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립각’ 조짐…국민의당 ‘견제’…바른정당 ‘협조’ 3색

대선후보 시절 ‘주적 논란’ 속에 불안한 안보관으로 늘 도마에 올랐었던 문 대통령은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또 발사하자 취임 뒤 첫 방문 부처로 국방부를 택한 데 이어 이 자리에서 북한을 ‘적’이라 지칭하며 무력도발 시 즉각 응징할 것을 주문함으로써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 인수위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하는 이례적 상황임에도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근로 시간 단축 방안을 모색하라는 1호 지시를 내놓은 것을 필두로 국정교과서 방침 폐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침 등 하루에 거의 1개꼴로 공약을 이행하며 그동안 길게 이어져 온 국정공백 상황을 신속하게 매듭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추락했었던 대정부 신뢰도를 회복시키고 있다.
여기에 탄핵 사태로 말미암아 장기간 표류해온 주변국과의 외교문제 역시 발 빠르게 특사를 임명해 주요 4개국에 파견하는 조치를 내리는 등 대통령으로서 확실히 준비되어 있다는 인상을 깊게 남기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분명하게 정계 개편이 이뤄지지는 않아 여전히 여소야대 정국이 현재진행형이란 점을 고려하면 당장 새 정부 인사청문회 문제부터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 이르기까지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마냥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새 정부가 과연 정치권과 순탄하게 협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자유한국당, 새 정부 인사 놓고 ‘1라운드’ 돌입
새 정부가 추진동력을 얻기 위해 우선 처리되어야 할 사안은 인사 문제인데, 더불어민주당과 대척점에 서 있는 자유한국당에선 벌써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기조를 분명히 하려는 듯 정우택 원내대표는 17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확한 잣대로 도덕성과 직무 적합성, 대북·안보관을 검증하겠다”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실제로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자유한국당 측 위원인 강효상 의원은 18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아들이 지난 2013년 서울 청담삼익아파트 전세를 얻는 과정에서 최소 1억 2200만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증여세 납부 실적이 없어 사실상 약 1400여만원 정도의 증여세를 탈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전면에 나섰다.
이에 이 총리 후보자가 같은 날 아들이 1억원을 부담했고 나머지는 배우자와 함께 은행예금과 차량매각대금, 결혼축의금 등으로 마련했다고 즉각 해명했다가 강 의원 측이 축의금도 증여세 부과대상이고 배우자가 전세비용을 어떻게 마련한 건지 밝히라고 다시 역공을 펼치면서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진실공방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밖에 본인의 입대 탄원서가 있다지만 이 총리 후보자 아들의 군 면제 문제부터 위장전입 의혹 등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며 제1야당으로서 기선제압에 들어갈 모양새다.
이 뿐 아니라 한국당은 검찰개혁 의지를 피력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명된 데 대해서도 NL계열이었던 임종석 민정수석을 비판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운동권인 점을 꼬집어 과거 조 수석이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에 연루돼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됐었다고 지적했고 가족이 경영하는 사학법인 웅동학원이 상습고액체납자 명단에 포함된 부분도 문제 삼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우선 지난 정부의 정윤회 문건 파동을 재조사하겠다는 조 수석의 발언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대통령기록물을 임의로 들여다볼 수 없다는 점을 내세워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청와대가 재벌개혁을 천명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내정한 데 대해서도 “과거 정권에서 이론과 비판에만 익숙하고 현실과 경험이 일천한 폴리페서”라며 임명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다른 원내교섭단체 정당들은 새 정부의 인사 결과를 놓고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일단 국민의당에선 김동철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며 강한 야당을 천명한 만큼 같은 당 김광수 의원이 18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 장남은 소득 2배가 넘는 지출을 하는 데 비해 그 장남의 부인은 연말정산 인적공제 대상에 포함돼 소득이 없는 것으로 보여 실상 이 총리 후보자에게 생활비까지 지속적으로 증여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자유한국당과 한 목소리로 맹공을 퍼부었다.
또 국민의당에선 조국 민정수석 임명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계파정치의 대표적 인물”이라며 “선거운동 기간 내내 안철수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일삼아 왔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지명에 대해선 국민의당은 17일 재벌개혁을 강조해온 학자이므로 소신을 지켜 일할 거라며 환영한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는데, 박지원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위원장 지명을 대환영한다고 밝힌 데 이어 심지어 당에서 비판한 조국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개혁에 꼭 성공하라는 덕담을 전했다.
이처럼 인사별로 온도차를 드러낸 국민의당에 비해 오히려 보수성향을 띠고 있는 바른정당은 문재인 정부의 새 인사에 가급적 협조할 의향을 보이고 있는데, 주호영 원내대표는 18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정부가 처음 출범하는 마당에 총리가 뽑혀야 총리 제청으로 장관들을 뽑을 수 있다”며 “큰 하자가 없다면 총리 지명에 동의할 생각”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무엇보다 주 원내대표는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해 “부인의 그림 판매 문제라든지 자녀 병역 문제 등이 있다”면서도 “현재 상태로는 임명을 방해할 정도로 큰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여 자유한국당의 모습과는 확연한 대조를 이뤘다.
이렇듯 각 정당마다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어 임명까지는 험로가 예상되지만 여론의 지지가 높은 정권 초기이다 보니 문재인 정부가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리는 걸 막기 위해 설령 국회에서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부담을 안고 인선을 강행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다른 직책과 달리 총리만큼은 국회 표결을 통과해야만 임명이 확정되다 보니 문재인 정부가 그런 무리수를 두기는 쉽지 않겠지만 총리 인준 표결 정족수가 전체 의원 중 과반이 출석해야 하고 그 중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되기에 이미 찬성 의사를 표한 바른정당 외에 국민의당만 협조해준다면 자유한국당이 반대한다 해도 임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 총리 후보자가 전남 영광 출신이고 전 전남지사란 점을 감안한다면 국민의당이 굳이 반대표까진 던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일자리 추경은 3野 반발에 난항…사드 국회 비준엔 보수당 반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단 인사 문제만 정치권의 화두로 부상한 건 아니란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앞길은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18일 5·18광주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는 방침은 개헌과 연결되는 문제다 보니 원내 의석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면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넘는 게 관건이기에 한국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유족들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그나마 5·18 관련 사안에 대해선 야권에서 자유한국당 외엔 대체로 유연한 입장이라지만 당장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일자리 문제 해결안과 관련해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공공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려는 데에 모두 부정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어 장차 국회 의결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외에도 ‘뜨거운 감자’인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 문제 역시 정부여당이 그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당은 아예 가능성을 일축했으며 일찌감치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을 주장해왔던 국민의당도 청와대가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부터 분명히 밝히는 게 순서라고 각을 세우고 있어 의제로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좀처럼 풀기 어려운 이들 현안에 대해선 오는 19일 열릴 청와대 오찬 회동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4당 원내대표들과 담판을 벌일 것으로 예견되는데, 협치의 첫 시험대에 오른 문재인 정부가 과연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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