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시들’…‘4당 협치’ 체제 이뤄지나
정계개편 ‘시들’…‘4당 협치’ 체제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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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불문 ‘통합론’ 일축…정책 연대 수준 그칠 듯
▲ 대선 직후 급부상했던 정계개편 움직임이 문재인 정권 출범 보름여만에 급격히 잦아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선 직후 정치권에서 급부상했던 정계개편 움직임이 불과 보름여만에 완전히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대선 패배 후유증으로 대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정계개편에 적극적이던 일부 정당 역시 논란 끝에 자강론으로 선회함에 따라 원내 구도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상당 기간 현재의 4당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정계개편 시동 걸었던 與, 특정 정당과의 통합설 일축

 
정계개편 움직임이 급격히 둔화된 데에는 결정적으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기조가 변화됐기 때문이다.
 
대선 직후 문재인 정부를 정권 초기에 확실히 뒷받침하고자 여소야대란 원내구도를 뒤바꾸려는 속내를 내비쳤던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정계개편에 나설 모양새를 띄었고 이로 인해 대선에 패배한 야권까지 요동치게 됐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의 5당 원내대표 회동을 전후로는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느 특정 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며 “다른 당과의 통합에는 아무런 관심도 의지도 계획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일각에서 흘러나오던 통합설을 일축했다.
 
특히 추 대표는 “우리 당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모든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청와대 인선이 마무리 되는대로 당정청을 아우르는 고위 협력체계 및 실무 협력체계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해 정계개편보다는 지난 19일 청와대 회동에서 합의된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청와대 회동 뒤 22일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 간 회동에선 협치를 다짐하며 이런 기조를 더욱 분명히 해 여당의 원내구도 전환 시도는 사실상 중단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이 80%를 넘어설 정도로 압도적인데다 이에 힘입은 여당 지지율도 50%를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협치를 표방한 판국에 무리하게 다른 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해 민심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당초 민주당에서 과반 의석을 이루기 위해 적극 포섭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던 국민의당 역시 이들의 기반지역인 호남에서조차 한자리수 지지율로 추락한 데 반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완전히 대비될 정도로 높아 대놓고 ‘발목잡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는 점 역시 여당 입장에서 통합 추진 필요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여기에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바른정당도 원내 보수정당 자리를 놓고 자유한국당을 견제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일단 보수색을 벗어나지 않는 한 큰 틀에서는 현재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인 문재인 정권과 굳이 각을 세우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결국 민주당이 정계개편 의사를 접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 야권발 정계개편도 현실성 떨어져…자강론 기류
 
다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까지 제치고 2위를 기록했으며 기반지역인 대구·경북에서도 여전히 2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자 보수색채를 보다 강화하며 거의 유일하다시피 정부여당에 비판적 기조를 견지하고 있는데, 제1야당이긴 해도 의석수가 107석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여당을 막아서기엔 어려울 것이란 시선이 많다.
 
아울러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지도부 형식 및 인선 등과 관련해 홍준표 전 대선후보와 친박계 사이에 계파 내홍까지 재현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다 이 같은 혼란 속에 정당 지지율도 바른정당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 보수적통이라 주장하기도 무색해졌기에 적어도 새 지도부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문재인 정부가 실책을 범하는 것 외엔 별 달리 정국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자유한국당의 이런 내홍 상황을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이 기회로 삼아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탈당까지 종용하고 있는 실정인데, 지난 22일 김세연 바른정당 사무총장이 “대선 직후 여러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내용을 보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우리 바른정당은 상승세를 확연히 타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의 양심적 의원들의 결단을 내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발언한 점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앞서 바른정당에선 주승용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의 통합 제안으로 정계개편과 관련해 내부 논의에 들어갔으나 결국 통합에 응하지 않기로 뜻을 모으면서 야권발 정계개편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그나마 통합론에 가장 적극 반응하며 격론에 돌입했던 국민의당에서도 민주당과 바른정당 중 어느 쪽과 통합할지를 놓고 갈등까지 빚어진 끝에 당분간 언급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는데,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거론했던 주승용 전 원내대표가 23일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데 이어 24일 민주당과의 통합을 지지하는 동교동계에서 추대한 정대철 상임고문까지 비대위원장을 고사하며 통합파 간 갈등이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장 저조한 지지율로 내년 지방선거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내분이나 벌이고 있는 모습이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없다는 인식과 더불어 정작 통합을 논의할 민주당과 바른정당 모두 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내부적으로 통합파들의 목소리가 잦아들게 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를 보여주듯 민주당과의 통합에 무게를 둔 동교동계 원로들이 추대한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24일 입장문을 통해 “당의 자강에 힘써야 할 때 민주당과의 합당 추진은 저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 선을 그은 뒤 “일부 고문들이 간담회에서 의결된 내용이 민주당과 통합을 추진한다는 개인적 의견을 덧붙여 발언한 것이 보도됨으로써 저와 고문단 전체의 뜻이 왜곡됐다”고 해명에 나섰다.
 
▲ 그간 당내 통합론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던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및 민주당과의 통합설을 일축하고 정책연대 가능성만 열어놨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발맞춰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바른정당과 통합은 절대 없다”고 단언한 데 이어 민주당과의 통합설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분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절대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없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당연히 후보가 돼 호남의 소중함을 몰랐을 것”이라며 “호남을 위해서라도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나뉘어 있어야 한다”고 민주당과의 통합을 반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정당들과의 정책연대 정도는 이뤄나가겠다는 뜻을 드러냈는데,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 안보관은 다르지만 경제정책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며 “정체성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사안별 정책연대가 가능하다”고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같은 당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 “지금 현재로선 통합의 방향으로는 가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도 인사청문회 등 여러 면에서 문재인 정권에 협조할 뜻을 내비쳐 정책 연대는 이뤄나갈 것임을 확실히 했다.
 
이런 분위기를 읽었는지 민주당에서도 야당에 정례회동을 제안한 상황인데,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여야가 상생하는 주체를 만들겠다. 협치는 필수”라며 “야당과 의제 없이 만나는 정례적 회동을 제안한다”고 손을 내밀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사안별 양당 단일안을 만들어 민주당 등과 협상할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부여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로 여소야대 상황이 허울에 그치면서 당분간 4당 체제 하에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는 협치 정국에 세간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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