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실체 논란 증폭···정치권 ‘긴장’
시민단체·언론도 관여··· 사건 ‘일파만파’

최기영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이정훈 전 민노당 중앙위원, 이진강 씨, 손정목 씨. 이들은 현재 정치권의 유력인사들과도 친분이 있을 정도로 힘 있는 세력들이다.
비록 민주노동당이 작은 군소정당에 불과하지만 9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고 지지기반이 확실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정당이라는 데서 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게다가 핵심 지하조직으로 지목된 ‘일심회(一心會)’에 대한 실체 논란이 증폭되면서 정치권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고정간첩 장민호(44)씨가 구속된 386운동권 출신 4명 외에도 다른 386 출신 인사들을 친북조직 ‘일심회’에 끌어들인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얼마나 큰 파장이 정치권에 폭풍으로 휘몰아칠지 그 속내를 밝혀보자.
‘일심회 사건’으로 구속된 최기영(40)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이정훈(43) 전 민노당 중앙위원, 이진강(43)씨, 손정목(42)씨 등은 모두 386 학생 운동권 출신으로 현재 정치권 유력인사들과 도 친분이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이번 사건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 중인 A씨는 부산 미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으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A씨와 함께 사건에 참가한 사람들이 이정훈 씨와 손정목 씨이다.
또한 이진강 씨는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B씨와 대학시절 ‘애국학생회’간부로 함께 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의 주요 인물인 장민호씨는 현직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K씨와 가까운 사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러나 의혹을 사고 있는 K의원은 장씨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민호가 올 초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보고한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와 관련한 동향과 일심회의 ‘사업 정형보고’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북측이 내년 대선에도 영향력을 끼치려 한 것으로 보고 암호 문건을 해독·분석하고 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법원에 제출한 문건 이외에는 구체적인 의미가 해독되지 않았다”며 “공개되지 않은 암호문은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내용이 많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이미 컴퓨터와 소형메모리칩(USB), CD 등에서 확보한 46건 중 극히 일부인 4~5건만 암호를 풀어 지난 28일 최기영 씨 등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법원에 증거물로 제시했다.
이들 문건은 북한 핵실험 이후 민노당 내부 및 각계 동향, 2005년 윤광웅(尹光雄) 국방부장관 해임결의안 무산 배경과 경위, 5·31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을 지원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낙선시키는 방안, 환경단체를 동원한 반미투쟁 확산 방안 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민단체와 언론도 먹으려
문제는 정치권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거대 환경단체중 하나인 N연합의 한 간부는 이진강 씨와 대학시절 같은 운동권출신으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시민단체도 ‘간첩단 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방송계에까지 비화돼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를 이용한 반미투쟁 확산’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한 환경단체의 핵심간부는 “장갑차 여중생 촛불시위 미군기지 이전 반대 행사에 참석한 것은 시민단체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며 “공안당국에서 모든 것을 밝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거대 환경단체 관계자는 “미군기지 문제 등은 환경단체로서 꾸준히 우리가 제기해왔던 것”이라며 “간첩들의 ‘지령’을 받아서 한 것은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다. 이는 환경단체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달 31일 열린 방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도권 2000만 가시청 가구를 확보한 경인TV를 접수하려 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일심회의 총책 장 씨가 경인TV의 2대주주 ㈜미디어윌의 자회사인 ㈜미디어윌테크놀로지의 대표이사였으며, 지상파DMB 사업뿐 아니라 경인TV 사업에까지 상당 부분 간여해왔다는 것이 주변 인사의 전언”이라며 “국민 소유인 전파가 이적행위 등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경인TV 지분 12.4%를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윌 주원식 대표의 대학 후배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고정간첩단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대남공작을 시도한 것으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386 운동권 출신 지하조직 ‘일심회’ 가 작성한 보고 문건과 북한의 지령 내용이 과연 통했을까. 공안당국도 ‘일심회 사건’을 고정 간첩이 연루된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고 시민단체, 방송계, 민노당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려고 했다는 정황은 하나씩 잡히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보고나 지령이 현실과 많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즉, 이들이 북한에 정보를 보고했다고 해도 단순한 정세분석일 경우가 크다는 것. 게다가 5명 정도의 간첩수준으로는 이미 인터넷 등이 활성화 돼있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구조상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5ㆍ31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이 열린우리당을 밀어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키는 방안’도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느낌이다. 민노당은 정치적으로 줄곧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동시에 비판하는 입장을 표했다. 노회찬 민노당 의원은 과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둘다 보수정당”이라며 “합당을 하는 것이 어떠냐”라는 발언을 한 바도 있다.
또한 민노당 핵심 관계자는 간첩단 사건에 대해 “최기영 사무부총장은 당시 중앙당 직책을 맡고 있었지만 서울시장 선거에 이래라저래라 할만 한 위치가 아니었다”며 “민노당 사전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