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냐 대행체제냐, 갈림길 선 바른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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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비대위 추대 놓고 바른정당 내 통합파·자강파 격돌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바른정당이 이혜훈 대표의 자진사퇴 이후 차기 사령탑을 놓고 유승민 비대위 체제와 주호영 대표대행 체제로 의견이 나뉜 채 격론이 계속되고 있다.
 
자강파를 대표하는 유승민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당을 이끌게 될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물 밑에서 이뤄지던 정계개편 논의에 제동이 걸리게 될 가능성이 높기에 당내 통합파들은 유 의원보다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을 맡는 쪽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 의원으로 대표되는 자강파와 김무성 의원 등으로 대표되는 통합파의 일전이 재개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듯 지난 10일 의원단 만찬에서 김 의원과 유 의원이 직접 입맞춤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갈등설 수습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결론은 나지 않은 실정이다.
 
◆ 통합파 vs 자강파, 당 향방 놓고 평행선 달려
 
앞서 바른정당은 지난 8일 자당 정치인들마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대표 권한대행 체제와 유승민 비대위원장 체제를 놓고 저마다 선호하는 쪽을 노골적으로 표명하며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지도부 일원인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C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승민 의원이) 위기 상황에서 당에 기여할 부분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구심점이 확실하게 구축되기 위해선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혀 사실상 유 의원에 지지를 보냈고, 같은 당 남경필 경기지사도 KBS라디오에 나와 유승민 비대위원장 추대론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며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남 지사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아예 “지금 분위기는 유승민 전 대선후보가 제일 어울린다는 평가인 것 같다”며 사당화에 대한 일각의 우려 역시 “이 판국에 사당화가 어디 있나? 그런 행동 안 하실 거라고 보고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고 일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보수통합을 원하던 바른정당 의원들 상당수가 개별적으로 한국당으로 합류할 수도 있는데 그 수가 한 80% 될 거란 한국당 측 주장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그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가 하나도 치유되지 않았는데 그냥 들어간다는 것은 정치를 하는 자기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지난번에 국정농단 세력들 여기에 대해서는 청산이 있어야 된다란 분명한 말씀을 드렸고 그런 것들이 (통합)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 지사는 유승민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돼서 죽음의 계곡을 간다면 함께 가시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같이 살아야 한다. 죽을 각오로 하고 가면 산다”며 지난 대선후보 경선 당시 유 의원과 치열하게 경쟁하던 과거가 무색할 만큼 유 의원에게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반면 바른정당 창당 이전부터 남 지사와 함께 현재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일찌감치 탈당했었던 김용태 의원은 8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정기국회가 시작된 마당에 전당대회를 다시 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헌당규에 나온 대로 주호영 원내대표께서 당 대표 권한대행을 행사하면서 사태를 수습해 나가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남 지사와는 엇갈린 반응을 내놔 분명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여기에 김무성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학용 의원도 11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으로부터 바른정당 비대위원장으로 유승민 의원이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바람직스럽지는 않다. 바른정당 내 거의 대부분이 소위 중도보수, 건강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라며 “분명히 합리적인 판단을 하리라 생각되고 좀 안타깝다”고 부정적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통합파 측인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점에 대해 국민들을 대신해서 뭔가 제대로 비판할 수 있는 건전 비판세력, 미래 수권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전쟁이나 난리통에는 부모형제도 헤어진다고 하는데 이제 일정 부분 안정도 됐고 대선도 끝난 지 꽤 됐으니 만큼 소위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은 뿌리인 바른정당 대부분 분들과 한국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보수통합’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통합을 추진 명분으로 일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국당 자진 탈당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김무성 의원과 한국당의 정진석 의원이 주도하는 정책토론 모임인 ‘열린토론, 미래’에 대해서도 “현재 보수가 결집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되기 위해선 사전에 의견을 조율하고 보수의 가치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밝혀 두 당 사이의 초당적 토론모임 역시 보수통합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 비대위 결정 뒤집히자 유승민계 반발…13일 연석회의가 분수령
 
이런 당내 반대 기류 때문인지 지난 10일 주호영 원내대표의 주재로 열린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 직후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한 달 내에 전당대회를 치르기는 어려워 새로운 지도부 구성 방식에 대해 당원들의 총의를 모아 이른 시일 내에 새 지도부를 구성하자는데 대부분 의견 일치를 봤다”며 비대위 체제 쪽으로 힘이 실리는 듯 했던 분위기가 같은 날 만찬 회동에서 다시 뒤집혀 새 지도부 구성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 자리에선 앞서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지지하던 김용태 의원은 물론 김무성, 이종구 의원 등 통합파들이 유승민 비대위 추대에 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는데, 다음 날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이를 놓고 다시 논의했으나 평행선을 달린 끝에 별 다른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주호영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저녁식사 자리에서 적지 않은 수의 의원들이 비대위원장 체제를 반대했다”고 한 데 이어 ‘이번 주 내에 지도체제가 결정되느냐’는 질문에도 “모르겠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회의적 전망을 내놓아 이를 확인시켜 줬다.
 
그러면서도 주 원내대표는 “그래서 내가 제안한 것이 정기국회가 끝나고 내년 1월 중순 경에 전대를 하는 것을 합의하면 그 사이에 비대위원장으로 갈지, 대행체제로 갈지 합의하는 것은 쉽지 않겠느냐는 것”이라며 “그 제안에 많은 분들이 동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유승민 의원은 변화된 기류를 감지했는지 “정치적 합의가 되면 결심을 하겠다”며 이전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지난 10일 SNS를 통해 “허허벌판에 나와서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개척해보자고 했던 우리가 편하게 죽는 길로 돌아갈 수는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뒷걸음쳐서야 되겠냐”며 한층 강하게 자강론에 힘을 실었던 유승민 의원은 변화된 기류를 감지했는지 11일 “정치적 합의가 되면 결심을 하겠다”고 이전보단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다만 유 의원은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당헌당규를 들어 “(합의가 안 되면) 당헌당규대로 하면 된다. 당헌당규에는 전당대회를 하기로 돼 있다”며 이대로 물러설 뜻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뿐 아니라 지난 3월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 의원을 돕고자 한국당에서 단신으로 제1호 탈당을 감행했을 만큼 유 의원과 가까운 지상욱 의원 역시 11일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최고위에서 토론된 내용을 몇 사람이 밥 먹으면서 뒤집어 버렸다”며 “당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비대위 체제 무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지 의원은 통합파가 지지하는 대표 권한대행을 맡을 주호영 원내대표까지 겨냥 “오늘은 당원들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마저 본인이 주재한 전날 최고위의 내용을 뒤집는 걸 봤다”며 “작금의 사태는 보수개혁이냐, 타당과의 정치적 야합이냐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당과 보수통합을 추진하려는 통합파의 시도를 일종의 ‘정치적 야합’으로 표현할 정도로 격한 반감을 표명한 셈인데, 지 의원은 “이것이 과연 보수개혁을 위해 창당한 공당의 모습이 맞느냐”며 “당헌에 따라 즉각 당원대표자회의의 소집을 요구한다”고 촉구해 통합파와 자강파의 충돌이 일견 치킨 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처럼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의 입맞춤이 있었던 지난 10일 만찬에서 도리어 간신히 접점을 찾는 듯 했던 새 지도체제 구성안에 대한 당내 견해가 다시 양분되면서 당장 11일 최고위에서조차 결론이 나지 않아 오는 13일로 예정된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가 이 문제를 매듭지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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