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추경만큼은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 계속 견지”

한편 추가경정예산안은 공무원 증원을 반대하는 야3당에 의해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교착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나마 정부조직법 개편안 통과에는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핵심 사안인 추경안 처리에 대해서는 야당의 말바꾸기 등을 비판하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물 관리 일원화’ 제외한 정부조직 개정안 합의, 20일 오후 본회의 통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김선동 자유한국당, 이언주 국민의당, 정양석 바른정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물관리 일원화를 제외한 정부조직 개편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여야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차례로 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심사하고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여야가 합의한 내용은 ▲경호실의 차관급 대통령 경호처로 개편 ▲중소기업청의 중소창업기업부로 승격 ▲미래창조과학부 명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변경 ▲국민안전처 폐지 ▲행정자치부는 행정안전부로 개편 ▲국가보훈처장 지위 장관으로 격상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의 외청 독립 등이다.
중소창업기업부 소관 업무 중 기술보증기금은 금융위원회 감독을 배제하고 한국생산성본부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존치하기로 했으며 소상공인 담당부서를 국에서 실로 승격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차관급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설치되고, 산업통상자원부에도 차관급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한다.
단 수자원 관련 업무의 환경부 이관은 9월말까지 관련 상임위로 특위를 구성해 협의하기로 해 이번 합의에는 제외됐다.
여야는 정부 조직법 개정 관련 법안인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을 조속히 심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민주당 수석부대표는 “상임위가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라며 “관련 상임위를 전부로 할지, 일부로 할지는 이후 실무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합의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42일 만에 이루어졌다”며 “정부조직 개편은 새 정부가 천명한 ‘국민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다. 늦은 출발이지만, 새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충실히 반영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 대변인은 “특히 이번 협상의 쟁점이 되었던 ‘수자원 관리 일원화’는 ‘이권’이 아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기준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 있었다”며 “새 정부의 ‘국민의 나라’라는 비전이 고스란히 담긴 이 논의가 향후 특위에서 야당에 공유되고 지지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제 대변인은 이에 덧붙여 “이번 정부조직법 협상과정에서 우리당은 협치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 통큰 양보를 했다. 이제 야당의 차례”라며 “야당은 더 이상 문재인 정부 발목잡기를 멈추고, 일자리 추경을 비롯한 국민과 민생을 위한 결정에 ‘대승적 참여’로 화답할 것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여야교섭의 총사령관인 우원식 원내대표는 추경안이 합의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야3당의 문재인 대통령 흔들기에 더불어민주당은 결코 좌고우면 하지 않고 일자리 만들기 원칙, 훼손 없는 추경 처리를 반드시 해내겠다”며 “또한 문재인 정부의 두 날개 중 한 날개라도 먼저 펴기 위해 오늘 정부조직법 처리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 명칭을 야당의 주장대로 변경했고, 무엇보다 핵심 쟁점이었던 ‘물 관리 일원화’를 국회 내에서 조금 더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며 “‘물 관리 일원화’는 어제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어 있지만, 우선 새 정부를 안정적으로 출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이 같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여당의 양보를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에서 여당이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며 “이제 추경에 야당이 묶은 부당한 족쇄, 문재인 정부의 최소한의 요구도 이제는 야당이 풀어줄 것을 엄중하게 당부 드린다”고 추경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우 원내대표는 한편으로는 “민주당은 야당 입장을 충분히 들어가면서 수용가능한 선, 합의 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면서 “이 정도면 대통령이 충분히 국회의 논의를 존중하고, 여당은 협치에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야당은 민심을 존중하는 공당으로써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아닌가?”라고 야3당의 비협조를 질타하기도 했다.

추경과 관련해 야3당은 공무원 증원 관련비용 80억 원을 문제 삼고 있다. ‘공무원 증원 반대’라는 명분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이 일단 추경안에선 관련 예산 80억 원을 삭감하되, 목적예비비 500억 원으로 공무원 증원 관련비용을 충당하자는 절충안을 내놨으나, 야당은 예비비 집행 부대조건으로 ‘예결위 승인’을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도읍 자유한국당, 황주홍 국민의당, 홍철호 바른정당 의원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을 내고 “국민 혈세로 먹여 살리는 공무원의 무분별한 대규모 신규 추가채용에 반대한다”며 “정부는 국민적 동의 없는 대규모 공무원 증원계획을 고수할 것인지에 입장을 조속히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여당이 어제 갑자기 추경을 통한 공무원 증원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공무원 1만2000명을 편법으로라도 금년 내 추가 채용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입장이 노출됐다”며 “구체적인 증원 수요계획 없는 공무원 배가 움직임을 지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현재 우리나라 국민 50명 당 1명이 공무원”이라며 “1년 평균 3만 8,000명의 공무원을 채용하고 있는데 정부는 매년 공무원을 두 배씩 새로 늘려 5년간 17만 4,000명을 추가 채용하겠다고 한다. 이 경우 향후 30년간 인건비만 327조 8,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에 대해서만큼은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할 것”이라며 “추경안에 들어있는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려는 예산은 반드시 들어낼 것이라는 저희 당은 입장은 불변하다”고 단호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대선 때 약속한 것은 안전과 사회복지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하여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자는 것이었지 문재인 정부처럼 단순히 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공약이 아니었다”며 “더구나 차기정부에 30년간 500조가 넘는 부담을 안기는 공무원 증원을 임기 5년의 문재인 정부가 아무런 국민적 동의 없이 취임 두 달 만에 추경이라는 편법으로 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인기영합 식 정책이기 때문에 결코 동의할 수가 없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추경을 통한 무책임한 공무원 증원을 포기해야 한다”며 “왜 세금으로 공무원 증원하겠다는 것에 매달려 나머지 11조원의 추경자체를 무작정 방치하고 있는 것인가. 충분한 논의와 준비기간을 거쳐서 본예산을 통한 근본적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공무원 증원에 대한 강력한 반대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편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추경을 통해서 공무원 증원을 반대하는 것은 저희 당의 일관된 입장이었지만, 올해 편성된 목적예비비 500억과 거기에 소방관과 경찰관, 부사관 1만 명 이상을 증원하는 것은 이미 본예산에 포함되어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지나치게 오래 끄는 것은 자칫 국정에 발목을 잡는 것으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협상과 합의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여야가 늦지 않게 추경 합의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여야합의에 대해 여지를 뒀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우리 주도를 통해서 기왕에 국회가 정상화 이뤄졌기 때문에 이 추경문제나 정부조직법 문제도 우리가 주도해서 해결하는 모습이 비춰졌을 때 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높아지지 않겠는가 생각한다”라고 추경안 협의에 적극 임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일단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통과되어 여야합의가 필요한 두 가지 사안 중 한 가지는 해결되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공약 1호로 강조하는 ‘일자리 추경’은 여야합의에 이르지 못해 여당과 정부를 애타게 하고 있다. 그나마 국민의당 내에서도 김동철 원내대표만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박주선 위원장,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당분위기 변화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바른정당도 상대적으로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 합의 내지는 표결을 통한 의결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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