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실력행사로 위력과시 하더라도 슬그머니 상임위 별 참여 확대해야 할 듯

하지만, 한 방송국의 사장의 신상과 관련된 문제로 제1야당이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한다는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된 데다, 3일에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더욱 진퇴양난의 어정쩡한 모양새로 접어들었다.
◆자유한국당‘ 국회일정 보이콧 결정 후 첫날...손혜원 희롱, 하태경에 욕설
자유한국당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이 예정된 4일 10시 본회의장 입구 로텐더홀에서 정부여당과 공영방송 탄압 등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중 입장하는 여당 등 다른 당 의원과 말싸움이 오가는 등의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들의 시위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자 “저게 뭐야! 저리 꺼져!”라고 제지했고, 손 의원이 “한 대 때리실래요?”라고 맞서자 휴대폰을 뺏기 위해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이어 한국당 의원들은 “저리 꺼져! 쓰레기! 빨갱이!”라고 외친데 이어 “야, 사드 댄스 한 번 춰봐” “사드 댄스 박수!”라며 희롱에 가까운 야유를 보냈다.
또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나가면서 한국당 의원들에게 “안보정당이라면서 뭐하는 거야! 반성 좀 해! 당신들이 보수정당 두 번 죽이는 거야! 대한민국 안보만은 보수가 지켜야 할 거 아냐!”라고 호통을 치자, 한국당 의원들은 “야 이XX야! 하태경 조용히 해, 배신자! 꺼져! 하태경 쓰레기! 정신병자! 등신 같은 게”등 욕설과 막말을 퍼부었다. 이에 하 의원이 “대한민국 보수는 다 죽었다”고 응수하자 “어따 대고 보수를 입에 올리고 XX이야. 저런 양아치”등 비속어로 비난을 계속 했다.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한 직후인 오전 10시 50분 자유한국당 의원 70 여명은 보좌관과 당직자 등을 포함한 200여 명이 대검찰을 방문해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에 항의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11시 경부터 1시간 넘게 문무일 검찰총장을 면담한 뒤 “군사정권 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한 총장의 사과와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KBS와 MBC의 파업이 적법한 것이냐에 대한 검찰 입장도 밝혀달라고 했다”면서 “노조 파업에 불법적인 것이 있는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대단히 불합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문 총장의 답변도 전했는데 “문 총장은 외부로부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지시도 받지 않았다는 걸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검사의 체포 영장 청구 적정성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고, 검토하고 판단해 나가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KBS· MBC 파업의 위법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 쪽에서 충분히 적법과 불법 여부를 따져나가겠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늘 방문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장악하려는 시도에 대해 검찰이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의미가 있다”며 “언론장악 등 정권의 시도에 검찰이 흔들리지 않게 충분한 경고의 말을 드렸다고 생각한다”고 항의방문을 평가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대검 방문에 이어 오후에는 고용노동부를, 5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청와대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안보무능을 비롯한 방송장악 그동안 문재인 110여일에 대한 규탄대회, 국민보고대회를 이번 주 중에 대규모 규탄대회를 가질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오늘 오후 3시 예정인 국방위원회, 오후 2시에 개최 예정으로 있는 정보위원회 두 곳은 참석해서 정부의 그 동안 무능과 앞으로의 대처에 대해 정부의 말을 듣고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정했다”며 “안보 관련 상임위는 참석한다. 다만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 만큼만 저희들이 문제에 대해 안보 관련 상임위에 참석한다”며 외교·안보관련 상임위활동에만 부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 “박근혜 구속에도 참여하더니, 김장겸 체포영장에 보이콧이라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정의당까지 자유한국당의 무책임한 모습을 비판하며 국회일정 보이콧 철회를 요구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MBC사장의 거취 문제로 국회를 전면 보이콧한다는 거에 대해서 저희가 정말 이해하가기 어렵다”며 “상당히 명분이 없어 보인다”고 어이없어했다.
우 원내대표는 ‘비상계엄하 군사정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언론파괴 공작’이라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주장에 대해 “지금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홍 대표는) 2008년도 정연주 KBS 사장의 경우 소환장을 2번, 3번 발부했으면 그 다음에 들어가는 절차는 법에 따라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거다고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MBC 김장겸 사장의 거취문제를 빌미로 정기국회를 포기한 자유한국당의 보이콧 선언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서 뼈를 깎는 혁신을 약속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건강한 보수정당의 모습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또 다시 실망만을 남기는 제1야당의 민낯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비꼬았다.
박 대변인은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즉각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고, 민생과 안보를 챙기려는 제정당의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이 자유한국당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도 “자유한국당은 ‘김장겸 구하기’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빚어진 엄중한 안보상황을 외면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지 답해야 한다”면서 “정기국회를 보이콧하면서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에만 참여하겠다는 것은 정치공세만을 위한 대국민 기만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도 국회일정에는 참여하더니, 김장겸 체포영장에 보이콧이라니 국민은 의아해 한다”며 “더구나 김장겸 MBC사장이 내일 고용노동부에 자진 출석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도 이제 보이콧을 거두고 국회에 출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근택 부대변인도 “지난 1일 홍준표 대표가 긴급최고회의에서 김장겸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를 비난하면서 ‘비상계엄 하 군사정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언론파괴공작’이라고 말했다”면서 “홍준표 대표는 근로감독관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근로감독관들이 법률지식이 부족한 듯 표현한 것은 이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이날 연이어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이정미 대표는 상우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의 이번 국회보이콧은 적폐세력의 ‘공범자’임을 스스로 ‘자백’한 꼴이며, 범죄 피의자의 도주를 돕는 ‘김장겸 은닉 보이콧’에 불과하다”면서 “입으로는 열렬히 안보를 외치지만, 결국은 적폐 감싸기에만 혈안이 된 정당임을 입증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긴말 필요 없다. 범죄자는 감옥으로 가야하고 국회의원은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노회찬 원내대표는 휴일인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MBC의 비정상적인 운영을 독려하고 가속화시키는 공범으로서의 처사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유한국당 스스로 자신의 과거 범죄사실과 적폐에 대해서 국민들 앞에 고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MBC 사장하고 잘 통하고 지금도 통화가 가능할 테니까 빨리 김장겸 사장을 출두시켜라. 그렇게 해서 공영방송 정상화에 자유한국당도 함께 하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이어 “누가 공영방송을 지금 비정상으로 몰고 가고 있나. 바로 법절차를 거부하고 있는 김장겸 사장 자신”이라며 “이런 사람을 비호하기 위해서 예산심의도 거부하고, 국정감사도 거부하는 정기국회 보이콧을 하겠다는 자유당의 태도를 누가 납득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질타했다.
또 “MBC가 공영방송이 아니라 자유당을 위한 방송이었나. 그게 아니라면 MBC의 이러한 비정상적인 운영을 독려하고 가속화시키고 있는 공범으로서의 처사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은 국민들의 자유한국당 보이콧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즉각 국회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과 한국당의 정면대결 속에 캐스팅보드를 쥐게 된 국민의당은 북핵실험 이후 자유한국당의 보이콧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4일 오전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제1야당이 정기국회를 보이콧하는 것은 3권 분립의 한축인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국정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제1야당의 무책임을 개탄한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정기국회가 파행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의회주의”라며 “자유한국당은 명분 없는 생떼쓰기를 즉각 중단하고 공론의 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질타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4일 오전 브리핑에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조사에 응하지 않는 MBC사장 체포영장 발부 건으로 정기국회일정을 보이콧하는 것은 국민들의 민심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자유한국당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존재감 정치’이다”라며 “국민들은 결코 자유한국당의 정기국회일정 보이콧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국방위 등 안보관련 상임위는 참여하고 나머지 국회일정을 보이콧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오히려 견제와 비판을 해야 할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방기이며 야당이기를 포기한 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대변인은 “멈추어 고이는 썩은 물로 어찌 세상을 바꿀 수 있겠는가?”라며 “자유한국당은 정정당당하게 정기국회일정에 복귀하여 엄중한 정국에 대처하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한편 보이콧 여부를 검토해왔던 바른정당은 4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일정에 전면 참여키로 결정했다.
박정하 바른정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MBC 상황은 굉장히 엄하고 있을 수 없는 폭거다. 심지어 '독재'라는 단어까지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의회 문을 닫는 것은 무책임할 수 있다”며 “일단은 국회 전면 보이콧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의총 결과를 밝혔다.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가 공영방송에 대한 정권의 언론장악시도라고 호기롭게 국회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던 자유한국당은 그 자체로도 명분이 부족하다는 공세가 이어졌고, 북핵실험이라는 국면을 맞자 더욱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당에 이어 바른정당까지 의사일정에 참여하자 나홀로 항의시위, 항의방문 등 실력행사에도 힘이 빠지고 있다.
마침 김장겸 사장은 5일 노동청 자진출두 의사를 밝혀, 애초에 주장한 정부의 언론장악시도라는 주장도 머쓱해졌다. 결국 의사일정에 합류할 일만 남았는데, 일단은 계획된 실력행사 등을 통해 위력과시는 하더라도 슬그머니 상임위 별 참여를 확대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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