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 방점 두면서도 야권 공조 강화 기류…내년 지방선거, 분수령 될 듯

그간 일부 주장에 그치던 정계개편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당선을 계기로 막상 현실처럼 다가오게 되자 안 대표 본인은 물론 바른정당조차도 일단 거리를 두며 자강론에 무게를 두는 듯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편으론 정책연대를 거론하는 등 이중적 행태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까지 나서서 적극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모두에 러브콜을 보내는 데 이어 선거연대 가능성마저 열어뒀는데, 이미 한국당과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 중도 성향의 초당적 모임도 만들고 있는 움직임까지 물 밑에서 진행되고 있어 불투명하던 정계개편론에 다시금 군불을 뗄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국민의당, ‘연대’보다 ‘자강’ 강조한 이유는?
먼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9일 광주MBC라디오 ‘시선집중 광주’에 출연한 자리에서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정치공학적 접근은 안 한다”며 “민주당 내에도 국민의당이 우뚝 서면 함께 할 분들이 많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안 대표는 이 발언과 더불어 일부에서 탈호남을 의심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반박했는데, 간신히 과반을 넘기며 당선된 점에 비추어 자칫 반발할 수도 있는 당내 호남 인사들의 우려를 일찌감치 불식시켜 당을 안정화하는 데 당장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동교동계 원로로 당초 안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에 반대했었던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같은 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동교동이라고 할까, 반대파들은 정책연대나 협조에 있어서 민주당 쪽에 더 경도된 느낌이고, 안 대표와 그 지지자들은 바른정당과의 협조 내지는 공조·연대 쪽에 붙어야 해서 그 차이가 상당히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당내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정 고문은 “지금 당으로써는 자강론이라고 할까, 스스로 힘과 능력을 키우고 국민들한테 투영시켜서 우리가 이런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줘야 하고, 선거 때가 오면 당연히 공조가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며 현재 자강론으로 가더라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실적 차원에서 선거연대 필요성은 열어둬야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정 고문은 여전히 “꼭 바른정당이랑 해야 하느냐”며 “가능하면 뿌리가 같고 생각의 공통분모가 많은 민주당 쪽으로 하는 것이 더 괜찮다”고 덧붙여 바른정당과의 연대엔 부정적인 호남계 입장을 대변했다.
심지어 박지원 전 대표는 아예 YTN라디오 ‘시사 안드로메다’에 나와 “지금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나 연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이 다당제를 만들어 준 것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선거는 이겨야 하기 때문에 그런 (선거연대) 구도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인데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정체성이 멀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목소리가 여전하기에 안 대표 역시 내부적으로 당을 안정시키지 않은 채 급격하게 다른 야당과 적극 연대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의당 전당대회 당일인 지난 27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다당제 구도를 존중하고 협치에 진심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의 뜻에 반하는 인위적 정계 개편은 제 임기 중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적어도 민주당이 나서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점 역시 국민의당을 여당이 흡수·소멸시키려 한다는 위기의식에 기인한 다른 야당들과의 연대·통합 명분을 잃어버리게 만들어 버렸다.
◆ 바른정당, 자강 외치면서 ‘연대’ 제의…속내는?
그러자 최근 들어 부쩍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보수통합 당위성을 앞세운 러브콜을 받으면서 몸값이 치솟던 바른정당에선 비호남계인 안 대표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이 자강으로 선회함에 따라 속도조절에 들어가면서도 먼저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난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자강에 주력할 때”라며 “선거를 위한 인위적이고 공학적인 연대는 정치개혁대상”이라고 일견 다른 야당과도 거리를 두는 듯하던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같은 날 오후 당선인사차 자신을 찾아온 안 대표를 직접 만난 자리에선 “저하고 (안철수) 싱크로율이 99%”라며 “지난 두 달 바른정당이 걸어온 일과 접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친밀감을 드러낸 데에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이 대표는 “정치개혁을 위한 길이라면 지금 현재 어느 정당에 소속돼 있느냐를 따지지 않고, 누구와도 같이 가겠다는 입장”이라며 “안 대표도 무엇보다 정치개혁을 최우선으로 두고 계신분이기에 중대선거주제, 18세 선거연령 인하, 기초단체장이든 기초의원이든 기초선거에서 공천 폐지 등 3가지 사안에 대해 정치개혁 연대를 같이 좀 하자는 제안을 드리고 싶다”고 3가지 사안에 대한 정책연대를 우선 제안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당내 상황을 의식했는지 바른정당의 정책연대 제안에도 “기초공천 폐지 부분의 경우 제가 3년 전에 시도했다. 한 두 정당이 선도적으로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구체적 사안이 생길 때마다 저희들은 저희들 중심을 세우겠다. 저희와 생각이 같다면 협력하고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설득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정책연대를 추진한다고 해도 자당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중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 측에선 하태경 최고위원을 비롯해 야권 연대 필요성을 한층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데, 하 최고위원은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방선거 대책으로 내놨던 야3당 수도권 단일후보안에 대해선 “한국당하고는 완전히 저희들이 선을 그을 것이다. 그건 정치적으로 퇴행”이라며 거부하면서도 국민의당을 향해선 “솔직히 연대를 생각한다. 지금 시기의 연대는 정치개혁 연대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대조적 반응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하 최고위원은 “안 대표의 예측 불가, 이것이 연대를 하는데 큰 장애물”이라며 “이미 대선 때 연대를 한 번 시도했다가 완전히 실패했다. 일단 신뢰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 속 타는 한국당, 바른정당에 구애-흔들기 양동작전
또 하 최고위원은 같은 당 김무성 고문이 정진석 한국당 의원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초당적 공동연구모임에 대해서도 “바른정당 중심의 중도보수 대통합, 친박과 친홍 배제한 국민의당과 한국당의 합리적인 분들이 모인 빅픽처”라며 “솔직히 말씀 드리면 우리도 한국당을 흔들기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전까지의 시나리오는 아니고 좀 장기적인 그림”이라면서도 “홍 대표 체제가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 아무리 길어봐야 지방선거이고 그런 한국당의 혼란기에 우리 바른정당 주도로 중도보수전체를 재편하는 이니셔티브를 주기 위해선 그런 네트워크를 유지해놓고 있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부연했다.
앞서 하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해당 모임과 관련해 “김무성 정진석 공동연구모임 출범으로 바른정당, 한국당 합당 아니냐고 걱정하는 전화 많이 오는데 이건 양당 합당과는 아무 상관없이 의원 개인들의 친소관계로 이뤄진 모임”이라며 “오히려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이 한국당 내 홍 대표 반대세력과 연대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당 내에서도 국민의당까지 아우르려는 이 초당적 모임에 벌써부터 큰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29일 “공부모임에서 비롯되지만 지금 지리멸렬한 야권의 정치형태로는 절대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고 제대로 된 비판도 할 수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양당구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좌파정권을 견제할 수 잇는 보수정당이라도 제대로 된 결집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물 밑에서 친박과 친홍을 배제한 보수통합을 위해 단초를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현 국면에서 어떻게든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홍 대표는 2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탈당했던 분들이 복당하는 데는 재심사를 하거나 절차를 거치지 말고 조건 없이 받아주길 바란다”며 사실상 바른정당 흔들기를 본격화했다.
단 한 명의 의원만 탈당해도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해 원내 영향력을 잃기 때문에 정우택 원내대표의 러브콜에도 불응하자 결국 압박 전략을 다시 꺼내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의 경우엔 29일 YTN ‘호준석의 뉴스인’에서 정 원내대표의 수도권 3당 공천연합도 상황에 따라 가능성이 있고, 국민의당보다 한국당과의 통합이 수월한 측면이 있다며 하태경 최고위원과는 상반된 입장을 드러내고 있어 바른정당이 어떤 형태로 연대 혹은 합당을 추진해나갈 것인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