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옷 입고 샤워’라고?
‘비옷 입고 샤워’라고?
  • 강정아
  • 승인 2006.10.18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콘돔의 과학, 기능과 효과
섹스를 하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섹스는 사랑을 확인하는 단계이기도 하고, 본능적인 성욕을 분출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섹스를 할 때마다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걱정거리가 있으니, 혹시 ‘임신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그것이다.

아기를 애타게 바라는 부부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부나 연인들에게 임신은 큰일이다. 이들에게 섹스는 선택이지만, 만약 섹스를 선택했다면 콘돔의 사용은 필수다.

피임을 위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콘돔이다. 임신뿐 아니다. 에이즈를 비롯한 성병 예방을 위한 도구로도 콘돔은 신뢰를 받고 있다.

콘돔은 산아 제한과 함께 치명적인 성병의 전파를 막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콘돔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콘돔을 사용해도 임신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고, 불편하거나 성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남자들도 많다.

콘돔에 관한 견해가 갈린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콘돔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콘돔에 관해 알아보자.

콘돔은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피임기구라고 알려져 있다. 이론적으로 콘돔의 피임효과는 97%에 달한다. 콘돔을 사용하고도 찢어지거나 터지는 바람에 임신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측면들을 고려한 실제 효과도 88%라고 한다.

콘돔의 피임성공률 97%

‘피임효과 88%’라는 것이 무슨 뜻일까? 혹시 콘돔을 착용해도 10번 삽입하면 1번은 임신이 된다는 뜻? 그렇지 않다.

콘돔 실패율 12%라는 것은 콘돔으로 정자를 차단하지 못할 가능성에 불과하다. 콘돔을 제대로 사용한다면 실패율은 다시 3%로 떨어지고, 여기서 다시 콘돔으로 차단하지 못한 정자가 난자와 만나 임신될 가능성은 소수점 이하로 떨어진다.

콘돔 외에 알려진 피임법은 정관절제, 난관절제, 배란주기법, 질외사정, 살정충제, 먹는 피임약, 붙이는 피임약, 응급피임약 등 모두 13종이 있다고 한다. 콘돔의 효용은 단순히 콘돔이 다른 피임법보다 높은 피임률을 보인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다른 피임법은 모두 그 자체로 안전하지 못하며 90% 이상으로 피임효과를 높이려면 반드시 콘돔의 착용을 병행해야 한다. 때문에 전문가에 따라 의견이 갈리기는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피임을 위해 2가지 이상의 방법을 병행해야 안심할 수 있으며, 2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콘돔 착용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전문가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고 말한 것은 ‘2가지 피임법 병행’을 주장하지 않는 다른 전문가들은 ‘콘돔만으로도 피임은 충분하다’는 의견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콘돔은 중요하다.

피임 이외의 콘돔의 또 다른 기능은 성병의 예방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제출한 ‘2001년 이후 우리나라 성병 발생 추이’에 따르면, 남성의 성병 발병 건수는 2001년 2만 3284건에서 2005년 9,368건으로 40%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콘돔의 보급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성병은 크게 바이러스성과 세균성으로 구분된다. 보건복지부는 임질, 매독, 연성하감, 클라미디아 감염증, 비임균성 요도염, 성기 단순포진(HSV), 성기 사마귀(HPV)의 7종을 ‘3종 전염병’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중 HSV와 HPV가 바이러스성이고 나머지가 세균성이다. 상대가 지금 성병에 걸려 있지 않다 해도 믿을 수 없다.

HSV는 잠복기가 최장 10년까지 간다. 성병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칸디다균에 의해 발병하는 곰팡이균성 질염은 남성에게는 발병하지 않는 병이다.

만약 질염에 걸린 여성이 남성과 섹스를 하면 칸디다균은 남성에게 옮겨가고, 질염을 치료한 후 다시 그 남성과 섹스를 한다면 그 칸디다균이 다시 여성에게 옮겨와 질염을 발병시킨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3년 동안 82명의 여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섹스할 때 항상 콘돔을 사용한 여성은 콘돔 사용률이 5% 이하인 여성보다 HPV에 감염될 위험이 70%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HPV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다. 콘돔이 성병에 대해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세균성 성병을 일으키는 세균의 크기는 1~2마이크로미터지만, HSV나 HPV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50~100나노미터로 훨씬 작다.

심지어 최근에는 에이즈 바이러스도 라텍스 콘돔을 통과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0.06밀리미터 이하의 초박형 콘돔을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의 콘돔 구매대상에 제외하고 있다.

바이러스성 성병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립보건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의 감염확률은 HSV 77%, HPV 47%로 일반 여성의 10% 내외에 비해 훨씬 높다.

이들 바이러스성 성병은 2001년 610건에 불과했는데, 2004년 성매매특별법 이후 연간 1천 여건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아, 바이러스성 성병은 대부분 성매매 여성을 매개로 전염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성매매 여성과 관계를 갖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성병은 콘돔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밖에 굳이 남녀 또는 남남 사이의 삽입성교 때가 아니더라도, 레즈비언의 섹스·구강성교·자위행위 때도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위생상 좋다는 보고도 있다. 많은 성병의 원인균이 왜 발생하는지 아직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판기 콘돔은 기성복

한편 많은 남성들은 ‘성감이 떨어진다’고 하며 콘돔 착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마치 비옷을 입고 샤워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콘돔의 효용에도 우리나라 콘돔 사용률이 11%에 머무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많은 의학자들이 이 같은 남성들의 핑계를 비웃는다.

콘돔이 약간 성감을 떨어뜨리는 것은 사실이나 사정 시간을 지연시킴으로써 그 이상의 보상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콘돔 기피증을 가소로워하는 더 큰 이유는 콘돔을 기피하는 일이 그만큼 좋은 콘돔을 제대로 쓸 줄 모른다는 자기 고백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성들의 콘돔 기피증은 테크닉 부족과 동의어로 통한다. 많은 남성들이 모텔에 비치된 콘돔이나 지하철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싸구려 콘돔으로 콘돔 첫경험을 시작한다.

당연히 착용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남성마다 음경의 크기와 모양이 다른데 평균치를 대상으로 한 기성품을 썼기 때문이다.

비옷을 입고 샤워하는 것 자체가 불편했던 것이 아니라 ‘맞지 않는 비옷’이 불편했던 셈이다. 콘돔 박스의 제원표에는 길이와 폭을 명시하게 돼 있다.

제원표를 살펴 자신에게 맞는 콘돔을 쓴다면, 착용할 때마다 느꼈던 이물감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콘돔 박스의 제원표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 민망하다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촉감이나 재질도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콘돔의 착용 방법도 착용감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올바른 콘돔 착용 시점은 발기 상태다.

발기하기 전에 콘돔을 끼웠다면 발기하고 나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발기했을 때 콘돔의 폭이 좁아 착용하기가 어렵다면 앞에 말한 ‘맞지 않는 비옷’에 해당하는 경우다.

콘돔은 포장된 돌돌 말린 상태에서 착용하는 것이다. 간혹 콘돔을 양말이나 장갑을 끼는 식으로 펼친 상태에서 착용하는 버릇이 든 사람이 있는데, 이러면 콘돔 안에 공기가 들어가게 된다.

특히 콘돔 끝의 정액 주머니 공기는 확실히 빼줘야 한다. 공기 때문에 터질 우려도 있지만, 콘돔 안에 든 공기는 라텍스의 이물감 몇 배로 성감을 떨어뜨린다.

최근에는 ‘여성용 콘돔’인 페미돔에 대해서도 성감이 저하된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 이는 대부분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거부감이거나 보수적인 남성이 퍼뜨리는 편견일 소지가 크다.

페미돔은 폴리우레탄 소재로 만드는데 콘돔을 만드는 라텍스에 비해 2배 이상 얇고 민감하기 때문이다. 페미돔의 더 큰 문제는 콘돔보다 비싸고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콘돔을 착용하기 전 안쪽에 윤활제를 바르는 것도 남성의 민감도를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이다.

노 콘돔, 노 섹스

특히 최근에는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노 콘돔, 노 섹스’라 해서 상대 남성이 콘돔을 쓰지 않으면 섹스를 거부하는 캠페인이 활성화되고 있다. 콘돔을 쓰지 않았을 때 위험해지는 것은 여성 자신의 몸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