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는 현재 시급 647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고 주당 근로시간도 현행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일 방침이다 보니 이전 정권에서 연간 7~8% 정도 대를 유지해온 최저임금 인상률이 향후 몇 년간 두자릿수대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일괄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가 개혁대상이라 외쳤던 재벌대기업보다는 자본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한층 치명타가 될 것으로 관측돼 당장 대·중소기업 양극화와 내수침체 속에 허덕이는 이들은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보여주듯 당장 중기중앙회에서도 8일 현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처음 마주한 자리에서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정과제 중 노동시장 현안에 대해선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지니계수가 0.304를 기록하며 0.295까지 내려갔었던 재작년에 비해 소득불평등 정도가 커졌고, 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도 지난해 5.45배에 달해 5.73배였던 2011년 이후 5년 만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산층 비율 역시 지난해 65.7%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하락함에 따라 전반적으로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양상을 띠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임금인상 주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2020년이란 목표시한을 정해놓고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정부의 정책효과가 그 수혜대상인 우리 사회의 저소득층에게로 온전히 갈 수 있는지는 이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섣불리 인상하려 하기보다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례로 일용직 근로나 음식점 업종에 상당수 취업해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이미 받고 있는 급여 수준이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데도 불구하고 매년 정부의 임금인상안이 발표될 때마다 무작정 봉급 인상을 요구하는 문제가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맹목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리게 된다면 거꾸로 국내 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만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실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 시급을 올리자는 차원에서 최저임금인상을 추진하려 한다면 이 같은 특정 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안해야지 일괄적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최저임금을 인상해봐야 이젠 무려 100만 명에 육박하는 외국인 취업자들의 해외송금만 돕는 격이다.
일견 이들의 해외송금 규모를 과소평가하며 최저임금 인상이 외화유출에 별 영향을 미치겠느냐고 반문할 이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2016년 기준으로 국내 상주 외국인 142만 5천명 중 외국인 취업자는 어느새 96만 2천명에 이르며 경남 최대 외국인 노동자 거주지역인 김해의 경우 여기서 근무하는 외국인 1만 8천여 명이 국내 6개 은행을 통해 고국으로 보내는 해외송금 규모는 연간 1억 8천만 달러(약 2183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방도시 하나에서만 해도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해외송금이 이뤄지고 있는데, 정부가 내수경기 침체를 걱정하면서도 이 같은 외화 유출 등의 요소는 도외시한 채 단순히 ‘최저임금 1만원’이란 상징적 수치에만 집착해 인상을 강행하게 된다면 자칫 내수를 살릴 우리 서민들이 아닌 외국인 노동자들만 배불리는 정책으로 엉뚱하게 흘러갈 수 있음을 분명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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