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기류’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상승기류’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 윤여진
  • 승인 2006.10.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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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난 이명박 전 서울시장
▲ 청계천을 안내하는 이명박 전 시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하면 대표적인 수식어 하나가 떠오른다. ‘불도저.’분석적·논리적이며 치밀하여 매사에 빈틈없이 일처리를 하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누구에게 말 하던지 자신의 의견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으로 유명하다. 내향적 사고형은 분석적·논리적이며 치밀하여 매사에 빈틈없이 일처리를 한다. 현대건설이 1965년 태국의 파타니 나리티왓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할 때 이명박은 적자가 날 것을 알아채고 故 정주영 회장에게 이렇게 직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일개 말단 경리사원으로 공사 윤곽이나 진행 과정을 종합적으로 볼 수 없고 전체 원가를 계산해볼 기회가 없어 단정할 순 없지만, 제가 어림짐작해볼 때 이 공사는 밑지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앞으로도 손해가 크게 늘어날 것 같아 걱정입니다. 혹시 알고 계시는지요?” 그의 솔직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그의 어머니는 국화빵 기계 옆에 뻥튀기 기계를 갖다놓고 두 가지 장사를 했다. 이명박은 교복을 입은 채 뻥튀기를 팔았다. 변변한 옷이라곤 교복 한 벌뿐이기도 했지만, 일이 끝나자마자 학교로 곧장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소년’에서 ‘시장’으로 그런데 하필이면 장사하는 곳이 여자고등학교로 통하는 골목이었다. 등하교하는 여학생들이 지나가며 쳐다볼 때마다 이명박은 모닥불을 끼얹은 것처럼 얼굴이 뜨거워져 견딜 수가 없었다. 이렇듯 이명박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우 내성적인 소년이었다. 대학에 진학한 뒤엔 이런 성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안으로 움츠러드는 소심한 성격을 대범하고 활달하게 바꾸기 위해 대학 3학년 때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그후로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자세의 외향적 성격으로 바뀌어 역동적인 삶을 살아가게 됐다. 지금도 그는 외향적으로 비치지만, 그렇다고 어릴 때의 내향형 성격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이명박의 타고난 성격은 ‘내향적 사고형’으로 보인다. 내향적 사고형은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 원리원칙을 고수한다. 그것을 뒷받침 하는 일화 하나. 그가 현대건설 중기사업소 관리과장으로 있을 때 ‘청운동 사모님’ 변 여사(故 정주영 회장의 부인)가 아는 사람을 중기공장 기능공으로 써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했다. 그는 회사에서 직원이 필요할 때 채용기준에 맞는 사람을 뽑아서 쓴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사장 부인뿐만 아니라 고향 사람들, 친척들의 부탁도 모두 물리쳤다. 이런 태도 때문에 ‘건방지다’ ‘융통성이 없다’는 말이 나왔고, 당시 코오롱에 몸담고 있던 둘째형 이상득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어느 날 저녁, 형이 그를 불렀다. “직장생활을 그렇게 원리원칙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사원일 때는 그런 자세로 일해도 되지만, 간부가 되어서도 그런 식으로 하면 곤란하다. 간부가 곧이곧대로 했다간 중역이 되지 못한다.” 이명박은 이렇게 답했다고 전해진다. “저는 지금 사원 신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원은 원리원칙대로 일해야 합니다. 사원의 신분으로 지나친 재량권을 행사하면 회사 전체가 흔들리고 맙니다. 만약 중역이 되면 그때 가서 그 위치에 맞는 융통성을 갖도록 하지요. 그러나 저는 중역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일화는 그의 모습을 대변하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행복은 소득만이 전부가 아니며 문화와 환경이 뒷받침돼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왔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저 사람은 아마 취미도 없을 거야. 일이 취미일 거야’라고 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는 취미생활을 철저히 즐기는 스타일이다. 틈나는 대로 클래식 음악을 듣고 골프와 테니스도 즐겨 친다. 런던 출장 중에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영국 로열발레단 공연을 보기 위해 파리에 갔다 밤늦게 돌아온 적도 있을 만큼 발레를 좋아한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은 ‘일이 취미이며 일이 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비즈니스나 정치를 하면서 각국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데, 그 나라의 문화를 모르면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성공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에티켓 같은 것이라고 여긴다. 서울시장으로서 이명박은 추진력을 갖춘 이상주의자다. 청계천 복원 공사가 대표적인 예다. 이밖에도 그는 서울숲 조성, 서울광장 및 숭례문광장 개장,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을 통해 서울을 인간중심의 문화도시로 만들려고 했다. 이러한 정책이 관철된 것은 끈기 있고 집념이 강한 그의 성격에 기인한 바가 크다.
◆살아있는 ‘불도저’ 2004년 7월 개편 시행된 대중교통체계는 초기엔 혼선이 빚어져 교통대란이 일어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명박은 서울시민에게 사과했고, 실무자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러나 이명박은 포기하지 않고 교통체계를 개편 시행한 첫날부터 두 달 동안 일요일도 예외없이 매일 저녁 9시 교통상황실에서 2시간씩 대책회의를 하면서 문제점을 꾸준히 보완해 나갔다. 그 결과 처음엔 다소 불편했지만 차츰 교통 소통 속도가 빨라져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성공을 거뒀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이명박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이명박은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상황에 맞게 정책을 선택하는 ‘융통성’을 갖고 있는 듯하다. 서울광장도 처음엔 ‘빛의 광장’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삼성과 LG 등에 검토를 의뢰한 결과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자 곧바로 잔디광장으로 방향을 바꿔 준공했다. 이처럼 문제가 발생하면 신축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일을 끌어간다. 그러나 이명박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은 ‘항상 옳다’는 생각에 빠지기 쉬운 성격이다. 경실련이 실시한 2004년 여론조사에서 이명박의 ‘의견수렴 능력’은 시민들로부터 낮은 점수를 얻었다. “시장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가”란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대답한 시민은 전체의 3.1%, ‘그렇다’는 13.4%였던 반면, ‘매우 그렇지 않다’는 32%, ‘그렇지 않다’가 34%였다. 부정적인 응답이 66%에 달한 셈이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이 시장은 ‘이래서 안 됩니다’ ‘저래서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부하를 싫어한다”는 말이 있었다. 이명박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사고한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능력은 부족해 보인다. 이명박은 정책을 추진하기 전 치밀하게 준비한다. 그리고 일단 시작하면 강하게 밀고나간다. 그는 평소 “한국의 지도자는 한 발짝이든 반 발짝이든 앞서 나가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일단 결정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해의 폭을 확대해가는 과정을 축소한다. 이명박에게 ‘불도저’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인지 모른다. 지난해 10월6일 발표된 문화연대의 ‘전문가 100명 설문조사’ 결과는 이명박에 대한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응축해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명박이 ‘가장 잘한 정책’으로 ‘청계천 복원사업’(26명)을 꼽았지만, 각론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가장 잘못한 사업’에는 뉴타운 사업(31명)이 1등으로 꼽혔다. ‘문화도시 서울’을 표방하며 노들섬 오페라하우스와 새 시청사를 짓는 일에 대해서도 반대여론이 만만찮다. 부지를 선정하는 데 전문가 의견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또 설명하는 인내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이명박의 강력한 추진력은 그의 언행에도 확연히 드러난다. 2005년 2월24일 서울시장 기자 간담회에서 이명박은 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측근은 “군대라도 동원할까?”라며 답답한 심정을 한탄조로 토로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더 높은 곳으로 대선을 불과 일년여 남긴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주자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 정치적·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과연 누가 각 당을 대표하여 대선 주자로 나오게 될지에 대한 추측역시 여기저기서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은 강력한 대선주자 후보임에는 분명한 사실이며, ‘실전’에서 경쟁력을 두루 갖춘 ‘예비후보’틀림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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