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루비콘 강을 건넌 것 아니다”
“북핵, 루비콘 강을 건넌 것 아니다”
  • 배재우
  • 승인 2006.10.29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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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화 한나라당 국회의원
▲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북한 핵실험을 둘러싸고 고진화 의원이 또 한번 한나라당 당론에 맞서 ‘PSI 참여 확대 반대’와 ‘대북 경협사업은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기왕에 소장파였던 원희룡·남경필 의원이 상당 부분 당론을 받아들이기로 한 마당에 이번 고 의원의 소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한나라당 내부의 시각이 많다.


고 의원이 북한 핵실험 문제를 둘러싸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낸 근거와, 한나라당의 주류 세력과 ‘이념과 노선’이 다른 데도 한나라당에서 남아 있는 이유에 대해 들어본다.
 

◆한나라당 주류의 당론과는 달리 포용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셨다


‘평화의 문제’는 찬반으로 갈려 토론할 문제가 아니다. 경제나 국민들의 안위와 직결되기 때문에 시류나 대권 전략에 입각해 정략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 박정희 정권 때 이뤄진 7·4공동성명에 대해 민주화세력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었나. 아니면 공안정국 때 이뤄진 남북기본합의서를 부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는가. 2000년 정상회담도 마찬가지고 9·19공동성명에서도 뚜렷한 핵 해법이 드러나 있다. 이런 부분은 초당적 협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대북 포용정책의 운영에 있어서는 분명히 한계는 있었다. 북한의 NPT를 탈퇴하거나 대포동 미사일을 실험하는 것들은 1991년 합의했던 비핵화공동선언 위배되는 행동이니까 단호히 지적하는 식으로, 상황 변화에 따른 채찍을 가했어야 한다. 규칙을 어겼다면 규칙 위반에 대한 현실을 인식시켜줬어야 정책의 신뢰성이 생긴다. 포용정책이 보완돼야 할 부분들이다.


◆채찍으로써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우리 정부가 북한에 비료·쌀 같은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북한 체제로 봤을 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제재의 수단이기도 하다. 국제 공조에 중국이나 러시아, 한국 같은, 북한에 이해관계가 밀접한 있는 국가들이 동참하면, 북한에 굉장한 채찍이 된다. 동북아 질서의 근본적인 위기를 가져오는 국면이 발생했으면 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어떤 수단이 유효할 것이냐에 대해선 전략적 관점을 갖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북핵 실험이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비핵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아공 같은 경우 전술핵 6개를 갖고 있다가 만델라 정부가 들어오면서 폐기했다. 클린턴 정부의 페리 프로세스처럼, 한반도 비핵화에 전략적 목표를 두고 북한도 후퇴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은 채 제재를 취해야 한다. 미국과의 공조라는 명목으로 PSI에 참여하면 굉장히 큰 긴장을 유발시키고, 북한 정부로 하여금 북한의 체제를 변화시키려 하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런 방식은 위기를 확장시켜나갈 것이다.


▲ 이라크실태조사단 출국기자회견
◆북한 핵실험에 대한 책임이 부시 정부의 ‘무시와 봉쇄’ 정책에 있다는 관점에 대해서는


포용정책이 남북관계를 망쳤다는 주장은 유관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본다. 전략적 일관성이 중요한데 미국이 중국을 상대할 때도 클린턴 정부가 ‘건설적 포용정책’을 썼다. 오히려 중국에 대해 가혹하게 봉쇄를 계속해서 중국의 패권주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지만, 일관된 클린턴 정책을 통해 중국이 WTO에 편입됐다. 그 이후 네오콘 등장으로 신냉전구도가 득세하고 있지만, 그들도 미국 내부에서 큰 의문에 직면해 있다. 이라크에 대한 반전평화여론이 가세하면서 부시의 군사력 중심이나 동아시아의 신냉전 구상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그런 상황에서 포용정책과 북핵실험이 무슨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겠나. 작년 타결 직전까지 갔던 9·19공동합의를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동아시아의 신냉전 구도를 다시금 추진하는 네오콘 정책의 실패라고 본다.

MD나 주한미군의 전략기동군화 하는 건 모두 대중국 전략의 일환으로 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몇 개 갖고 있다면, 중국은 몇 백 개를 갖고 있다. 동아시아를 신냉전으로 몰고 중국의 패권주의를 막는 것이 부시 정책의 목표이고, 일방주의적 외교 전략이 북한을 불량국가로 몰고 체제의 변형을 유도하면서 동아시아의 긴장을 조성한 것이다. 결국은 북한도 생존을 위해 핵 모험주의가 등장한 것이다. 핵 몇 개를 갖고 있다고 해서 체제를 보장하는 수단이 될까. 중국은 몇 백 개의 핵을 갖고 있고, 일본도 50만톤의 몬주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갖고 있다. 제가 보기에는 북·미 둘다 틀렸는데 무기 경쟁으로 가서는 안 되니 비핵화를 통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것 이외에 방법이 있겠나. 네오콘의 동아시아 긴장 조성과 북한의 핵모험주의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북핵실험이라는 사태를 만들었다고 본다.


◆노선 갈등에도 한나라당에 남아 있는 이유는


나는 여전히 한나라당이 변화해야 된다는 생각이고, 한나라당도 분명히 약속한 것이다. 지난 대선 불법자금 같은 구 정치질서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로 한나라당이 집권 못했다. 본질적인 반성을 통해 ‘합리적 보수’ ‘중도보수’ ‘지역주의 탈피’ 등을 17대 들어와 스스로 약속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안 지켜지고 있다. 다시금 옛날로 회귀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이 문제 있는 것이고 고쳐야 할 대상은 명백하다.
 

야스쿠니 참배라든가 이라크 전쟁 반대 같은 문제에서는 혼자서라도 과감히 행동했고, 변환기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구축, 아시아 평화공동체를 위한 방법론으로서 경제적 상호의존의 강화, 중간 수준의 안보협력체 등을 골자로 하는 평화선도전략이라는 관점을 제시했다. 그 관점에 입각해 전략적 관점을 원칙으로 실천해야 되고, 그 방법을 위해 정당을 넘어 민족적 관점에서 연대와 협력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 정당이 이념·노선·정책으로 정립된 것이 아니라면,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지적한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 40대 개방적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기했고 조만간 가시화하려고 한다.


제도정치 내에서 정당을 뛰어넘는 연대의 강화, 제도정치 밖에서의 시민사회 영역들과도 네트워크를 만들어 새로운 거버넌스 개념을 도입해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정당이 이념적 질서로 재편됐다면 그 질서 속에서 실천을 해나가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명 났으면 새로운 연대의 내용과 형식을 발전시켜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궁극적으로는 정치질서의 재편이 돼야겠지만, 그것이 어떤 경로와 과정을 거쳐 될 수 있겠느냐는 국민의 의식 발전 정도와 여러 힘의 관계를 고려하며 추구할 수밖에 없고, 그런 노력들이 앞으로 이뤄지리라고 본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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