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정신보건법 개정 `미적'
경기도의 한 사설 정신병원이 알코올중독증 환자를 124시간 동안 묶어둬 숨지게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6일 환자를 장시간 격리ㆍ강박하면서 의사로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경기도 고양시 모 정신병원 A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인권위는 입원환자 10여명을 광역자치단체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계속입원심사(퇴원여부 결정)에서 고의로 누락ㆍ지연한 혐의(정신보건법위반)와 환자들의 인권위 진정서를 발송하지 않은 혐의(국가인권위원회법 위반)를 A원장 고발 내용에 추가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 병원은 2005년 4월13일∼12월9일 가족에 의해 강제로 입원한 알코올중독증 환자 이모(52)씨가 투약을 거부하고 난폭한 행동을 하자 16차례 걸쳐 보호실에 격리하거나 눕힌 채 손목과 발목 등을 억제대에 묶었다.
특히 동료와 다퉜다는 이유로 12월4일 오전 7시30분부터 같은달 9일 오전 11시30분까지 124시간(5일 4시간) 동안 이씨를 억제대에 묶어두었는데 `2시간마다 사지운동을 시키고 대소변을 보게 하며 음료수를 공급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이씨는 풀려난 뒤 20분만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으며 사망원인은 혈전이 심장폐동맥을 가로막는 폐색전증으로 밝혀졌다.
인권위 조사결과 이 병원은 환자가 6개월에 한 번 퇴원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퇴원 후 다시 입원한 것 처럼 10여명의 서류를 조작했고, 환자의 편지를 검열해 진정서의 경우 인권위로 발송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또 환자 면회시 보호사를 입회시키고 전화사용 횟수를 제한하는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를 침해했으며 일부 환자를 병원청소에 동원하고 심지어 환자 이송시 구급차에 동승해 보호사 역할을 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전국 1천300여개의 정신병원ㆍ요양시설에 6만7천명이 치료를 받고 있는데 정신보건법의 허점으로 환자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작년 9월 보건복지부에 `강박'에 대한 규정을 포함해 인권침해를 방지하도록 정신보건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으나 아직까지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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