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우당’에는 누가 남을까
‘잔우당’에는 누가 남을까
  • 배재우
  • 승인 2006.10.2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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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김혁규·강금실·천정배 각축 뒤 비노신당 후보와 ‘단일화’ 가설
▲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범여권 정계개편’의 조짐이 긴박해지고 있다. 정대철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이 ‘비노 범여권 통합신당론’을 제기한 것이 벌써 지난 8월. 추미애 전 의원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 10월 16일에 만나 “함께했을 때 우리는 늘 승리했다”며 미묘한 여운을 남기더니, 정 전 의장과 연대설이 나도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마저 지난 10월 2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당 실패론’에 동의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정동영-김근태-추미애를 축으로 하는 신당설은 확정된 시나리오처럼 간주되고 있다. 한편 저항하는 흐름도 만만치 않다. 친노 세력을 중심으로 인위적 정계개편에 맞서는 세력이 조직화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들의 영향력을 전망해본다. 먼저 목소리를 높인 이는 김형주 참여정치실천연대 대표. 김 대표는 지난 18일 참정연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 전 의장의 ‘분당 실패론’에 대해 “매우 자의적이고 무책임한 처사”라며 “정 전 의장은 철거전문 회사에 취직해야 맞는 거 아닌지”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김 의장의 발언이 나온 직후에도 “열린우리당이 창당 정신에 맞게 해오지 못한 것이 잘못이고, 분당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런 발언이 당을 이끌어온 사람들에게서 나왔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친노 세력인 의정연구센터 소속의 최재성 의원도 “결과론적 사고”라며 “열린우리당의 창당 가치까지 소멸됐느냐는 좀 더 인내하며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분당 책임론’의 불을 지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민주당은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담보해내지 못했다”고 반론을 펼쳤다. 이 같은 대립이 차후 분당 사태로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과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갈린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참정연 소속의 한 의원은 “비례대표를 빼면 신당행에 동참할 의원수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비노신당론을 평가 절하했다. 반대로 범여권 통합신당을 주도적으로 준비하는 진영의 다른 의원은 “이대로는 내년 대선에서 대책이 없다. 열린우리당의 다음 전당대회는 없을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양쪽 모두 동의하는 내용은 참정연·의정연을 축으로 하는 열린우리당 사수 세력과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바른정치모임을 축으로 하는 비노신당 세력의 골이 깊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분당은 이합집산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두 세력의 정책과 노선에 따라 언제고 갈라질 것만은 틀림없다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11월 국정감사 일정을 끝으로 촉발될 범여권 정계개편으로, 열린우리당이 잔류 세력과 신당 세력으로 분열될 것이라는 가정도 그리 무리는 아니다. 그러한 가정 하에 과연 어떤 세력이 열린우리당에 남을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점검해본다.
▲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
먼저 개혁국민정당 출신이 주축이 된 참정연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두관 전 최고위원을 필두로 3천명의 회원을 보유한 열린우리당의 외곽조직. 원내에는 23명의 의원이 참정연에 적을 두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12명 내외의 의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후원자로 자리매김한 김혁규 의원을 축으로 친노직계 의원들이 모인 의정연은 18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의정연은 몇 차례의 논의에서 ‘도로 민주당’은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여기에 11월 10일경 참정연·의정연이 열기로 한 ‘진보적 실용주의’ 토론회에 열린우리당 내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처음처럼은 지난 7월에도 정계개편 논의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참정연·의정연·처음처럼에는 상당수 의원들이 중복 등록돼 있으나, 산술적으로 단순 합산하면 최대 45명을 헤아린다. 이중 일부 정동영·김근태계 의원들과 민주당과의 통합론을 무작정 배제할 수 없는 호남권 의원들을 제외해도 최소 30명 전후의 의원들이 남는다. 비례대표도 있다.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는 총 23명. 언급한 3개 모임에 소속된 의원 7명을 제하면 잔류가 유력한 의원들은 최소 45명에서 최대 60명선이다. 반대로 말하면 141석의 열린우리당에서 비노신당에 합류할 의원들이 숫자는 80명을 웃돌 수도 있는 셈이다. 물론 향후 ‘진보적 실용주의’로 집약되는 창당 정신과 내년 대선 승리 사이의 명분 싸움의 결과에 따라 숫자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천정배·신기남·임종인·최재천 의원 등의 거취에 따라 명분 싸움의 주도권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민주당 분당 때 민주당에 남은 이들을 소위 ‘잔민당’이라 불렀다. 당시 비례대표직을 유지하느라 민주당에 남았던 전국구 의원들은 ‘잔민당 흔들기’에 일조했다. 그렇다면 비노신당에 동참하고 싶지만 비례대표직 때문에 남는 의원들도 ‘잔우당 흔들기’에 나설까.
▲ 천정배 전 법무장관
‘잔우당 시나리오’가 가정에 불과해 논의가 깊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런 일이 없을 것으로 예측한다. 민주당 분당 창당 때는 3김정치 청산이라는 명분 때문에 격렬한 대립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이번에는 서로의 현실적인 입장을 이해하고 동료의식도 있는 데다, 대선을 앞두고 제휴관계를 모색해야할 처지다. 분당되더라도 평화로운 ‘합의이혼’이 될 것이라는 전망. 심지어 열린우리당 분당 자체가 오픈 프라이머리에 이은 또 다른 대선 흥행 이벤트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열린우리당 잔류세력과 비노신당 세력이 각각의 대선주자를 선출한 다음, 대선 직전에 후보단일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잔류세력의 대선후보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인물은 참정연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의정연의 김혁규 의원이다. 여기에 강금실·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합세한다면, 이들만으로도 선명성의 부각과 지지세력의 결집이라는 이중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선출된 인물이 고건 전 총리 등이 출마할 비노 통합신당의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선출된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는 가설이다. 후보단일화의 효과는 이미 1997년 DJP공조와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합의이혼’ 후 친구로 남는다? 아직 ‘잔우당 시나리오’는 가설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은 이미 몇 차례의 학습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에, 분당-후보단일화의 시너지 효과가 생각만큼 클 것인가도 미지수다. 그러나 정책과 노선을 통한 정당정치·대중정치의 실현을 바라는 이들은 아직도 인물을 따라 움직이는 열린우리당에게 ‘차라리 헤어지라’고 주문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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