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는 간혹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과정에 비유되기도 한다. 볼 품 없던 살덩어리가 순식간에 일어서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기도 하다. 거의 대부분의 남성은 때때로 발기가 일어나지 않거나 발기를 유지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종종 오해되지만 일시적인 발기장애와 발기부전은 구분된다. 발기장애는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발기부전은 ‘섹스를 할 때마다’ 또는 ‘대부분의 경우’에 발기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임포텐스’라고도 불리는 발기부전은 많은 남성들에게 부담을 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정력이 약하다는 의미로도 쓰이고 신체적으로 무기력하다는 의미로 오도되기도 한다.
때때로 발기는 나이와 크게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술을 너무 많이 마시거나 약의 부작용으로 발기가 억제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가 그 자체로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미국 남성노화센터의 대표 존 맥킨리 박사는 “발기부전은 나이와 연관이 있지만 그 외에도 많은 원인들이 있다”며 “생활방식이나 행동변화가 나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생활습관은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는 것과 흡연이다.
이 말은 기름기가 없고 지방이 적으며 식이성 섬유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흡연은 그 자체로도 발기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발기부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심장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
그밖에 고혈압 약물치료, 혈관확장제 등이 발기부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발기 능력, 심장에 달려
물론 나이와 발기 능력이 아무 연관도 없는 것은 아니다. 고령 때문에 쉽게 일어나는 질환들이 발기부전의 주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심장병, 전립선암, 성인당뇨병은 발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성인병들이다. 당뇨병을 앓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3배 이상 발기부전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기부전의 원인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성기를 지나가는 동맥에 동맥경화증이 생기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성기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의 직경이 좁아진다. 충분한 양의 혈액이 성기에 전달되지 못하면, 흥분했을 때 발기가 일어나지 못한다.
말하자면 건강한 남성은 나이가 들어도 성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그러나 일단 발기가 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와 상담해봐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발기부전이 심각히 의심되는 상황에서 전문적인 도움을 얻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발기장애가 있는 남성의 64%가 1년 이상 의사를 찾아가는 것을 망설인다. 미국 발기부전정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5년 이상 걸리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어떻게 의사에게 터놓고 자신의 발기장애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며, 2번째 걱정은 혹시 외과수술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발기부전은 심장질환·혈관질환 등 다른 질병의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아시아 비뇨기과학회에서 20~75세의 아시아 5개국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발기부전 질환자의 34%가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이는 정상인보다 5배 높은 수치. 심장질환(28%) 고지혈증(24%) 고혈압(23%)도 많았으며, 이들도 정상인보다 대개 4배 이상 높았다.
과거에는 발기부전이 정신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잘못 알려졌지만, 이제는 80% 이상이 신체적으로 발생되는 기관상의 문제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외과수술을 요하는 발기부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어느 기관의 문제인가를 확인하는 것은 여전히 까다로운 과정이다. 비뇨기과, 내분비학, 성치료사, 정신과 각각의 전문의를 고용하는 치료센터를 찾으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발기부전 검사에는 야간 성기팽창 검사와 생체파장 측정이 있다.
건강한 남성이라면 REM수면 동안 15분 이상 지속되는 발기를 3~5차례 반복한다. 이를 측정하는 것이 야간 성기팽창 검사. 생체파장 측정은 일종의 소리굽쇠를 성기에 대고 신경의 손상이 있는지 파악하는 방법이다.
검사 결과 발기부전이 정신적인 문제라면 성치료사나 정신과 의사를, 육체적인 문제라면 호르몬 치료나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호르몬 치료는 나이 든 사람이 주로 받는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 발기부전이 오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주사를 맞거나 음낭에 패치를 붙여 통증 없이 호르몬을 주입할 수도 있다. 테스토스테론의 주입만으로는 치료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간혹 치료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경구 약물치료는 일시적인 발기장애에는 다소 효과가 있으나 발기부전을 근본적으로 치료해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맥소생 수술이나 정맥결찰 수술로 발기가 다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수술은 대부분 외상으로 인한 동맥·정맥 손상을 치료하기 위해 이뤄진다.
임플랜트 삽입은 가장 극단적인 치료방법이다. 반경식 유형은 구부러지는 한 쌍의 막대로 음경해면체에 수술로 삽입한다. 실패율은 3% 정도로 떨어졌지만 감염 가능성이 있다.
남성의 성기는 ‘작은 심장’
발기부전의 원리는 간단하다.
발기는 혈액이 성기에 집중되면서 일어난다. 지방, 운동부족, 흡연으로 심장이나 혈관질환이 생기면 혈액이 성기로 이동할 수 없다. 때문에 발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발기부전을 예방하려면 심장질환이나 혈관질환을 먼저 예방해야 한다.
성기 아닌 심장의 병, 발기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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