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측 “특정 직원 찍어 퇴직 강요”에 회사 측 “사업 개편 중 인력조정” 맞서

박스터 노사 갈등의 시작은 지난달 14일 사측이 영문으로 작성된 사직서를 직원 7명(남성 4명, 여성 3명)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서명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당시 사직서에는 보상금으로 근속연수에서 9개월분의 임금을 추가해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가운데 해당 직원의 실명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사측이 첫 면담에서 이들의 사직 대상자 선정 이유를 ‘성과 저조’라고 주장했으나 두 번째 면담에서는 성과가 판단기준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회사 측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영어로 삽입해 사후 문제를 차단하려고 했다는 것도 지적했다.
더욱이 노조 측은 사측이 보상금 지급 부담을 덜기 위해 권고사직을 가장한 사실상의 강제 퇴직을 실시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즉, 희망퇴직을 시행할 경우 근속년수가 높은 직원이 회사를 떠날 때 상당한 금전적 보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력조정’을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현재 회사 측으로부터 사직서를 받은 7명 중 4명은 서명을 했으나, 나머지 3명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박스터 노조는 지난달 19일부터 회사 측에 ‘부당해고 철회’와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는 가운데 이달 17일까지 본사 10층 복도에서 총 12회의 출근투쟁 피켓팅을 펼쳤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본사가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박스터노조를 비롯해 총 150여명의 노조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고용안정 쟁취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어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서동희 박스터지부장이 글로벌 본사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지난 18일과 19일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서 지부장은 “최근까지 글로벌 본사는 높은 수익을 내고 있어 경영상의 어려움이 전혀 없다”며 “함께 근무하기 싫은 사람을 지목해 퇴사시키는 박스터의 몰상식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스터 관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 부문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글로벌 사업 전략이 개편됐다”며 “이에 따른 조직 정비과정에서 인력조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해당 인력조정이 한국 법인에서만 진행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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