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자료 제출 거부하는 게 아니냐며 공세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총리제를 운영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국정운영의 주축으로 주목받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향해선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당사자와 직접 신경전을 벌이며 적극 견제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은 나흘 전 협치를 당부하는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 회동을 긍정적으로 평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돌연 공세에 돌입한 모양새인데, 최근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며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재수사를 인선 배경으로 밝힌 데 이어 22일엔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 지시까지 내리는 등 한국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들을 압박하는 데에 따른 맞대응으로 보인다.
물론 107석의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첨예하게 각을 세운다고 해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아직 이런 기류에 동참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문재인 정권 초기 내각 인사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협치를 표방한 이번 정부의 입장이 다소 퇴색할 우려가 없지 않아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청문회 자료 제출 논란, 후보자 고의 거부냐 한국당의 몽니부리기냐
자유한국당에선 22일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인 경대수, 박명재, 강효상, 정태옥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 시한이 21일 오후 5시까지였으나 관계부처 및 총리실에서 아무런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인사청문회 일정 연기 등 특단의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이낙연 총리 후보자를 압박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자료는 이 후보자 아들 동한 씨의 병역 면제 의혹 관련 어깨 수술 치료 기록과 위장전입 의혹 관련 동한 씨의 학적 변동 내역, 지방세 납부 및 체납 현황, 후보자와 직계존비속 등의 부동산 거래 현황 등이었는데, 총리실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 확인한 결과 후보자가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아 자료를 보낼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정우택 원내대표도 23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이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고위공직자 5대 배제 요인 중 병역면제, 위장전입,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등 무려 4가지에 달하는 의혹에 대한 자료를 거부했다”며 “본인이 떳떳하고 정정당당하다면 적극 해명하면 될 일이지 무조건 깔아뭉개고 시간만 보내면 인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자료 제출 지연을 맹렬히 질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본인 원칙을 본인 인사에는 적용시키지 않는 게 참 기가 막히다. 이 정부가 지금까지 하는 행동을 보면 진심으로 야당 협조를 구하고 정상적으로 정부를 출범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제1야당인 우리로서는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중대 문제”라고 문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정용기 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의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는 5가지 원칙 중 4가지에 해당하는 의혹이 포도송이처럼 줄줄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자료 제출마저 거부하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총리 후보 자질도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스스로 (인사) 원칙을 무너뜨린 데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관련 인사를 철회함은 물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문 대통령의 사과와 공직후보자 지명 철회까지 촉구했다.
심지어 정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이 총리 후보자 뿐 아니라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까지 지목해 “강 후보자는 이중국적과 위장전입을 자랑스러운 듯이 밝히며 물타기 시도를 하는 것은 더욱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심각하게 지켜본 뒤 향후 인사 청문 절차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혀 문재인 정부 첫 인선 전반을 뒤흔들려는 조짐을 보였다.
이에 총리실에서도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적극 반박에 나섰는데, 자료제출 시한을 23일 정오까지로 내세운 한국당의 인사청문특별위원들을 향해 총리실 측은 “지방세 납부 및 체납 현황 등은 임명동의안 요청 서류에 첨부해 이미 제출했다”며 “다른 요청 자료들의 경우 취합하다 보니 200쪽이 넘어 이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자료 제출이 지연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총리 후보자 역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있는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퇴근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 관련 어깨 수술 치료 기록을 제출하라는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병역면제 판정 이후 수술 자료를 내라고 했는데 수술한 적이 없다”며 “없는 것을 어떻게 보내나. 그래서 없다고 보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이 총리 후보자는 “어깨 수술은 하지 않고 이듬해 뇌수술을 했는데 어깨 수술 자료를 내라고 하면 어깨 수술을 안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자료들 제출이 지연된 데 대해서도 “일부러 늦춘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이 후보자 아들은 지난 2001년 12월 수술이 필요한 어깨 탈구가 발생해 어깨 수술을 받은 바 있지만 입대 전까지 수술 상처가 아물지 않아 2002년 3월 입영 연기를 신청했고, 같은 해 4월과 5월 두 차례의 재검에서도 재발성 탈구가 확인돼 병역면제 5급 판정을 받았는데 병무청에 병역이행 탄원서까지 보냈으나 원칙상 받아들여지지 못하다가 병역면제 이후인 2003년 10월 뇌수술을 하게 되면서 결국 재입대를 포기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한국당 측에선 병역면제 판정 근거인 어깨 탈구 관련 수술자료 제출을 이 후보자에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 후보자는 국회에서 병역면제 판정 이후 수술 자료를 내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로 면제 이후엔 뇌수술 밖에 안 해 어깨 수술 자료는 없다고 강변하는 실정이다.
◆ 한국당, 자료 제출 때까지 청문회 연기 시사…개최 강행 시 보이콧 불사
이런 가운데 데드라인으로 제시됐던 23일 정오를 넘겨서도 요청했던 자료들을 전부 받아내지 못한 자유한국당 소속 청문위원인 경대수, 김성원, 강효상, 박명재, 정태옥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 다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예 청문회 보이콧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역대 국무총리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면서 후보자와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개인정보활용 동의가 되지 않아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사례는 없었다”며 “오늘 중으로 모든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해주길 바란다”고 제출시한을 약간 연장하긴 했으나 경대수 의원은 “없는 자료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있는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청문회 불참도 불사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마찬가지로 강효상 의원도 “황교안 전 총리의 경우 모두 다 가족들의 개인정보에 동의했다”며 “기초적인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는다는 건 청문회를 받지 않겠다,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이 총리 후보자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들은 만일 이날 자정까지도 요청한 모든 자료가 제출되지 못했을 경우 내일 오전 중 모여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자유한국당 청문위원들이 불참하더라도 다른 야당 의원들이 참석한다면 청문회 진행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호언장담한 것과 달리 실제 보이콧을 강행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의식한 듯 김성원 한국당 의원도 “우리 없이도 과반 이상이 되므로 (청문회 개최는)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럼 협치는 없다는 것으로 앞으로 모든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덧붙여 협치를 표방했음에도 정권 초기부터 제1야당이 빠진 채 청문회를 진행할 경우 문 대통령에게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가 첫 내각 출범 전부터 청문회 자료 제출 문제로 제1야당과 사실상 불편한 관계가 되면서 향후 대통령 지시 형식으로 발표되는 주요 추진 정책들까지 한국당과의 대립으로 인해 난항을 겪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 어린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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