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차 핵실험, 정국 구도 전환점 될까
북한 6차 핵실험, 정국 구도 전환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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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운전자론’ 흔들…野 전면 공세 돌입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정우택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3일 북한이 역대 최대 규모인 6차 핵실험을 전격 감행하면서 그간 문재인 정부에서 표방해온 ‘한반도 운전자론’은 당분간 동력을 잃게 되는 반면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을 계기로 야권은 정부의 대북 기조를 비판하는 파상공세에 나서면서 그동안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한 정부여당 강세 기조가 한풀 꺾이게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장겸 MBC사장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정기국회 보이콧 방침을 밝혔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화구걸’로 혹평하며 한층 압박수위를 높이는 한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다른 야당들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대북 기조 전환을 촉구하고 있어 정국 변화의 분수령이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보수야당, ‘대정부 압박’ 총력전 나서
 
정기국회 보이콧 선언으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던 한국당은 ‘북한 6차 핵실험’ 사태로 안보 위기 국면까지 들어가게 되자 막 불 붙인 대정부투쟁 기조를 보다 확산시켜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핵실험이 일어난 당일인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탁상공론 같은 한반도 운전자론은 전 국민이 핵인질로 가는 한반도 방관자론 일 뿐”이라며 “조속히 대북 평화구걸 정책을 포기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라. 사드, 전술핵 재배치도 속히 서둘러야 한다”고 정부의 대북 안보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대표는 4일 최고위 회의에선 “북핵 경험이 전무한 청와대 안보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외교 수장, 무기 브로커 출신 국방 장관, 대북 협상만 하던 국정원장 이런 참모들이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며 “정권 출범이 불과 4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5000만 국민이 ‘핵 인질’이 됐다. 대통령이 됐으면 좌파 아마추어리즘 인사들은 과감히 버리고 전문가 프로들로 참모들을 구성해 나라를 안정시켜 주기 바란다”고 재차 정부를 질타했다.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에서도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개최한 긴급 최고위에서 “바른정당은 문재인 정부의 북 핵미사일에 대한 대책이 매우 잘못됐음을 여러 차례 지적했고, 대화만 외쳐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전쟁불가론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이 나오도록 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북핵 대책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검토하고, 전문가들과 야당 의견을 들어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 역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한반도 안보문제에 있어서 게임이론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판단해야 한다. 북한은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해 무기로 양산해 실전 배치하는 일만 남았다”며 “그야말로 레드라인을 이미 넘어섰다”고 ‘레드 라인’을 아직 넘지 않았다는 청와대 측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 레드라인”이라고 규정했었는데,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있었던 지난 3일에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아직도 (레드라인까지) 길은 남아있다”며 여전히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까지 북한의 핵실험 직후 긴급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정부는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강력한 응징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하루 속히 핵미사일 개발 계획을 중단할 것임을 선언하고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혀 여전히 ‘대화’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 ‘국민의당’까지 대북정책 비판에 가세…여당은 ‘대화’ 주장 여전

 
이런 가운데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는 국민의당까지 북한과의 대화를 역설하는 정부여당의 대북정책에 날을 세우면서 보수야당의 대정부 공세에 동참하고 나섰다.
 
호남 출신 의원들이 많은데다 과거 ‘햇볕정책’을 처음 추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 출신 정치인들도 다수다 보니 최소한 대북정책에 있어선 대북 대화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와 어느 정도 중첩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비호남계인 안철수 대표가 사령탑에 오른 이후로는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안보 영수회담을 제안하며 ‘대안 제시 세력’임을 자처하고 있다.
 
실제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3일 국회에서 발표한 북핵 관련 입장을 통해 “대화할 의지조차 없는 북한, 대화할 상대도 아닌 북한에 대화를 말하는 것은 이제 구걸에 가깝다”며 “정부는 북한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주관적 기대를 접고 근본적으로 변화한 북핵 현실을 직시하고 엄중하고 단호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국당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북핵 관련 긴급 안보대화를 제안한다”고 대책을 제시했다.
 
▲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안 대표는 4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선 “한미동맹을 철저히 관리하고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정세에서 한미관계, 남북관계, 북미관계라는 한반도 트라이앵글을 다시 선순환시킬 출발점은 한미관계 강화”라고도 역설했다.
 
심지어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최측근이면서 ‘햇볕정책’ 지지 의사를 줄곧 표명해왔던 호남 중진인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조차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확한 정보 및 대책 강구 차원에서 대통령께서 조속히 여야 영수회담을 소집하실 것을 제안한다”며 안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 뿐 아니라 국민의당은 북핵 사안과는 별개라지만 호남 출신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인준 표결에 대해서도 보수야당과 함께 불참하기로 결정해 야권 공조는 점차 강화되어 가고 있는 모양새다.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첫 9월 정기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어느 순간 북미 간 대화가 열리고 남북 간 대화가 열리는 장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북한과 미국에 동시 특사를 파견해 북미-남북 간 투 트랙 대화를 추진하자”고 홀로 ‘대화’ 중심의 대북정책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본회의장에 들어와 있던 바른정당 의원들 중 김무성 고문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고 비난했고, 같은 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뭐하자는 거냐”고 강도 높게 추 대표를 성토한 끝에 결국 연설 도중 바른정당 의원들 모두 자리를 떠버렸다.
 
또 바른정당은 박정하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핵 해결방법은 대화 말고는 없는 이런 정부여당을 어떻게 국민이 신뢰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겠는가”라며 “현재의 엄중한 상황과 심각한 괴리가 있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사과하라”고 추 대표에 사과까지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아예 이날 본회의장에 입장조차 하지 않고 피켓을 든 채 장외투쟁을 벌였던 한국당에선 정기국회 보이콧 방침은 지속하겠다면서도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와 관련된 외교·국방·정보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에는 참석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 野 핵무장론까지 재등장…국방장관도 ‘전술핵’에 “하나의 대안 될 수도”
 
여기에 한국당 내에서 핵포럼을 주도해온 원유철 의원의 경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우리에게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 블랙존으로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었다”며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전쟁을 막기 위해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을 선언해야 한다”고 다시금 ‘한국 핵무장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야권의 일관된 강경 기류 때문인지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어제 NSC회의에선 이 상태로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대화가 우선인 베를린 선언보다는 응징과 군사적 대치 상태를 강화시키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얘기했다”며 일부 노선 변화 조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송 장관은 ‘전술핵 배치를 한다면 중국이 우리를 의식해서라도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에 강력히 나설 수도 있지 않느냐’는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답한 데 이어 ‘전술핵 재배치를 대안으로 깊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냐’는 정진석 한국당 의원의 뒤이은 질의에도 “모든 상황을 포함해서 그것까지(검토하겠다)”라고 여지를 남겨 일단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됐다.
 
이런 와중에 국회 정보위 소속 위원들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북한 정권수립기념일인 내달 9일이나 조선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 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정각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해 거듭된 미사일 실험발사와 핵실험으로 촉발된 북핵 위기에 따른 한반도 긴장 국면은 한동안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어떤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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