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체제, 시작부터 흔들리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체제, 시작부터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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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 정부 내각 구성 협조 의사에 당내 이견 불거져
▲ 지난 3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이 선출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가 지휘봉을 잡자 마자 당내 반발에 직면하면서 쉽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홍준표 신임 대표가 자유한국당의 새 지도부를 이끌게 됐지만 벌써부터 당 안팎에서 견제구가 들어오면서 출범하자마자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내에서는 인사청문회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선 어느 정도 협조하겠다는 홍 대표와 달리 정우택 원내대표를 필두로 문재인 정부의 인선 논란을 끝까지 문제 삼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당 밖에선 보수적통 경쟁을 해온 바른정당이 당장 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당 내홍의 원인이 되어 왔던 계파 문제와 같은 해묵은 과제 또한 확실하게 정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비쳐지면서 비주류 출신인 홍 대표에 저항하는 기존 세력들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홍준표-정우택, 주도권 놓고 첫날부터 신경전
 
지난 3일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홍 대표는 앞으로 정부여당 측과 당장 인사청문회 등 내각 인선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에 있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내지도부가 인사청문회 활동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도 “정부가 내각 구성도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고 협조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이 자리에서 홍 대표는 향후 장외투쟁을 이끌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정당의 대표는 원외와 원내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대표와 원내대표가 따로 있다”며 “(자신은 현역 의원이 아니어서) 원외에 있기 때문에 장외투쟁을 이끌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해석에 따라서는 가급적 대여투쟁은 원내대표에 맡기고 자신은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는 건 자제하겠다는 ‘협조적 태도’로 풀이될 수 있는데, 이를 보여주듯 하루 뒤인 4일 참석한 첫 최고위원회의에선 “원내대책은 원내대표가 말하고 정책은 정책위의장이 말할 것”이라며 원내지도부 목소리를 존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내각 구성을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는 입장이던 홍 대표와 달리 뒤이어 입을 연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 문제를 성토하며 홍 대표와 이견을 보였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원내대표는 인사문제에 대한 자신의 이런 기조를 확실히 못 박으려는 듯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 대표와 이야기했는데 당 혁신 재건과 관련된 문제는 당 대표가 주관하고 원내대표에 대해선 제가 하기로 했다”며 이론의 여지를 주지 않은 데 이어 전날 청문보고서가 처리된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임명이 강행될 경우에 대비해 긴급 의총까지 연 뒤 추경안과 정부조직법을 거부하는 무기한 보이콧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같은 날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나 내각 구성 협조 의사에 감사하다는 말까지 들었던 홍 대표는 이 같은 자신의 뜻이 원내대표에 의해 묵살당하면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우윤근 국회사무총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우리 당은 원내는 원내대표가 알아서 하고 저는 당 문제만 하는 걸로 그렇게 운영을 하긴 한다”면서도 “당론이나 당의 방침과는 배치되는 그런 원내 활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정 원내대표에 불쾌감을 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대표는 의총에 참석키로 한 소속의원들에게도 “의원들의 소신은 존중하지만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배치되는 그런 일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자신의 뜻을 따라달라고 압박하기까지 했다.
 
앞서 홍 대표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거기에 당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며 “떼쓰는 식의 방식은 제가 하지 말라고 했다”고 공언했던 만큼 장관 후보자들을 계속 문제 삼겠다는 정 원내대표와의 신경전이 본격화된 셈인데, 정 원내대표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곧바로 맞대응에 나섰다.
 
▲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홍 대표를 겨냥 “예전에 페이스북 올리듯 국민들이 듣기에 거북스러운 말씀을 계속한다면 저희 당은 굉장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 막 대표가 됐으니까 조금 더 원내 상황도 잘 파악을 해가면서 자기 소신과 생각을 충분히 당내에서 조율하고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정 원내대표는 5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홍 대표를 겨냥 “예전에 페이스북 올리듯 국민들이 듣기에 거북스러운 말씀을 계속한다면 저희 당은 굉장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 막 대표가 됐으니까 조금 더 원내 상황도 잘 파악을 해가면서 자기 소신과 생각을 충분히 당내에서 조율하고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거듭 홍 대표에 대해 “정치라는 건 다양성의 사회인데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면서도 “칼로는 손을 벨 수 있지만 혀로는 사람의 마음을 벨 수 있다. 언론이나 국민에게 엇박자로 가는 말을 하는 걸 자제해야 한다”고 한층 노골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인사청문회와 정부조직법에 대한 홍 대표의 견해와 관련해선 “최고위 결정이나 충분한 의견수렴에 의해 나온 게 아니고 아마 본인 생각에서 나온 개인 심정을 이야기 한 것”이라며 당론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결국 한 발 물러섰는지 홍 대표는 같은 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김상곤 교육부장관 임명을 꼬집어 “야당이나 국민 여론을 거스르는 각료 임명”이라며 “앞으로도 부적절하다고 판명된 인사들에 대해 계속 임명 강행을 한다면 상당히 정국을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과 한 목소리로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아예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했으니 할 수 없다 이렇게 하지 마시고 정말 출근 저지 투쟁이라도 해야 한다”며 미흡한 현행 청문회 제도를 구실로 대정부 공세에 미온적인 홍 대표가 좀 더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서도록 거세게 압박했다.
 
◆ 당내 인선과 바른정당에 대한 입장 놓고도 이견 드러내
 
이 같은 새 지도부 내 불협화음은 비단 인사청문회 문제만 놓고 일어난 것도 아니었는데, 신임 대표가 1명을 임명할 수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누구를 앉힐지에 대해 홍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면서 이들 사이에 불만 어린 목소리까지 튀어나왔다.
 
앞서 지난 3일 홍 대표는 전당대회로 대표에 당선되자마자 당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원내지도부와 가진 만찬 도중 “현재 PK지역의 최고위원이 없다”며 사실상 자신의 고향이자 도지사를 지낸 지역인 경남 출신의 인사에 무게를 뒀다.
 
실제로 이를 증명하듯 홍 대표는 하루 뒤인 4일 자신의 최측근이자 PK 출신인 이종혁 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는데,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의사를 먼저 드러냈다가 김태흠, 이재만 등 여러 최고위원들로부터 원내 출신으로 재고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끝내 원외 인사인 이 전 의원으로 임명 강행함에 따라 당장 지도부 내에서조차 볼멘 소리가 나오게 됐다.

특히 당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반감이 두드러졌는데, 이번 주 내로 당 인선을 빠르게 마무리 짓겠다면서 홍 대표가 원외 인사들을 대거 기용할 뜻을 밝힌 부분도 불만스러웠던 와중에 당장 지명직 최고위원직부터 원외 출신인 자신의 최측근을 지명했다는 점에서 약속했던 바와 달리 친박 청산에 들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 홍문종 의원은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PK 출신 원외 인사인 이종혁 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한 홍준표 대표를 향해 “대표가 당직을 임명한다든지 당 운영에 있어서 우리 당이 그동안 소홀했거나 손길이 닿지 않은 데 있는 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며 “그동안 해왔던 관행이 옳았다 생각하고 그런 면에 있어서 앞으로 우리 당의 여러 운영이나 인사 문제에 있어 대표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일방적 인선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 중에서도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5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이런 의견을 대변하려는 듯 전날 이종혁 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한 홍 대표를 향해 “대표가 당직을 임명한다든지 당 운영에 있어서 우리 당이 그동안 소홀했거나 손길이 닿지 않은 데 있는 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며 “그동안 해왔던 관행이 옳았다 생각하고 그런 면에 있어서 앞으로 우리 당의 여러 운영이나 인사 문제에 있어 대표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일방적 인선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이밖에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나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홍 대표가 내놓은 견해에 대해서도 일부 최고위원의 경우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데, 친박계로 꼽혔던 김태흠 최고위원은 4일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바른정당도 어차피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흡수되지 않겠나’라던 홍 대표의 발언을 들어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니 다음 지방선거 준비를 논의하는 자체가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며 회의적 반응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비유를 하자면 우린 집이 거의 무너져 내려가는 상황인데 집 개보수를 먼저 심혈을 기울여 하고 손님을 맞이하든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지금은 우리 당내 내부 정리와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홍 대표에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신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자 홍 대표는 5일 미국 체류 당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격에 나섰는데 “혁신에는 반드시 구 세력들의 저항이 따른다”며 “보수우파 정당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한 위급한 상황에서 일부 극소수 구박(舊朴 : 구 친박계)들이 저를 구박한다고 해서 쇄신과 혁신을 멈출 수는 없다”고 천명했다.
 
당초 ‘스트롱맨’으로 비쳐졌던 홍 대표가 의외로 초반부터 자신에게 도전하려는 당내 분위기로 좀처럼 자신의 리더십을 펼치기 쉽지 않은 상황인 가운데 빠른 시일 내에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주도권을 확고히 쥘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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