적 복안까지 구상해둔 듯 “빨리 (통합이) 이뤄져서 8월말 이전에 통합전당대회를 열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면서 “정계개편이 앞으로 급속히 이뤄지지 않겠나. 새로운 원내대표나 비대위원장이 제일 관심을 갖고 추진할 사안 아닌가”라고 통합 추진에 속도를 낼 의지까지 내비쳤다.
 
◆ 박지원 반대에도 주승용 ‘통합’ 역설…주호영과 회동까지
 
▲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자신이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급격히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데 대해 “지금은 자강할 때”라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물론 통합에 이르기엔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고 당의 입장이 아닌 원내대표란 개인으로서 내놓은 발언이라고 수위는 다소 조절했으나 그 파장은 결코 작지 않았는데, 대선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박지원 의원은 당장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박근혜 탄핵에 바른정당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던 공로는 인정하지만 저는 정체성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자강할 때이며 국회에서 연합·연대는 필요하더라도 통합은 아니라고 믿는다”고 통합론에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원내대표는 다급했는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 쪽이 의원들을) 빼내가기를 시작하면 시간이 없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우리 호시탐탐 노리는데 우리가 (통합을) 안 한다고 하다가 나중에 (의원들) 가버리고 난 뒤에 후회할 수도 있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여러 가지로 나는 우리 당에 좋다고 본다. 우리가 호남정당에서 전국정당으로 가고 영호남 지역 화합도 되는 것”이라고 오히려 통합 논의에 박차를 가했다.
 
이런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적극성에 바른정당 역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전날만 해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당과) 합친다든지 매사에 같이 하는 일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발언했던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12일 오후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게 주승용 원내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 통합 발언 진의 탐색에 들어갔다.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주승용 원내대표와의 회동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통합 발언’ 배경과 관련 “(국민의당 내) 상당수 구성원들이 그럴 필요성이 있다고 느끼는 것을 파악하고 말을 했다고 한다”고 전하면서도 자당 내 반응에 대해선 “대선이 끝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은 마당에 인위적 통합 논의는 시기상조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고,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인만큼 끊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 하는 분도 있었다”고 엇갈려 있음을 솔직하게 밝혔다.
 
두 원내대표의 회동 이후 오히려 통합론은 진정 국면을 보이며 오히려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한 모습인데, 급격한 정계개편 흐름 속에서 논의 필요성을 일부 느끼고 있으면서도 당내 의견 수렴을 위해 속도 조절에 들어가야 한다는 현실적 측면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통일문제나 안보관 등 몇몇 부분에 있어 상호 이견이 있는 만큼 무작정 통합만을 역설하기엔 부담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아 일단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논의할 과제로 넘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바른정당에도 이견 있어…일단 ‘통합론’은 수면 아래로
 
▲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최근 화두가 됐던 국민의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오직 국민들 명령인 보수 개혁에 매진해야 될 때”라며 단번에 일축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실제로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의 경우 15일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자 “저희가 지향하는 바는 경제는 개혁이고 안보는 보수인데, 국민의당은 그동안 안보에 있어서 보수라는 그런 확신을 갖기 어려웠다”며 “지금 바른정당이 가야 할 길은 당장 숫자를 불리려고 우리와 가치와 지향점이 같지도 않은 그런 곳을 기웃거릴 것이 아니라 오직 국민들 명령인 보수 개혁에 매진해야 될 때”라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당초 ‘통합론’을 처음 꺼내들었던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자신의 발언을 수습하고 나섰는데, 이른바 ‘통합 발언’에 대해 “새 지도부가 적극 논의해서 앞으로 국정을 제대로 하고 개혁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서 연정과 협치가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통합을 제가 주장했던 건 아니다. 우리 당의 내부 단합이 중요하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처럼 가장 적극적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려 했던 주승용 원내대표가 이 문제를 차기 당 지도부로 넘기는 듯한 입장을 취하면서 새 원내대표 경선을 하루 앞둔 국민의당 후보군의 통합 관련 입장에도 점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16일 치러질 국민의당 원내대표 경선엔 4선의 김동철 의원과 3선의 유성엽 의원, 재선의 김관영 의원 등 모두 호남 출신 인사들이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모두 통합 논의에 대해 각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당장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먼저 김동철 의원은 지난 14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자연스럽게 추진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정치적 상황도 맞아야 하고 국민 여론이 동의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당내 공론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대다수 찬성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 김관영 의원 역시 15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양당이 걸어온 길이 상당히 다른 지금 상황에서 당장의 통합을 얘기하는 건 너무 빠르다”며 “바른정당과의 연대 방식에 대한 내부 의견을 취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유성엽 의원의 경우에도 앞서 12일 TBS라디오에 나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지금은 급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4당 체제 속에서 국정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사안에 따라 민주당과도 연대할 수 있고 바른정당과도 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해 국민의당에서 누가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든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가능성을 열어놓은 중장기 과제일 뿐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금 급부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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