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그토록 원전 반대를 주장해오던 환경론자들은 정작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서울 한복판에 있는 화력발전소를 지하화한다는 데 대해선 아이러니하게도 그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진설계를 애초에 기본으로 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아무 경험도 없이 세계 최초로 화력발전소를 지하화 한다는 데 대해선 그 구상에조차 의문을 가지지 않고 있어 개탄할 노릇이다.
일견 지상에는 공원을 조성해 위험성을 은폐하면서도 지하 30m 아래에는 무려 2만 6천여 제곱미터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원료로 하는 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것인데, 가스 누출 시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지하에 위치해 있어 폭발 위험성은 오히려 이전의 지상 발전소 때보다 한층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에 건설하면 당장 눈에 띄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란 심산인지 조삼모사식 대안을 맹목적으로 밀어붙이며 검증조차 되지 않은 ‘세계 최초’ 시도를 수년째 지속해 어느새 완공이 내년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지난 1994년 서울에서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가 일어나 1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도심 한복판이 초토화된 데 이어 1년 뒤인 95년에 일어난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에선 사망자만 101명에 달해 가스폭발의 위험성에 대해선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인데 그동안 서울화력발전소에선 액화천연가스(LNG)를 원료로 쓴다는 이유를 들며 이 같은 경고를 일축하고 있다.
천연가스(LNG)는 상기 사고의 원인이 된 액화석유가스(LPG)와 달리 공기보다 가벼워 누출되더라도 공기 중으로 쉽게 날아가고 2%만 응축돼도 불이 붙는 LPG와 달리 최소 5% 이상 되어야 불이 붙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피해규모 면에선 5% 이상 누적되어야 폭발하는 LNG가 LPG보다 훨씬 치명적이고 배기가스 처리는 물론 환기도 제대로 되기 어려운 지하에 LNG를 사용하는 발전소를 짓는다는 데에 있음에도 이에 대해선 LNG중간저장탱크를 따로 마련해놓지 않아 가스가 응축될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만 반복적으로 읊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검증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시설을 지하에 건설하면서도 도리어 안전하다는 명분으로 삼으려는지 공원 등 문화여가공간을 그 위에 마련하겠다며 위험성을 모르는 주민들까지 부지불식간에 인질로 삼으려 하고 있다.
심지어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도 최소 6.5부터 대체로 진도 7 이상을 기준으로 한 국내 원자력발전소보다도 낮은 리히터규모 6.3수준이다 보니 환경단체들은 지진으로 인한 발전소 참사가 그리 두렵다면 국내에서 경험한 적도 없는 원전 폭발 사고를 걱정하기보다 당장 실생활에서 수차례나 겪어온 가스폭발 위험성부터 주목해 서울지하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이나 주장하는 게 훨씬 설득력이 있다.
이미 서울화력발전소는 지난 2014년 5월에도 건설 도중 폭발사고가 발생하는 등 실제 공사 진행 중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아 지역사회의 불안감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점차 원전 비중을 낮추는 대신 LNG를 이용한 발전 방식 비중을 높여나가 2030년에는 제1의 주요전력생산 방식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이제 이 같은 우려는 마포구민 뿐 아니라 전국민의 몫으로 확산되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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