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보다 입사 초봉조차 새로 인상된 최저임금 수준보다도 많이 지급하고 있는 대기업보다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한층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심지어 사업 존폐의 기로에 떠밀렸을 만큼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의 기업도 많다.
벌써부터 일부 편의점에선 내년부로 새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되면 알바생 월급은 167만원으로 오르는 데 반해 사장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불과 186만원에 그치게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향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를 경우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안 그래도 장기화된 내수 침체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자영업계에선 최저임금 인상 결과 발표를 접한 이후 엎친 데 덮친 격이란 반응인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여전히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최소한 내년도 이에 못지않은 상당한 인상폭을 감당해야 한다는 데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비단 자영업 뿐 아니라 유례없는 청년 실업에도 불구하고 정작 인력난이란 역설에 직면해 있는 중소·영세기업들 역시 눈앞이 캄캄해진 상황인데, 당장 정부에선 최저임금 인상을 버틸 여력이 없는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3조원의 자금을 풀어 뒷받침해주겠다지만 매년 임금인상 때마다 세금을 투입하게 된다는 점에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하석상대식 대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일단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한 이유로 내세운 ‘소득 주도 성장’이란 논리 자체도 작은 내수시장보단 수출중심인 우리 경제구조상 결국 가격경쟁력만 떨어뜨릴 뿐 본래 목적대로 경기활성화라는 효과를 내기 힘든데다 1300조로 불어난 가계부채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린다 해도 경기활성화를 위한 소비 진작보다는 가계부채 갚기에 급급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급선무로 여기는 일자리 문제 역시 최저임금을 인상하게 되면 도리어 악화되는 역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급격한 임금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소규모 영세기업들은 어떻게든 인력 감축이 불가피해지고 설령 일자리 감축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도 이 같은 부담은 결국 소비자로 전가돼 물가 인상을 부채질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 뿐인가.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영세기업들은 외국인 노동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이렇듯 대책 없이 법정최저임금만 올리게 되면 어느덧 100만명에 육박하는 외국인노동자들에 의한 외화 유출은 한층 가속화되면서 만성적인 임금적자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작년만 해도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온 임금수입은 2009년 이후 최저치인 6억9310만달러에 그친 데 반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규모는 13억7630만 달러에 달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경기침체로 단기 외국인 근로자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있어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관측되는데다 우리나라에선 최저임금에 숙식비와 상여금을 제외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은 당초 정책목적과 달리 순유출만 부추길 뿐 내수 활성화로 연결되기도 어렵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은 ‘2020년’까지 ‘1만원’이라는 상징적 숫자에 집착한 정치인들의 한낱 포퓰리즘 공약으로 거론될 게 아니라 경제상황 전반을 면밀히 분석하고 경제전문가들의 신중한 검토를 통해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되는 사안임에도 단임제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 달성’하겠다는 허상에 빠져 이를 시행하기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이런 무책임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직업안정성과 연금제도를 노리고 남녀노소 모두 공무원에 몰리는 점에 착안해 중소기업 연금제도를 만들고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면 이것이야말로 최저임금 인상보다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윈-윈 정책이 아닌가 제안한다.
5년 동안 공무원 17만명을 증원하겠다는 ‘일자리 추경’ 예산을 중소기업 연금제도 재원으로 돌린다면 이보다 서너배 규모의 고용효과를 내면서도 외국인 근로자 수도 줄이고 고용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방안보다 우리 중소기업의 체질을 훨씬 건실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적어도 국민연금보다는 높으면서도 공무원연금보다는 낮은 정도의 수준으로 중소기업 연금제도를 시행한다면 중소기업의 높은 이직률을 낮추는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 노인빈곤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60세 이후 노후보장책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 일석이조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현 정부의 주요 정책권자들은 서민 실상은 모른 채 ‘을과 을의 대립’만 촉발시키는 최저임금 인상에 집중할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중소기업 연금제도 도입을 심도 있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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