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乙’ 택배기사, “CJ대한통운→대리점, 인사개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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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택배기사, 대리점 불공정거래 신고…공정위, 서면조사
▲ 경주 A지점의 불공정거래 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던 한 택배기사는 CJ대한통운 본사가 대리점의 택배기사의 고용에 암묵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CJ대한통운의 블랙리스트 논란이 잠잠해지던 찰라 이번엔 대리점과 택배기사간 불공정 거래 의혹에 공정위가 나섰다. 공정위는 CJ대한통운 본사가 대리점과 연루됐다고 보고 본사와 대리점 간 오갔던 서면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대리점을 본사의 ‘위장도급회사’라고 표현했다.
 
8일 공정위와 택배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CJ대한통운 본사를 대상으로 경주지역 A대리점과 소속 기사들 간 불공정 거래에 대한 의혹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에 걸쳐 A대리점 기사들이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 대리점의 불공정 행위 실태
 
A대리점의 택배직원 김모(42)씨 외 22명은 지난 4월 11일에는 대리점주가 임의로 책정한 과다 수수료 공제, 차량도색(CJ대한통운 로고) 자기부담, 의무를 강제하기 위한 담보설정 등에 대해, 또 6월 8일에는 배송‧집하작업 외에 3시간이 넘는 화물취급‧분류업무 동원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신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이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서 내용을 풀이하면 일반적으로 택배기사들의 수수료는 보통 800원 가량되는데. 하루 평균 250개를 배송한다면 일당이 20만원이다. 이것이 전부 수입이 되는 것은 아니며, 이 중 6개월마다 부가세 10%를 내 720원, 10%의 대리점 수수료를 공제해 최종 금액은 640원가량이 된다. 공제액은 대리점주가 가져가게 된다. 여기에 택배기사들이 자영업자에 가까운 특수고용근로자이기 때문에 기름값, 보험료, 차량정비비 등 차량유지비는 별도로 자기부담이다. 해당 신고서에서는 이 밖에 공제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A대리점 택배 직원은 “CJ GLS와 대한통운이 합병되면서 사업자등록증을 제출하지 못한 경우가 있는데, 대리점 사장은 이를 이용해 자신의 소득으로 신고하는 대신 수수료를 갈취했다”며 “3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5%를 공제했고, 택배기사들의 소득이 자신의 소득으로 잡혀 자신이 성실신고대상자 개인사업자가 돼 누진세를 적용하는 세율이 35%에 이르렀다며 소득세 명목으로 15%를 일방적으로 공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A대리점은 기사수에 비례해 사무경리직이 9명 당 1명인 2~3명있어야 함에도 1인이 처리했고, 사장은 제 시간에 사무실에서 업무를 돕지 않고 ‘투잡’을 뛰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노조 설문조사 결과 절반이상의 택배기사들이 수수료 체계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CJ와 대리점간 수수료 체계와 인사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CJ대한통운 한 대리점은 수수료 등 대리점의 부당행태를 수집해 26명의 공동 의견서를 제출하고 항의하자 택배기사 B씨를 해고했다. 해당지점 택배기사들에 따르면 일방해고된 B씨는 공공연히 기사들 가운데 ‘택배노조 공식 1호 해고자’라고 불리고 있었다. B씨는 대리점 수수료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대리점주의 해고 대상이기도 했지만,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회사차원에서 상대하는 택배노조원이었다는 점에서 기사들 가운데 해고 관련 회사의 입김이 있었다는 후문이 돌았다. ⓒ 뉴시스

◆ CJ대한통운, 대리점에 어디까지 개입하나?
 
경주 A지점의 불공정거래 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던 한 택배기사는 CJ대한통운 본사가 대리점의 택배기사의 고용에 암묵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본사는 A대리점에서 법적 소송문제가 발생하자 6월 20일 A 대리점을 계약해지시켰는데, 앞서 B씨가 수수료 등 대리점의 부당행태를 수집해 26명의 공동 의견서를 제출하고 항의하자 대리점은 B씨를 해고했다. 해당지점 택배기사들에 따르면 일방해고된 B씨는 공공연히 기사들 가운데 ‘택배노조 공식 1호 해고자’라고 불리고 있었다. B씨는 대리점 수수료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대리점주의 해고 대상이기도 했지만,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회사차원에서 상대하는 택배노조원이었다는 점에서 기사들 가운데 해고 관련 회사의 입김이 있었다는 후문이 돌았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앞서 블랙리스트 논란에서도 등장했는데, 지난 12월 동부이촌동 대리점이 폐점됐고, 계약해지된 4명은 택배노조를 준비하던 이들이었다. 작년 12월 경 CJ대한통운은 노조를 준비하다 해고당한 4명의 기사들이 타 대리점에 재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한 대리점주가 ‘회사에서 받아들이지 말라는 리스트에 올라 곤란하다’는 말이 녹취되면서 ‘CJ대한통운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또 한명의 기사는 4월 해고된 A씨의 ‘사번’ 말소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보통 기사들이 자의든 타의든 계약이 해지되면, 회사에서 나온 사번은 한참동안 방치되거나 남아있게 된다”면서 “택배노조였던 A씨같은 경우 4월 3일 세 번째 내용증명을 받고 계약해지된 뒤 바로 사번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본사가 대리점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평소에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단체 의견 등이 있을라치면 터미널에 1~2명씩 배치된 CJ대한통운 본사직원이 ‘불만있으면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을 건네 기사들은 항상 본사직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CJ대한통운에서 업무관련한 모든 매뉴얼을 대리점을 통해 지시하면서, 기사들의 수수료 등 처우는 뒷전”이라며 “업무와 인사문제 등 본사에 이익과 관계된 경우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대리점과 기사들 간 불공정거래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공정위는 경주지역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불공정행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이며 대리점이 없어졌기 때문에 본사에 서면 자료를 요청한 것일 뿐”이라며 “CJ대한통운과는 관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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