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탈원전 선언, 지금이라도 재고해야
일방적인 탈원전 선언, 지금이라도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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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강수 회장
고금을 통틀어 정책결정권자는 주요국가정책을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점은 상식 중의 상식이지만 과거 중국에선 대약진운동 당시 마오쩌둥이 쌀 생산량을 늘리겠다며 곡식을 먹어치우는 참새들을 보이는 대로 잡아 없애라고 지시했다가 참새 수 감소로 다음 해 메뚜기떼가 창궐하면서 오히려 대기근을 맞은 바 있다.
 
이른바 아마추어리즘과 일방적 의사결정이 결합해 빚은 대참사로 과연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게 생겼다는 점에서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는 게 참으로 씁쓸하다.
 
앞서 예로 든 쌀 증산 정책 못지않게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력생산에 대한 이야기인데,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자신의 대선공약대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전격 선언하며 건설 중이던 신고리 5·6호기 건설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촉발된 원전 안전성 논란을 계기로 원자력 발전 비중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대신 LNG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나가겠다는 구상인데, 과연 현실성 있는 대책인지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적잖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현재 4.7%에서 2030년까지 무려 20%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선 현재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인정되지도 않는 폐기물 가스를 이용하거나 폐목재를 태우는 방식이 신재생 에너지 비율의 대부분인 75%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고, 신재생 에너지하면 대체로 떠올리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실상 20%에도 못 미쳐 전체 발전량으로 보면 고작 1.6%에 불과하다고 한다.
 
특히 태양광, 풍력 발전 등은 미세먼지는 물론 최대 50일에 이르는 장마 같은 외적요소로 인해 전력생산이 안정적이지 못한 만큼 기후 영향 등을 거의 받지 않는 원전을 대체할 정도로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려가려면 예비전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원전보다 더 넓은 부지 확보는 물론 설비투자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신 전력생산에 있어서 경제적이냐를 따지자면 이 또한 원전에 크게 못 미치는데 시간당 발전단가가 원전의 경우 1kW당 68원이라면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1256.5원에 달해 향후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높일수록 전기료 인상은 물론 이에 따른 여파로 물가 인상과 국내총생산 저하도 불가피해진다.
 
비단 신재생 에너지 뿐 아니라 문 대통령이 2030년 주요전력생산 방식으로 꼽은 LNG(천연가스) 역시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전력생산단가 역시 요동칠 수 있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원자력발전보다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반대론자들이 탈원전을 주장해온 결정적인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을 통해 불거진 안전성 때문이지만 이에 대해 지난 12일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이 원전 전문가들과 함께 가졌던 토론회에선 2중 안전장치를 갖춘 데 불과한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현재 우리 원전은 5중·6중의 안전장치가 구비돼 있어 안전하며 원전은 지진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원전 반대론자들이 위험사례로 꼽아온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지진에 의해서가 아니라 쓰나미에 외부전원이 차단되고 비상발전기가 침수돼 냉각수 공급이 멈춰버리면서 결국 폭발하게 된 것이지만 당시 사고 원전보다 지진 진앙지에서 60km나 가까웠던 오나가와 원전은 해일 방벽도 제대로 갖춰 오히려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진이 원전에 미치는 영향이 전무한 것은 물론 태평양과 접한 일본과 상황도 다른 우리 원전에서 이 같은 쓰나미가 발생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괜한 기우라 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원전은 우리나라가 수십년간 운영하며 축적해온 기술은 물론 36조원에 달하는 생산유발효과도 갖고 있는데다 9만2천명의 고용유발 효과도 있어 20여분 간의 국무회의 토론을 거쳐 나온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하루아침에 중단해버릴 만큼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미 공사가 28%나 진행됐고 건설 중단에 따른 비용으로 2조6470억원이 수반되는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공사 중단 역시 대통령이 제대로 된 공론화도 없이 갑자기 일방적으로 발표해선 안 됐다.
 
당장 13일 신고리 원전 중단을 결정하기로 예정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에 한수원 노조 뿐 아니라 원전 지역주민들까지 피켓을 들고 나와 건설 중단에 반대한 것만 봐도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민심의 향배를 제대로 읽고 올 여름 역대 최대전력수요를 앞둔 상황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해 다시금 재고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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