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여론 찬성 월등, 전직 외교장관 등 각계지지 잇따라 대통령 지지율도 동력

그럼에도 야권은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있던 12일에도 강경한 입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소위 ‘깜’이 안된다며 후보자의 능력을 문제 삼았는데, 여야는 추경 정국의 한가운데에서도 강 후보자에 대한 공방을 계속했다.
◆청와대, 보고서 채택 호소...전직 외교장관 10명 “4강 외교 해결 적임자”
청와대는 특별히 보고서채택을 간곡히 호소하는 브리핑을 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난 7일 개최됐다”며 “하지만 국회에서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논의가 진척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렇게 간곡히 호소 드린다”라고 당부했다.
박 대변인은 “국회는 그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그 첫 단추 꿰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바로 한-미 정상회담의 개최”라며 “또 다음 달 독일에서는 주요 20개국, 즉 G20 정상회담이 열린다. 주요 정상들과의 정상회담 가능성 등 외교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강경화 후보자가 외교부와 UN 무대에서 쌓아온 경험을 기반으로 또 새로운 리더십으로 외교의 새 지평을 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 드린다”면서 “청문 경과 보고서를 조속한 시일 내에 채택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거듭 당부했다.
10일에는 외교부장관 출신 10명이 후보자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김영삼 정부의 한승주·공로명·유종하, 김대중 정부의 이정빈·한승수·최성홍, 노무현 정부의 윤영관·송민순, 이명박 정부의 유명환·김성환 전 장관 등은 “강 후보자는 오랜 유엔 고위직 근무와 외교활동을 통해 이미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인사로서 주변 4강 외교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당면한 제반 외교사안을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특히 “강 후보자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유엔 무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문제도 국제공조를 통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궁극적으로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해 나갈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신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현시점에 강 후보자가 조속히 외교장관으로 임명되어 이런 주요 외교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나라의 국익 수호 차원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건을 조속히 마련해 주실 것을 간청한다”고 국회에 당부했다.
이에 앞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외교부 공무원 노조, 국제 구호단체들도 강경화 후보자 임명에 대한 지지 성명을 낸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에는 교육부 장관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 법무부 장관에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국방부 장관에 송영무 건양대 석좌교수, 환경부 장관에 김은경 지속가능성센터 ‘지우’ 대표, 고용노동부 장관에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등 5명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후속 인사를 했다.
이 후속인사는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한편으로는 시정연설을 통해 야당과의 협치를 당부하려는 일정의 하루 전 일요일이라 청와대의 정면돌파 의지가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강경화 임명 62%찬성, 민주 “계속 반대하면 임명 시기쯤 어떻게 할지 판단”
국민여론도 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월등했다. 12일 리얼미터의 발표에 의하면 강경화 후보자 임명 여부에 찬성 62.1%, 반대 30.4%로 찬성이 2배나 높게 나타났다.(이 조사는 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8,923명을 상대로 실시됐으며 응답률 6.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이런 여론과 각계 인사의 지지에 힘입었는지 더불어민주당은 12일부터는 당부와 기다림의 자세에서 벗어나 국민여론을 환기하면서도, 끝내 반대한다면 임명강행이 어쩔 수 없다는 뉘앙스를 남겼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어떤 얘기가 나오냐면 모두 통과시키면 야당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런 말까지 나오는데 저는 이런 태도에는 동의할 수 없다. 후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질과 역량을 봐야 되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야당의 반대 움직임에 대해 “세 명 후보자 중에서 최소 한 명은 낙마시킬 게임을 하는 것 같다”면서 “그런데 국민들의 여론도 임명해야 한다, 적합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야당이 계속 반대하면 임명을 해야 되는 시기쯤 가서 어떻게 판단해야 될지는 그때 생각을 해 봐야한다”면서 최종적으로는 임명을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는 정의당도 가세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2일 상무위원회에서 “최소한 한 명 낙마를 외치는 야3당의 태도는 인사의 시급성을 정부 길들이기의 기회로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강 후보자를 대결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개혁의지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문 정부를 출범시킨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대통령, 여론전· 선전전 나서” 국민의당 “인사청문회 폐지 요청해라”
하지만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서 만큼은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당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국회에 자주 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대통령 예우에 맞춰 맞이하겠다”면서도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 부적격 판정이 난 김이수·김상조·강경화 3인 후보에 대해 아무런 조치 없이 국회와 야당을 설득하려는 건 일방적 쇼(show)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진정한 협치와 소통을 하기 위한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온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직접 이분들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지명철회를 요구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비대위에서 “차라리 인사청문회를 폐지하라고 요청하는 게 맞을 것”이라며 “예외가 상식이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부적격 인사를 무조건 통과시켜주면 인사원칙이 무너지고 정치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은 불법과 편법이라도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억지에 불과하다”며 “정부여당이 부적격 후보자조차 무조건 통과를 압박하면 협치는 지속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박 위원장은 “강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도 다른 후보자와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은 잘못을 신속히 바로잡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잘못된 일을 철회하는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국회 판단을 존중해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협치요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국익은 파격적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며 “외교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명을 철회하고 새로운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속히 내정해 청문요청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전날 발표된 5명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이 내세우던 ‘인사 5대 원칙’의 수정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인사기준에 대한 여야 간의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한 바른정당은 문 대통령이 내세운 ‘인사 5대 원칙’ 하에서 국민들을 대신하여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철저한 도덕성 검증작업을 이어갈 것임을 밝혀둔다”고 그간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한편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연설에서는 물론 이전에 마련된 여야당 지도부와의 차담회에서도 인사와 관련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예산 심사가 이날 여야3당의 합의대로 원만히 이루어진다면, 인사문제에 있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야당의 협조는 요구하되 결국에는 국민여론과 대통령 지지율을 바탕으로 임명강행이라는 정면돌파를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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