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4대 그룹에 엄정하게 법 집행”...자유한국당 “청산대상인 폴리페서”

국민의당의 박지원 전 대표는 개인적으로 환영입장을 밝혔으나 당 차원의 반응은 없고, 바른정당은 유일호 부총리의 제청권행사만을 문제삼았다.
◆ 김상조 “4대 그룹에 엄정하게 법 집행...‘이제 법 어기지 말라’는 신호”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김상조 교수는 1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통해 “한국을 지칭하는 별명 중의 하나가 ‘다이내믹 코리아’였다. 특히 외국인들이 한국을 다이내믹코리아라고 불렀다”면서 “뭐든지 다 가능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그리고 그 잠재력을 실현해온 나라로서 다이내믹코리아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그 말을 더 이상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한국 경제의 활력이 매우 떨어진 것”이라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의 시장경제 질서가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내정자는 “제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시장에 공정한 질서를 재확립함으로써 모든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데 저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그는 다음날 좀 더 구체적인 공정위 운영방침을 밝혔다. 김 내정자는 18일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새로운 법을 만들어 4대 그룹만 집중 견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행법을 집행할 때 4대 그룹 사안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갖고 판단하겠다”며 “앞으로 4대 그룹에 대해서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범 4대 그룹으로 범위를 넓히면 30대 그룹 총 자산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면서 “30대 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규제 기준을 만들기보다, 상위 그룹에 집중해서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게 더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혁의 방법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4대 그룹에는 ‘이제 법을 어기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자 한다. 반대로 부실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중하위 그룹에는 규제의 메시지보다 ‘구조조정을 열심히 해달라’는 시그널을 전달하고자 한다”며 “정부의 이러한 메시지에 기업 측에서 자발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대기업 전담 조사 조직인 조사국 부활 방안에 대해서는 “경쟁 제한성을 입증할 수 있는 경제 분석 기능과 조사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기존의 기업집단과를 국으로 확대해 경제분석 능력과 조사기능을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속 고발권과 관련해 “분명한 것은 현행대로 가지는 않고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하겠다”면서 “민사규율과 행정 규율 등 다른 규율 수단과 조율해 풀겠다”고 말했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에 대해서는 “2012년 대선 당시, 14개 그룹의 9만8000개 순환출자 고리가 지금은 7개 그룹의 90개 순환출자 고리로 줄어들었다”며 “이제 순환출자가 재벌 경영권 승계에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이 문제를 대통령 핵심공약에 포함될 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공약은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며 “다만 순환출자가 문제인 만큼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했다.
재벌개혁 의지의 선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혁에 관한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며 “다만 2008년 이후 세계경제가 변화했고, 한국경제도 변했다. 그 변화한 환경에 맞게 조금 더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혁의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김상조 내정자를 신속하게 지명하기 위해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을 받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7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부총리와) 제청권을 협의했다”며 유 부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오전에 제청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공정거래위원장과 김상조 교수가 갖는 경제개혁에 대한 상징성이 크다는 반증이다.
정치권에서 가장 일찍 반응을 보인 곳은 정의당이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17일 “오늘 청와대는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지명하고, 보훈처장에 피우진 예비역 중군 중령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면서 “문 정부가 재벌개혁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평가했다.
추 대변인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재벌저격수’라는 별명의 소유자로 재벌 지배구조개혁, 공정위 조사국 부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주장해왔다”며 “공정위가 재벌기업의 불공정행위를 단속해 경제민주화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어, 온갖 갑질로 피폐해진 민생경제에 숨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선 기간 내내 ‘문모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던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도 환영입장을 보였다. 그는 17일 페이스북에 “조국 민정수석에 이어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에 김상조 교수를 임명한 인사를 대환영한다”며 “검찰도 재벌도 이젠 강한 개혁이 필요하고 두 분이 꼭 성공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시원한 사이다 적폐청산에 박수를 보내지만 민생경제에 소홀함이 느껴진다. 국민은 민생경제도 챙기시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한마디를 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연히 황영과 지지를 표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8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오늘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시장경쟁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기업집단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며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 추진을 확인할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제 대변인은 “그 동안 재벌은 공룡처럼 권력과 경제력을 키워왔는데, ‘경제검찰’ 공정위의 권한은 축소되어 ‘종이호랑이’로 전락되고 말았다”면서 “재벌의 경제력집중 억제와 관련한 모든 업무를 포괄하고, 조사역량을 대폭 강화한 기업집단국을 만들어 재벌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어정쩡한 모습이었다. 김 내정자의 인사발표 하루 전에 유일호 부총리의 내각 제정권행사를 문제 삼았을 뿐이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16일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장관 제청이 절차상 하자는 아니라 하더라도 전임 정권이 임명한 경제부총리가 새 정부의 장관을 제청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편법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 없이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대통령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국민은 어떠한 경우라도 헌법을 준수하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오 대변인은 “대통령을 보좌할 새 정부의 국무총리가 자신과 함께 일할 장관들을 제청하는 것이 헌법이 정한 원칙”이라며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사실상 박근혜 정부를 적폐 세력으로 삼지 않았나. 그런 전임 정권 인사를 통해 내각을 임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며 정치적으로도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김상조 내정자 지명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8일 ‘참으로 문제 많은 인사’라며 세 가지를 지적했는데 “재벌에 대한 경도된 시각을 가져 ‘재벌 저격수’라 불리는 김 교수가 재벌의 긍정적인 측면도 고려한 균형 잡힌 재벌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는 “문재인 정부가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담당할 인사도 폴리페서인데 ‘재벌개혁’ 마저도 폴리페서를 등용한 것도 문제”라며 “과거 정권에서 이론과 비판에만 익숙하고 현실과 경험이 일천한 폴리페서들로 인해 발생한 해악을 반면교사로 삼는 지혜가 부족한 듯하다. 폴리페서는 개혁을 이끌어 갈 책임자가 아니라 개혁과 청산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오 대변인은 세 번째 이유로 “문재인 정부가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하여 금융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등 법률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들의 사표를 수리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우는 것도 문제”라며 “과거 본인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임기를 무시하고 자기사람 채우기를 하는 것은 통합과 협치의 정신에도 반한다”면서 김 내정자 임명의 재고를 요구했다.
현 경제부총리의 제청이라는 어색한 절차를 무릅쓰고 인사청문회 대상인 장관급 인사로는 가장 먼저 내정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조현옥 인사수석은 “특히 장관급 인사 중 첫 번째 발표의 의미는 불공정한 시장 체제로는 경제위기 극복이 어려우며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급히 공정한 시장 경제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재벌 저격수’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우는 김상조 위원장 내정자가 실제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불안함 속에서도 떨떠름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은 재벌이나 보수성향의 당이나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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