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박근혜 지우기’, 보수통합 단초 될까
한국당의 ‘박근혜 지우기’, 보수통합 단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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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朴 전 대통령 ‘탈당 권고’ 발표에 당 안팎 온도차
▲ 홍준표 당 대표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혁신위에서 인적쇄신에 대한 혁신안을 발표한 것에 관해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자유한국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3일 제3차 혁신안을 발표하며 여전히 당적을 유지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자진탈당을 권고했다.
 
이에 발맞춰 홍준표 한국당 대표 역시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 결과가 나온 뒤 사실상 이들에 대한 출당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인적 쇄신’에 본격 시동을 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혁신위는 한국당을 탈당했던 인사들에 대해서도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에 대한 당적 정리를 계기로 지방선거 전까지 보수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연일 정부여당을 비판하며 강성 야당으로 변모한 한국당이 혁신위의 인적쇄신안 발표를 반등의 계기로 삼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홍준표, 인적 쇄신 꺼내자 친박계 “적전분열 책동하나” 격앙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지난 13일 당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거취와 관련해 “한국당은 2016년 4월 총선 공천 실패로부터 지난 5월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자진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며 “만약 ‘자진탈당’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당헌·당규에 따른 출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또 계파 전횡에서 비롯된 국정 실패의 책임을 물어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자진탈당을 권유했을 뿐 아니라 ‘진박 감별사’를 자처한 다른 친박계 의원들 대상으로도 추가적 문책 가능성을 열어둬 실질적인 친박계 압박에 들어갔다.
 
반면 과거 한국당에서 탈당했던 의원들에 대해선 보수 분열을 반성한다면 복당을 수용하겠다는 호의적 태도를 보여 사실상 바른정당을 다시 끌어들여 보수통합을 이루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혁신위에서 발표한 이 같은 제안은 어디까지나 권고안일 뿐 당에서 반드시 따라야 될 필요는 없지만 홍 대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류 위원장이 최고위의 결정을 촉구하자마자 곧바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 권고안을 토대로 당내 의견을 모아 10월 1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특히 홍 대표는 혁신위 권고안에 대한 논의를 1심 판결 전후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 서청원, 최경환) 세 분에 대한 논의는 10월 중순 이후로 하는 게 좋겠다는 당내 친박 의원들의 주장이 있었다”며 “그것을 받아들여서 10월 중순 이후로 논의하고 집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홍 대표는 친박 핵심 중 한 명인 윤상현 의원은 빠져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윤상현의 경우 자신도 공천을 못 받았다. 무소속으로 했던 사람”이라고 일축했는데, 친박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함으로써 당내 반발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라도 보수통합을 위해 인적 쇄신의 모양새를 갖추겠다는 뜻으로 비쳐지고 있다.
 
실제로 홍 대표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제명시키려면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하기에 사실상 출당시키는 건 어렵지 않느냐는 데 대해선 “아직 집행하는 부서나 당에서 논의를 본격적으로 안 했기 때문에 그건 지금 답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해 실질적 차원의 인적 쇄신이라기보다 보수통합의 명분을 갖추기 위한 ‘보여주기’식 조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브리핑에 앞서 진행된 당대표 및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선 이장우 의원이 “멀쩡히 잘 굴러가고 있는 당을 왜 또다시 둘로 나누려고 하느냐”고 이 같은 친박 압박조치에 반발했고, 김태흠 최고위원 역시 “당을 하나로 모을 생각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홍 대표에 고성을 내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 김 최고위원은 13일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대여투쟁을 하고 하나로 가는 시점에 혁신위에서 박 전 대통령 자진 탈당이라든지 다른 의원들의 탈당을 발표한다고 해서 의원 서로 간에 언성이 좀 높아졌다”며 “지금은 이런 문제를 중지시키고 (발표) 시기와 절차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와 관련해 김 최고위원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대여투쟁을 하고 하나로 가는 시점에 혁신위에서 박 전 대통령 자진 탈당이라든지 다른 의원들의 탈당을 발표한다고 해서 의원 서로 간에 언성이 좀 높아졌다”며 “지금은 이런 문제를 중지시키고 (발표) 시기와 절차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 출신으로 한국당 혁신위원직도 역임하던 황성욱 변호사의 경우 같은 날 혁신안 발표현장에도 나오지 않은 채 혁신위원을 전격 사퇴해 혁신위 내에서도 이번 인적쇄신 문제를 놓고 끝내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일단 홍 대표는 이런 격앙된 친박계의 반응에 대해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갈등도 있고 반발도 있다”며 “그것까지 전부 수렴해서 조직 운영을 해 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 데 이어 오히려 14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가진 특강에선 “한국의 보수우파를 괴멸시킨 책임을 물어 어제 그 책임에 따라 세 분은 당을 나가라고 했다”며 “우리가 지지율이 나쁘게 된 것은 탄핵 때문이다.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인적 쇄신 의지를 한층 굳힌 모습을 보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우리가 목표하는 건 내년 지방선거까지 25%의 안정적 지지율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친박계는 국회의원 하려고 박근혜 치맛자락 붙든 사람들이지 이념이 아니다. 그 분들과 묶여 같이 도매급으로 좌절하기는 어렵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친박계의 반발에도 이를 강행한 자신이 권위주의적이란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내가 권위주의면 어제 같은 경우 대들면 그냥 놔뒀겠냐”며 “대들어도 다 들어준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전날 회의에서도 격앙된 모습을 보였던 김태흠 최고위원은 14일 자신의 SNS에서 홍 대표를 겨냥 “연세대 특강에서의 발언을 보면서 너무 안타깝고 답답하다. 독고다이는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없다”며 “당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비난해 ‘다 들어준다’던 홍 대표의 주장을 무색케 했다.
 
◆ 바른정당·국민의당, 한국당의 ‘인적 쇄신’ 발표에 견제 나서
 
이처럼 한국당 내부적으로도 이번 혁신위 발표에 들끓는 가운데 앞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야권 공조 분위기를 내비쳤던 다른 야당에선 돌연 경계심을 드러내며 한국당의 박 전 대통령 및 일부 친박 핵심 탈당 권고안에 혹평을 쏟아 부었다.
 
국민의당에선 당장 안철수 대표부터 13일 전북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의 인적쇄신안 내용과 관련해 “세 분만 출당된다고 해서 책임 있는 자세인가”라며 “세 분만 출당된다고 해서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13일 “선거 때 박 전 대통령 팔아서 선거하고, 끝나고 나니 출당을 결의했는데 그 사람들 이상하다”며 “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박 청산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무엇보다 당내 자강파와 통합파 간 노선 투쟁이 있던 바른정당에선 한국당의 이런 움직임에 국민의당보다 한층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자강파의 대표격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같은 날 “선거 때 박 전 대통령 팔아서 선거하고, 끝나고 나니 출당을 결의했는데 그 사람들 이상하다”며 “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박 청산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징계가 보수통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영향 받을 일 없다”고 단호히 일축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같은 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전체회의에서 “류석춘 혁신위원장을 비롯해 혁신위 안에는 박 전 대통령은 죄가 없고, 탄핵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태극기 부대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분이 여러 명 있다”며 “혁신위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을 얘기하는 것은 양두구육”이라고 한국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하 최고위원은 “출당을 권유하려면 혁신위 안에 있는 태극기 부대들이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이런 분들이 반성과 사과도 없이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얘기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바른정당 내 통합파의 대표격인 김무성 대표는 13일 바른포럼 창립기념 강연회에서 “당과 개인보다 국민과 선국후사의 큰 그림을 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보수우파가 대결집해야 할 때”라며 “건전한 보수세력은 함께 뭉치고 결집해 위기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해 한국당과의 통합 기류를 형성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더구나 차기 지도체제 문제도 유승민 비대위 체제로 기우는 듯했던 분위기도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주호영 원내대표가 조기 전당대회 전까지 대표권한대행을 하는 방향으로 적잖이 수정되면서 홍 대표의 인적 쇄신을 기점으로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이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통합 분위기는 일단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수 야당이 경합해선 여당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을 것이란 현실적 측면에서라도 추진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각 당내 반발을 극복하고 과연 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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