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 밝히고, 뒷문 열어놓고 ~
‘홍등’ 밝히고, 뒷문 열어놓고 ~
  • 문충용
  • 승인 2006.10.27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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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명성(?) 찾기 나선 장안동의 밤거리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밤 경제가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 오히려 특별법 시행 이전보다 더 퇴폐적이고 음성적인 영업행태도 새롭게 등장하는 등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메이저급으로 분류되던 룸싸롱, 단란주점 등 소위 1급유흥업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등 성매매특별법의 여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2급 업소들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퇴폐 변태 영업으로 특별법 파동에 대처하고 있어 신종 영업형태도 등장하는 등 한국의 밤 문화는 이제 모 아니면 도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경기침체와 접대비 실명제, 성매매특별법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국내 위스키 판매가 20% 가까이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263만 상자로 전년의 320만 상자에 비해 18%나 줄어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스키 판매량 급감 위스키 종류별로는 17년산 이상의 최고급 슈퍼프리미엄급은 62만상자가 판매돼 10% 감소하는데 그친 반면 위스키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프리미엄급은 194만상자가 팔려 20%나 줄었고 스탠더드급은 34% 감소했다. 서울 강남에서 10년간 주류업을 해 온 김모(51?남)씨는 지난해 초부터 위스키 판매량이 줄기 시작해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부터는 현저하게 판매량이 줄었다라며 심지어 몇 년 동안 주류를 공급해온 룸싸롱들 중 문을 닫는 업소들이 늘고있어 술 판매는 물론 밀린 주류판매대금 회수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물장사 10년만에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 이제 이 직업도 끝난 것 같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류업계의 불황은 비록 단적인 예로 꼽히지만 이는 결국 소위 '물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미 서울 강남의 잘 나가던 ?텐 프로?업소들 중 문을 닫은 곳이 절반에 이를 정도다. 그나마 남아있는 업소들조차 고객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강남의 유명한 ?텐프로 ? 업소 중 하나는 P 룸싸롱 지배인 박모(47 남)씨는 ?평소 연말이면 단골손님들도 한 달 전에 예약을 할 정도로 빈 룸이 없었는데 지난 연말에는 룸 채우기에 급급했었다?라며 ?손님들이 떨어진 만큼 아가씨들도 떠나고 있어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P 룸싸롱에서는 단골고객들에게 주류 서비스, 봉사료 인하 등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지만 그래도 줄어든 매출은 좀처럼 다시 오를 줄 모른다고 한다. 이처럼 소위 1급 업소들이 파리를 날리며 사양길에 접어드는 반면 마이너 업종들이 변모를 거듭하며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발소'로 유명한 서울 장안동이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경찰의 '융단 폭격'으로 인해 초토화 됐기 때문이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경찰청이 퇴폐 이발소를 상대로 집중 단속을 벌여 전국적으로 3천여명의 업주가 형사입건 됐다. 불법적으로 운영되던 업소도 1천여개나 문을 닫았다. 장안평 전철역을 중심으로 경남호텔 부근까지 한집 건너 '이발소'가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장안동의 '이발소 명성(?)'은 전국적으로 자자할 정도였다. 이런 장안동도 경찰의 공습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경찰의 집중 표적이 된 장안동 이발소들은 경찰의 단속으로 상당수 업소가 문을 닫아야 했다. 지난 99년부터 이곳에 이발소를 인수, 영업을 해 온 최모(56?남)씨는 지난해 11월 업소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주면 업소들이 경찰의 단속에 속속 문을 닫자 자진해서 휴업을 한 것이다. 최씨는 '어떻게 알았는지 경찰이 밀실의 위치까지도 파악하고 있을 정도였다[라며 '다른 업소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상황에서 어떻게 간판 불을 켤 수가 있겠는가. 어쩔 수 없이 잠시 문을 닫아 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찌어찌 단속을 모면한 업주들도 사실상 영업을 포기, 문을 닫은 상태나 마찬가지 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씨는 문을 닫은 2개월 동안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연말부터 다시 문을 열어 현재 불황속에서도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업소들도 마찬가지 였다. 경찰의 공습을 피한(?) 업소들이 하나 둘 다시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새로 문을 여는 업소들은 모두 '리모델링'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장안동의 명성(?) 회복에 나서고 있다. 이발소의 이유있는 변신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바로 '이발소'라는 간판이 사라지고 있는 점이 눈에 뜨인다. 속속 장안동의 밤거리를 밝히고있는 이들 업소들은 'OO남성휴게실' 'XX남성전용 마사지' '△△휴게텔'등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업소주변을 서성이며 지나가는 행인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들의 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최근 장안동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C 남성휴게실 김모(49?남)씨는 ?삐끼를 통해 호객행위를 할 경우 '나 잡아가슈'하는 격이 된다?라며 '호객행위는 하지 않지만 업소주변에 직원들이 나가 있다'고 말했다. 비록 간판불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지만 경찰 단속을 의식, 보다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C 업소 역시 지난 3개월 동안 문을 닫고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한 업소다. 이미 그동안 장안동 매니아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던 이곳은 다시 문을 열자마자 호황을 누리고 있다. 김씨는 이를 '변신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업소들도 상당수 리모델링 공사를 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장안동의 변화를 전하기도 했다. 김씨의 말처럼 지난해 경찰 단속으로 거의 죽은(?) 것 같던 이 곳은 그러나 두 달여가 흐른 지금또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훤히 불을 밝히고 있다. 물론 매출이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새로 문을 여는 업소들이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이전의 명성을 거의 회복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불과 두 달 전 경찰 눈치를 보며 움츠렸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영업핸태는 많이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 거리를 지날 때 어김없이 잡아끌던 ?삐끼?들의 모습이 현저하게 사라졌다. 대신 이들은 업소 주변에서 손님이 들어갈 때마다 업소측에 무전으로 손님의 출입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삐끼'의 무전과 업소 입구에 설치된 CCTV로 손님을 확인한 업소에서는 그제서야 닫힌 철문을 열어준다. 즉 평소에는 문을 굳게 닫아 걸어놓는다는 이야기다. 이는 바로 경찰의 단속 때문이라고 업소 관계자는 말한다. 그러나 일단 업소에 들어서면 '단속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요즘에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자주 단속여부를 묻는 것이 변화된 풍경 중 하나라고 한다. 두 달만에 문을 연 C휴게실은 내부도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흐릿한 붉은 전등 아래 비치는 내부모습은 예전의 높은 칸막이가 낮아지고 간소화 돼 있었다. 하지만 침침한 복도를 지나 벽으로 위장된 밀실로 통하는 통로는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 없었다. 그러나 밀실(?)이라 불리는 방은 더욱 변모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전에 공동 욕실 하나에 2~3개씩 딸려있던 방들이 각각 원룸 형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침대는 물론 욕실까지 완벽히 갖춰놓은 개별공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샤워 따로, 2차(?) 따로 행해지던 서비스가 이제는 한곳에서 모두 해결되는 셈이다. 각 방들의 문은 한번 닫히면 밖에서는 열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 이것도 업소측의 경찰의 단속을 대비한 장치인 셈이다. 손님에서 서비스(?)를 하는 여종업원들마저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그동안 '이발소'로 유명했던 장안동도 주로 30대 초?중반의 여종업원들과 심지어는 40대 여종업원도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나마 잘 나간다는 일부업소들의 여종업원들도 거의 20대 후반 내지는 30대 초반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로 20대 여종업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오갈 곳 없어진 윤락여성들과 1급 업소 아가씨들이 일부 장안동으로 흘러들었기 때문이라고 업소관계자는 귀띔해준다. 최근에는 다시 문을 열면서 강남의 잘 나가던 아가씨들을 스카웃 해오는 업소도 있을 정도라도 한다. 서비스도 이전의 이발소 수준에서 터키탕 수준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서비스 시간도 한시간 정도로 늘어났다. 대충대충 하던 마사지 시간이 30분 정도로 길어졌다고 업소 관계자는 전했다. 무엇보다 이곳 업소들이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단연 경찰의 급습(?)이다. 최근에는 경찰들도 사전에 정보를 입수, 밀실의 위치와 윤락의 증거로 사용되는 콘돔 수거처 등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밀실이 원룸으로 바뀌면서 각 방마다 설치한 좌변기가 바로 완전범죄(?)의 수단으로 등장한 셈이다. 또한 각 방마다 스피커를 설치, 경찰의 단속이 시작되면 곧장 스피커를 통해 대피명령이 내려진다. 업소 입구에 설치된 CCTV도 경찰 진입을 확인 한 이후 손님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대비책인 것. 더욱이 각 밀실 문을 안에서만 열 수 있게 만든 것 역시 철저한 단속용 인 것이다. 결국 경찰이 출입문을 뜯고 진입한다 하더라도 손님과 종업원의 윤락 증거를 포착하기는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대대적인 장안동 이발소 단속에 나섰던 서울 S경찰서 한 관계자는 '최근 장안동 이발소들이 간판을 바꾸고 다시 영업에 나섰지만 이전보다 치밀한 영업형태를 띄고 있어 사실상 이들을 단속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쫓고 쫓기는 그들의 리그 2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다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장안동. 밤거리를 밝히며 반짝 반짝 돌아가는 오색등 뒤에는 경찰과 업주들간의 복잡한 사연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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