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임기 1년 9개월 남았는데 정권교체에 ‘교체설’ 무게 실려

금융권업계를 중심으로 연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거취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 자연스럽게 금융공공기관 수장들의 물갈이가 이뤄지면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같은 물갈이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은 가운데 전문기관의 경우 능력 중심의 인사를 배치하는 인사 스타일로 비춰볼 때 남은 임기를 끝까지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이번 산업은행장 거취는 오리무중이다.
그럼에도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역대 정권에서 역대 산업은행장은 임기를 남겨두고 사의를 밝히거나 자리에 물러났기 때문이다.
◆‘친박 보은 인사’가 남은 임기 발목?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2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동걸을 차기 KDB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해줄 것을 대통령에게 제청했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다.
이 회장은 역대 회장과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해 2월 이 회장 취임 전 성명을 통해 “이동걸 내정자는 민간은행의 금융경력으로 대표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특성과 현안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전형적인 비전문가형 낙하산 인사”라며 “공정·투명·자율의 균형인사가 아닌 대선당시 선거지원을 한 대가의 보은인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회장도 이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고 있다. 이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자신이 ‘친박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 “"보는 시각의 문제가 아니겠나”라며 “경우에 따라 낙하산이라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가 아니다”라는 취지 발언에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취임 당시 이 회장은 ‘보은 인사 논란’과 관련, “40년 금융인생 중 32년을 은행에 근무했고, 또 여신전문 캐피탈사, 증권사 등에 근무해왔다"며 "보은인사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동걸 회장은 ‘친박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이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금융인 1365명은 “박근혜 후보가 경제 민주화와 금융선진화를 실천할 최고의 적임자”라며 박 전 대통령 후보지지 선언을 주도했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1987년 신설은행이던 신한은행으로 옮긴 뒤 신한캐피탈, 신한금융투자 사장·부회장, 영남대 특임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한진해운 대우조선 ‘이중잣대’ 산업은행의 두 얼굴
그럼 이동걸 회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경영성과는 어땠을까. 한진해운과 금호타이어를 바라보는 잣대와 대우조선해양을 대하는 자세에서 극명하게 엇갈린다.
먼저 이 회장의 모호한 구조조정 단행 기준 탓에 해운업 1위 하진해운을 파산으로 내몰아 해운업 근간을 뿌리 채 흔들어 놓은 반면 ‘혈세 먹는 하마’로 불린 대우조선 해양은 혈세 투입을 마다하지 않고 살리는 이중적 잣대로 비판에 시달렸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은 오랜 세월동안 세계 1위를 영위해 온 기업으로, 세계 1위의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불황이라고 정리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 반면 한진해운에 관해선 “글로벌 업계 7위의 해운사이고, 당면한 문제가 6500억원의 외상채무로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채권단이 기업의 외상을 갚아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있겠지만 한진해운 파산으로 인한 피해는 천문학적이라고 추산한다.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 청산으로 환적화물 감소, 운임 폭등 등으로 인한 피해액을 20조 원으로 발표했다.
40년 역사의 한진해운 파산으로 항만물류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협력업체들의 도산 위기에 수백명이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5월 한진해운과 자율협약을 맺은 이후 한 푼의 자금도 지원하지 않았다.
조양호 회장은 당시 3000억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동걸 회장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이동걸 회장의 답변은 이렇다. “6500억원의 채무를 국민 혈세로 메울 수 없었다. 비난을 받아도 세월이 지나면 재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대우조선이다.”
이 회장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우조선 살리기에 급급해 한진해운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회장은 더 이상 대우조선해양에 혈세투입은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그러나 두달만에 손바닥 뒤집듯 번복했다. 이동걸 회장은 왜 대우조선해양 살리기에 적극적인 이유는 뭘까.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가 바로 산업은행이기 때문이다. 산은은 그동안 수조원대의 대우조선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해 지분율이 79%까지 올라 대우조선은 자회사로 편입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면 피해 규모만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고 그동안 보유한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이미 막대한 혈세를 투입한 상황이라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국민적 비난은 지금보다 더욱 거세질 것이고 천문학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셀프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때문에 심각한 부실 상황에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다.
작금의 상황은 이전 방만 경영이 지금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불러온 것. 2015년 10월 지원이 결정된 1차 자금 4조2000억원은 이미 바닥이 드러난 상태에서 남아있던 3800억원이 지난주 초 전액 집행돼 남아 있는 자금은 제로상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난 3월 신규 지원하겠다고 밝힌 자금 2조9000억원에서 5천억원을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에 집행하기로 했다.
국민혈세로 무조건 메워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막아보겠다는 계산이다. 대우조선과 관련된 근로자가 4만1000명, 협력업체가 370개, 기자재 납품업체가 1100개에 달해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피해가 심각해 질 수 있다는 내부적 판단에 따른 조치였겠지만 지금까지 방만경영으로 부실 사태를 키웠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급기야 국민연금에 손을 내미는 일까지 발생하는 등 관치금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의무책임인 감자도 거부하고 손실을 민간에 떠넘기고 ‘좀비기업’이나 다름없는 대우조선을 유지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다.
금호타이어에 대하는 태도도 비슷하다. 금호타이어는 호남기업으로 이번 대선 기간 동안 문재인 후보는 금호타이어 매각 반대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때문에 졸속 매각을 추진하려다 급제동이 걸린 상태다. 금호타이어의 채무 상환 만기를 놓고 금호타이어 최대주주인 우리은행과 주주협의회 간사인 산업은행간 마찰을 빚고 있다. 이외에 금호타이어 협력업체와 노조는 물론, 전국 1500여개 대리점주들, 광주지역 지자체와 경제단체 등은 각종 성명과 집회를 통해 금호타이어 매각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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