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제보 조작 파문’에 벼랑 끝 선 국민의당
‘문준용 제보 조작 파문’에 벼랑 끝 선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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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 등 지도부 나서 사과…특검 요구로 국면 돌파 모색
▲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에 대한 입사특혜 의혹 관련 제보 내용을 조작한 국민의당 당원인 이유미 씨가 2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되어 남부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19대 대선을 나흘 앞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들인 문준용씨가 고용정보원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거세게 몰아붙였던 국민의당이 지난 26일 해당 의혹에 대한 조작 파문으로 결국 부메랑을 맞으며 ‘네거티브 공세’의 참담한 말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앞서 지난해 총선 직후 불거진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으로 홍역을 앓았던 국민의당은 지난 15일 2심에서도 무죄를 받으며 1년 만에 관련 논란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곧바로 문 대통령 아들 채용 특혜 의혹을 조작했었다는 초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특히 리베이트 의혹 당시에도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김수민·박선숙 의원들로 인해 당이 위기에 봉착하더니 이번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 제보 조작 파문에서도 안 전 대표가 창당 때부터 영입했던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카이스트 교수 재임 시절 제자였던 이유미 당원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잇따른 악재로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안 전 대표 뿐 아니라 국민의당 자체도 당장 한 자리 수 지지율에 대한 걱정은 차치하고 당이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되면서 근래 잠잠했던 ‘민주당 통합파’들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다시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 ‘특검 주장’ 국민의당, 與와의 동귀어진 전략?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26일 오후 돌연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당은 이준서 전 저희 당 최고위원으로부터 지난 대선 과정 중 문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개입 의혹과 관련하여 이유미 당원으로부터 넘겨받은 관련 카톡캡쳐파일 및 녹음파일을 넘겨받아 자료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으나 어제 이 전 최고위원에게 관련 자료를 제공했던 이유미 당원이 당시 제공한 자료가 본인이 직접 조작해 작성된 거짓 자료였다고 고백했다”며 “당사자인 문 대통령과 아들 문준용 씨에게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는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는 데 압박 받은 이유미 당원이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 근거였던 제보자 녹취파일은 자신의 친척이 연기한 것이며 카카오톡 캡쳐 화면도 조작한 것임을 당에 실토하면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따라 당은 조작된 의혹을 대선 당시 활용했던 점에 대해선 사과하면서도 사전에 조작됐단 점은 일체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조작 사실을 시인한 이유미 당원이 검찰 출두해 체포되기에 앞서 당원과 기자들에게 ‘당이 기획해서 지시해놓고 꼬리 자르기 하려고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 윗선의 지시에 따랐던 것임을 주장함에 따라 당초 일부 개인 일탈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선을 긋던 국민의당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이유미 당원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조작 지시를 내린 인물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었다고 지목하자 검찰은 즉각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으며 이 전 최고위원에게 듣고 상부에 해당 제보내용을 보고했다는 김인원 전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도 소환조사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국민의당은 오히려 자체 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도입하자고 주장하며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 더 나아가 특검은 이번 사건을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조사해서 국기문란사범으로서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려 주시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굳이 특검 도입까지 주장한 속내를 분명히 드러냈는데, “천인공노할 증거조작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준용씨 특혜 의혹에 면죄부를 줄 수 없다”며 “(문준용 특혜 의혹과 제보 조작) 두 가지 사건을 동시에 처리하도록 하는데 특검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사실상 역공에 나섰다.
 
▲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문준용 취업특혜 의혹 조작 파문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사과하면서도 특검을 도입해 문준용씨 의혹도 확실하게 함께 진상규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뿐 아니라 박주선 비대위원장도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혜채용 전체가 명쾌하게 해결됐다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국민 입장에선 문 대통령 아들 채용부분이 궁금할 것이고 민주당은 우리가 증거조작에 여러 사람이 관여됐는데 꼬리자르기 식으로 수사를 축소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하니 그 부분은 특검에 협조하면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김 원내대표와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여당인 민주당에선 백혜련 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을 통해 “조작을 시인한 정당이 ‘문준용씨 취업과 관련 특검 주장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물타기 시도를 하는 것이라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 與 ‘배후설’ 이어 ‘안철수 책임론’까지 전방위 압박 나서

 
이에 그치지 않고 백 대변인은 현재까지 이번 사건의 주모자로 거론된 이유미 당원과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꼬집어 “이유미 당원은 안철수 전 후보와 사제지간이다. 이번 조작 사건과 관계 있는 인물로 의심되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 역시 안철수 전 후보가 1호로 영입한 인물”이라며 “안 후보와 당시 책임 있는 사람은 국민 앞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범위를 안 전 대표에게까지로 확대했다.
 
이렇듯 여당이 배후설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당 창당주역이자 대선후보였던 안 전 대표에게까지 칼끝을 겨눠오자 국민의당 내에서도 ‘안철수 책임론’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칫 내홍이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이상돈 의원은 이번 조작 파문과 관련해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사전에 알지 못했더라도 정치적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상돈 홈페이지

그간 안철수계 의원으로 비쳐졌던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안 전 후보가 이 조작을 사전 인지했는지 여부와 관련해 “이걸 알고 그럴 사람은 아닌데 여하튼 본인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자신이 데려온 사람이 사고를 일으킨 것 아니냐. 거기에 대해선 응당 정치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의원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지원 전 대표에 대해서도 “이게 얼마나 큰 사건인데 그걸 자신들이 확실하게 검증 못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한 데 이어 당시 준용씨 의혹 공세를 담당했던 공명선거추진단에 대해서도 “(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 그 다음 김모 부단장 두 사람 다 검사 출신인데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스크린도 못하고 그 (제보 검증) 과정이 너무 허술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이 의원에게 비판받은 박지원 전 대표는 같은 날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제가 안 전 대표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이유미, 이준서 이런 분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모르겠다. 저는 안 전 대표도 보고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확신하고 있다”고 책임론을 일축한 데 이어 이 의원과 달리 안 전 대표의 도의적 책임 표명 필요성에 대해서도 일단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심지어 국민의당은 지도부에서 표명한 특검 도입 주장을 놓고도 내부적으로 이견이 나오고 있는데, 현 지도부는 물론 박지원 전 대표 역시 특검 필요성을 언급한 데 반해 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은 “일각의 특검 주장은 이 문제를 구태의연한 정치공방으로 물타기 하는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고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게 할 가능성이 있어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고 일부 의원들도 특검 도입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결국 의총을 통해 특검 도입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고자 했으나 찬반 양측이 평행선을 달린 끝에 당론화하는 데에는 실패해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특검 필요성을 제기하면)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당내 반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또한 필요한 접근법이란 찬성 의견도 있어 그 부분은 입장 정리를 안 하기로 했다”고 결과를 전했는데, 이는 오히려 난국에 처했음에도 분열 양상을 띠는 내부 상황만 불필요하게 노출시킨 꼴이 됐다.
 
◆ 한국당·바른정당, 與 견제 위해 국민의당과 한 목소리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다른 정당들도 저마다 정국 구도의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는 모양새인데, 제1야당으로서 여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자유한국당에선 정우택 원내대표가 이날 의원총회 직후 이번 파문에 대해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며 “사태의 추이가 어디까지 발전될지 여러 가지 얽혀있는 것 같아서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선 말을 아끼고 있다가 적절한 시기에 입장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한국당은 이날 김성원 대변인 논평에선 “국민의당 녹음파일이 조작이라고 문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 자체가 조작인 것은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도 관련 의혹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특검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조속한 특검수사로 모든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길 바란다”고 국민의당 지도부와 입장을 같이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으로선 국민의당이 이번 파문을 계기로 몰락하게 된다면 향후 인사청문회나 추경심사 등 주요 사안에 있어 국민의당은 정부여당이 요구하는 대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될 경우 여당이 정국 주도권을 더 확실하게 움켜지게 되는 반면 야권의 입지는 좁아지게 되기 때문에 우선 국민의당 쪽에 힘을 실어주고 여당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 바른정당에서도 자당과 더불어 캐스팅 보트의 한 축인 국민의당이 무너지게 되면 내내 여당에 끌려가는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과 제보 조작 사건 두 가지 모두 규명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이번 조작 파문을 놓고도 저마다 치밀한 계산에 들어가면서 향후 정국 주도권이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지난 대선 당시 해당 의혹의 반사이익을 입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침묵을 깨고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지 그의 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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