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예측조사, 실제와 차이 보여 한계 드러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제17대 총선 투표자의 출구조사 결과를 15일 오후 6시 일제히 발표했으나 실제와 차이를 보여 예측조사의 한계를 또다시 드러냈다.
방송3사는 15대 총선과 16대 총선의 출구조사 오류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2000년 출구조사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인력을 투입하고 발표에도 신중을 기하는 등 명예회복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예전과 같은 '망신'은 피했지만 신뢰를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오차범위 줄이기 위해 예측범위 넓었다
KBS는 열린우리당이 최소 142석, 최대 188석을 얻을 것으로 폭넓게 예상하는 한편 경합지역의 향방을 고려해 자체 분석한 결과 172석을 획득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최소 87석, 최대 129석을 얻을 것이라며 경합지역을 자체 분석할 때 전체 예상의석은 101석이 될 것이라고 예상 의석수를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실제 의석 수(16일 오전1시 열린우리당 152석, 한나라당 120석)와 큰 차이가 났다.
MBC와 SBS는 구체적인 수치는 보여주지 않고 당별 최소.최대 의석만 밝히며 보다 신중을 기했다.
SBS는 열린우리당이 적게는 157석, 많게는 182석을 가져갈 것이라고 보도했고, 한나라당은 최소 92석, 최대 114석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열린우리당 172석, 한나라당 101석이라는 예상 의석수도 자체 분석 결과로 내놨다.
또 MBC는 열린우리당이 155석에서 171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고 한나라당은 101석에서 115석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KBS의 경우 열린우리당의 예상의석 폭이 46석에 이르러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이날 `뉴스9'에서 열린우리당이 150석, 한나라당이 122석을 얻을 것이라고 뒤늦게 예상 의석수를 좁혀 발표하기도 했다.
SBS는 열린우리당의 최소.최대 예상의석의 차이가 25석에 달했으나 최소치인 157석마저 실제 개표결과 범위에 들지 못했고 한나라당의 최대치도 114석이라고 예측했으나 실제와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냈다. MBC 역시 최소와 최대 범위에 들지 못했으나 중간 값으로 따지면 방송 3사 중에는 그나마 실제에 가장 근접했다고 볼 수 있었다.
▲ 빗나간 개표결과
한편 이 같은 수치는 개표 결과와 거리가 있어 출구조사에 대한 신뢰성에 여전히 의문을 갖게 했다. 당선 예상자가 뒤바뀐 지역구도 여러 곳이었다. KBS와 SBS가 조사를 의뢰한 미디어리서치와 TNS는 당선이 확실하다고 예측한 196개 지역구 가운데 6곳(서울 종로.동대문을.영등포갑.인천 남동.경기 고양일산을.충남 당진)의 당선자 얼굴이 달라졌다.
오차범위 내(전화조사 ±4.4%, 출구조사 ±2.2%) 경합지역으로 분류된 47개 지역 중에서는 12곳에서 1위와 2위의 순위가 달라졌다. 이는 2000년 총선 때 21곳보다 3곳이 줄어든 것이다.
MBC의 의뢰로 출구조사를 실시한 코리아리서치는 당선이 확실하다고 발표한 206개 지역구 가운데 7곳(서울 종로.동대문을.충남 당진.부산 해운대 기장갑.경기 포천 연천.강원 춘천.경남 양산)에서 예측이 빗나갔다.
이에 따라 방송사의 예측조사를 보고 난 뒤 개표방송을 시청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은 달라진 개표결과에 의아해하는가 하면 각 정당에서도 개표가 진행되면서 환호하던 분위기가 다소 침울하게 바뀌거나 참담한 표정을 짓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 출구조사가 실제와 달랐던 원인
출구조사가 실제와 다소 차이가 난 원인에 대해 방송사들은 "오차범위 내에 드는 초경합지역이 무려 40여 곳에 달했고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의견을 꺼리는 경향이 재현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젊은 층은 의견을 밝히는 데 적극적이고 중장년층은 꺼리는 경향이 있어 여당은 과대 예측되고 야당은 과소 예측되는 기존의 실수가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의 최소와 최대 폭이 상당히 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사기법이나 당선자 예측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들은 경합지역의 오류가 야당에 편파적으로 나오는 경향을 감안한 조사기법을 개발하는 한편 출구조사와 관련된 제약을 없애고 유권자의 거부감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방송 3사는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원내 제1당을 틀리게 예측한 결과를 보도해 방송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은 바 있으며 이번 조사에서 오차를 줄이기 위해 정당별 당선자 수 예측 범위를 최대한 넓게 잡았으나 판세를 정확히 짚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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