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후보들, 청문보고서 채택 난항…대통령 지지율도 첫 하락

첫 인선인 이낙연 국무총리조차 제1야당이 인준안 표결에 불참하는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겨우 넘게 됐지만 이어진 공직후보들에게서도 위장전입은 물론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등 도마에 오른 인사들에 대해선 앞선 총리후보 때처럼 순순히 통과하게 하지만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데, 총리후보와 달리 장관후보 등에 대해선 정부가 관철하려 할 경우 국회가 별 달리 인선을 저지할 방도가 없지만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야권, 내각 인선에 ‘부적격’ 의견부터 ‘지명철회’ 요구까지
이미 총리후보 인준에도 보이콧으로 맞대응하며 일찌감치 정부에 각을 세워온 자유한국당에선 먼저 청문회를 통해 송곳검증을 받았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정부가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에선 재벌개혁 지휘의 적임자로 김 후보자를 내정하게 됐으나 당장 그에게서 다운계약서, 논문표절은 물론 아들의 군 복무 중 보직·특기변경 특혜를 비롯해 아내의 공립고교 영어강사 채용특혜 등 여러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불공정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확인한 결과 후보자가 적폐청산 영순위인 편법과 불법 등 ‘불공정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는 분명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공정 인사로 평가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지명을 즉각 철회할 것과 그 이전에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 결단을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에서 임명을 강행한다면 제1야당 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협치와 소통은 완전히 끝났으며 인사청문회를 계속할지 원점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김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하거나 지명철회 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원내대표는 회의에 앞서 가졌던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선 “의혹이 그대로 있는데 해명이 됐다고 여당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국회 보이콧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초강수를 던졌다.
특히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상한 냄새가 나는 음식이 있다면 먹어보고 버리겠느냐. 지독한 여러 냄새가 나면 버리는 게 현명하다”며 “이번 주에 불공정거래 위원장을 임명한다면 대통령 지지도는 청문회 때문에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런 예상이 들어맞은 것인지 공교롭게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성인 2527명을 상대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5월 4주차까지 84%에 달했던 지지율은 이번 5주차 조사에선 78%로 떨어져 인사 논란에 따라 상승세가 꺾이게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단 인사 논란 뿐 아니라 사드 추가반입 논란을 비롯해 최근 여러 면에서 야당과 충돌하면서 정권 초 기대됐던 협치 분위기가 사실상 깨졌다는 인상을 받았는지 주로 무당층과 야당 지지층, 보수 유권자들에서의 이탈이 두드러졌는데, 지역별로는 경기인천과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울산)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급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정부여당에 대한 시선이 점차 예전과 같지 않은 가운데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역시 이날 의원전체회의 직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관련, 오신환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후보자의 자격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부적격하다고 인식을 공유했다”며 “부인의 영어강사 채용 특혜의혹, 다운계약서 작성, 위장전입 의혹 등 문재인 대통령이 얘기한 5대 공직자 배제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오 대변인은 청문보고서 채택과 관련해선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과 폭넓게 의견을 교환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해 한국당처럼 청문보고서 채택까지 반대하고 나설 것인지에 대해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김 후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선 오 대변인이 언급했듯 부정적 시각이 상당했는데, 김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인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도 더불어민주당 당론에 따라 업무처리를 하겠다던 김 후보자의 발언을 꼬집어 “여당의 당론과 코드를 맞추겠다는 분에게 경제 검찰의 칼을 쥐어줄 수 있는지 굉장히 회의적”이라며 “학자로서 시민운동가로서의 전문성은 존중하지만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칼을 쥐는 지위가 합당한지에 대해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 내각 인선 협조 여부 관련해 국민의당에 촉각
이처럼 앞서 이낙연 총리 인준 당시와 마찬가지로 보수정당들이 하나 같이 문재인 정부의 인선을 문제 삼고 나서면서 이번에도 그나마 야권 중 가장 호의적인 국민의당이 과연 어느 쪽에 힘을 실을 것인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총리인준 본회의 불참에 이어 여야정 협의체 참여까지 거부하는 등 자유한국당의 협치 거부에 유감을 표한다”며 “협치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제1야당의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닐 것”이라고 한국당을 맹렬히 질타해 정부여당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이날 회의에서 김 원내대표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후보자가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로서 평생을 경제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점을 감안할 때 청문위원들과 원내지도부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혀 일부 긍정적 신호로 비쳐지기도 했지만 섣불리 예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를 보여주듯 박지원 전 대표는 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김 후보자와 관련 “개인적으로는 재벌개혁을 위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면서도 “당내 분위기는 김상조, 강경화 이 두 분에 대해 상당히 강경한 분위기”라고 전해 내부적으로 찬반이 갈려 있는 양상임을 내비쳤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든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기 위해 야당의 인선 반대 움직임에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5일 최고위에서 “세간에는 재벌개혁의 상징인 ‘김상조 때리기’의 뒤에는 재벌이 있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가 나돈다”며 “일부 언론에서는 자유한국당 의원이 과도한 김상조 때리기에 개인적으로 대단히 미안한 일이라며 당에서 시킨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고백을 했다는 보도도 있다”고 야권에 역공을 펼쳤다.
뒤이어 같은 당 김영주 최고위원도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향해 발목잡기 위해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집착할 경우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며 “보이콧까지 운운하는데, 정부여당 말고 국민을 보고 정치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한국당 측에서도 즉각 반발하며 민주당에 날을 세웠는데, 정무위 소속의 김선동 의원은 추 대표가 ‘재벌 배후설’을 언급한 점을 꼬집어 “여당 대표로서 어떻게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지 정말 유감”이라며 “저희들이 어떻게 재벌을 대변하는 청문회를 했겠냐. 이것은 심각하고 중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당에서도 같은 날 김성원 대변인의 공식 논평을 통해 추 대표를 겨냥 “김상조 후보자가 받고 있는 의혹 상당수는 민주당이 야당일 당시 고위공직자의 도덕성과 자질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던 문제들”이라며 “경거망동한 언행으로 국회 청문위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인사청문회의 본질을 호도한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사죄와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렇게 지난 2일 청문회를 마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놓고도 여전히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는 7일엔 김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여러 의혹에 휩싸인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와 과거 판결 전력을 놓고 구설에 오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동시에 열릴 예정이어서 이를 놓고도 어떤 파장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 벌써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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