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發 정계개편, 실현 가능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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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 역설…국민의당 당권주자들, 연대론에 4인4색
▲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권에서 조심스럽게 정계개편가능성을 타진해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최근 야권에서 정계개편에 시동을 거는 듯한 기류가 흐르면서 세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홍준표 대표까지 적극 바른정당을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다시금 보수통합이 화제로 떠올랐고, 국민의당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연대를 할지, 아니면 바른정당과 연대를 할 것인지를 놓고 전당대회에서 노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반면 두 당 모두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바른정당에선 일단 자강론에 무게를 두면서 지방선거 이전까지 ‘몸값 높이기’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과연 야권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인지 여부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한국당의 보수통합론, ‘바른정당 흡수’ 시각 여전
 
먼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홍준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공론화 및 친박 청산 의사를 밝힌 이후 내친김에 몰아치듯 바른정당 흡수통합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홍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역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바른정당과 힘을 합칠 것이냐고 묻는 질문이 나오자 “힘을 합치는 게 아니라 지방선거 전후로 흡수될 것”이라며 흡수통합 쪽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사실상 바른정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흡수’ 방식을 이렇듯 공개적으로 피력한 데에는 상대적으로 앞선 지지율 및 거대정당이란 점과 더불어 최근엔 아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겠다는 명분까지 내세웠었다는 자신감의 발로겠지만 무엇보다 현재 원내교섭단체 최소기준인 20석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바른정당의 상황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단 한 석만 빠져나가더라도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해 원내 영향력이 미미해지게 되는 만큼 소속의원 한 명의 이탈만으로도 바른정당 전체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계산인데, 그래선지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바른정당 주요 인사들을 들어 “돌아올 명분도 찾아야 하고 행위는 괘씸해도 그 사람들을 버려선 안 된다”고 포용 의사를 내비쳤다.
 
이런 한국당의 접근법에 대해 바른정당 역시 분명하게 선을 긋는 모양새인데 이혜훈 대표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이 통합이나 연대를 논의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으며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보다 더 나아가 “박 전 대통령 출당이 아니라 홍 대표가 출당돼도 한국당과의 합당은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하 최고위원은 “한국당은 없어져야 할 적폐이고,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며 “한국당 자체를 해산시키는 것이 정치개혁의 첫 번째 과제”라고 한국당의 ‘흡수론’에 그대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바른정당과 힘을 합칠 것인지 여부와 관련해 “힘을 합치는 게 아니라 지방선거 전후로 흡수될 것”이라며 흡수통합 쪽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지방선거 전까지 현재와 같은 보수 분열 상태를 이어가선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라도 홍 대표는 앞서 “통합하는 방법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지 통합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분명히 있다”고 밝혔던 바와 같이 어떻게든 바른정당과의 통합 시도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보수 원로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까지 22일 자신의 회고록 발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큰 선거가 다가올수록 보수는 보수대로 합치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올 것이다. 저는 그렇게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보수통합 필요성을 언급한 부분 역시 지금껏 적통경쟁을 벌여오며 서로 대립각만 세우던 보수정당들에 적잖은 압박이 될 것으로 보여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민주당이냐, 바른정당이냐…노선 경쟁 돌입한 국민의당
 
이런 가운데 원내 제3당이지만 ‘조작 파문’으로 초유의 위기에 처해 전당대회로 국면전환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국민의당에선 벌써 당권주자들 사이에 사실상의 노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 등 호남 출신 후보들과 안철수 전 대표, 이언주 원내수석 같은 비호남계 후보로 구분되어 있다 보니 다른 정당들과의 연대 여부에 있어서도 호남계 후보들과 비호남계 후보들 간 분명하게 나눠질 것으로 당초 예상됐으나 막상 후보 개개인마다의 차별성을 강조하려는지 호남과 비호남을 불문하고 타 정당과의 연대론에 대해선 각각 입장차를 나타냈다.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공식 출마 선언을 했던 안 전 대표는 당시 “외연을 넓혀 전국정당으로 우뚝 서겠다”고 공언해 외연 확장이 곧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추진한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많이 나왔지만 전당대회 당일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22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자리에선 “지금은 다른 당과의 연대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거의 사망 직전”이라고 강조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우리 당이 중심을 세우고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민주당 내에도 그런 분들이 계신다. 저희들이 중심만 제대로 세운다면 뜻을 함께 하는 많은 분들이 결국은 함께 하실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우선 자강론에 중점을 두면서 민주당 내 인사들을 끌어들여 보겠다는 것으로 비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까지 지지율이 높은 시점에서 민주당 인사들이 굳이 지금의 국민의당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사실상 높지 않아 이처럼 갑작스런 안 전 대표의 ‘민주당’ 언급은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추진할 것이란 시선을 교란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기도 하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우리 당이 중심을 세우고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민주당 내에도 그런 분들이 계신다. 저희들이 중심만 제대로 세운다면 뜻을 함께 하는 많은 분들이 결국은 함께 하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안 전 대표는 현재 당의 위기상황을 이유로 연대설과 거리를 뒀기에 향후 상황이 호전된다면 얼마든지 다른 당과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는 데 반해 과거 안 전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은 바 있으며 당권 경쟁자 중 한 명인 천정배 전 대표의 경우 다른 정당들과의 연대에 모든 면에서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미 지난 8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 사라지고 민주당과 합쳐지는 것 아닌가 하는 말들은 지나친 상상이다. 안 전 대표가 민주당으로 가면 몰라도 천정배는 갈 일 없다”고 민주당과의 통합에도 일찌감치 반대 의사를 표했던 천 후보는 20일 호남에서 열린 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선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거나 보수편향을 보이면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버림받는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도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마찬가지로 천 전 대표와 같은 호남 출신인 정 의원도 호남 인사들이 민주당과의 연대 쪽에 대체로 기울어 있을 것이란 인상을 불식시키려는지 지난 17일 국민의당 충북도당 간담회에서 “민주당의 당 대표가 누가 되면 국민의당을 흡수하거나 없어진다고 했는데 모두 흑색선전”이라며 “민심이 국민의당을 만들어줬는데 밀실에서 합당을 결정하는 건 민심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정 의원은 지난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바른정당과는 탄핵연대를 하지 않았느냐. 탄핵연대를 개혁연대로, 입법연대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천 전 대표와 달리 적극 바른정당과의 연대 의사를 내비쳐 확연한 대조를 이뤘다.
 
한 발 더 나아가 바른정당에 한층 뚜렷하게 러브콜을 보낸 인사는 비호남계 후보 중에 있는데, 지난 대선 직전 민주당을 나와 국민의당에 입당했던 이언주 원내수석은 지난 14일 YTN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바른정당과의 연대 여부와 관련 “선거 개혁, 정치 개혁과 개헌 관련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합당은 조금 빠른 얘기이고, 정치 개혁 연대, 여기에서부터 한 번 모색해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원내수석은 21일 성남시 태평동 호남향우회관에서 열린 당원연수에 참석한 자리에선 아예 “내년 지방선거 때 바른정당과 연대하겠다. 당 대표가 되면 연대 작업을 시작하겠다”며 “중도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제3세력이 두터워져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을 내놓고 있는 민주당의 인기가 떨어지면 우리당이 제1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다 구체적인 연대 시점과 구상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다만 바른정당에선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하루 전인 20일 구두논평을 통해 밝혔듯 “국민의당과 우리 당은 이념 정체성 등에서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에베레스트 등반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아직 거리를 두고 있어 바른정당과의 연대나 통합 등을 예단하기엔 시기상조란 평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4명의 당권주자가 연대론에 각자의 접근법을 갖고 있다 보니 이번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정계개편 여부부터 방향까지 완전히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관측되는데, 국민의당 대표 경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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