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봉이야?!
환자가 봉이야?!
  • 남지연
  • 승인 2006.11.03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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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최고의 효자상품, 종합검진
한국의 주요 대형 병원에서 벌이는 종합건강검진에는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한 검사 항목이 다소 포함돼 있다. 특히 개인 특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거의 비슷한 검진을 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검사를 받는 사람의 특성이 아니라 경제력과 기호에 따라 결정되는 종합건강검진··· 대형병원들의 최대수익원으로 둔갑한 건강검진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더 이상 남이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주요 대형병원에서 벌이는 종합건강검진에는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한 검사 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건강검진은 대박상품!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최근 국내 주요 병원 6곳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미국의 암 협회와 가정의학회, 심장학회, 당뇨병학회의 권고안과 우리나라의 평생건강관리, 5대암 검진 권고안을 바탕으로 비교·분석했다. '가정의학회지'에 실린 조사 결과를 보면, 병원 6곳의 종합검진 항목에는 종양표지자, 복부 초음파, 심전도, 매독 등 권위 있는 국내외 의학 관련 단체에서 부적절하다고 밝힌 검사 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가정의학회가 펴낸 평생건강관리지침과 비교할 때 20~30 항목의 암 검진 가운데 10~15 항목이 불필요한 검사였다. 만성질환 검진의 경우도 25~30 항목 가운데 7~8개는 불필요했고, 4~5개  가량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암 검진의 경우, 알파페토프로틴 검사·복부초음파(간암), 종양표지자 CEA(대장암), 전선량CT(폐암), CA125·질초음파(난소암), CA19-9·복부초음파·복부CT(췌장암), 갑상선초음파(갑상선암) 등이 대표적으로 불필요한 검사들이다. 이 검사들은 암 판정을 받아 치료 중인 사람이나 암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이 받아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기본 건강검진 프로그램 이외의 특화된 검진 프로그램에도 부적절한 검사 항목이 많이 들어 있다. 컴퓨터 단층촬영, 각종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자기공명 혈관촬영술, 양전자방출 단층촬영술 등의 검사는 의사의 진찰과 기초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경우에 하는 검진 항목들로, 1차 검진 항목으로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값도 매우 비싸다.


이 밖에 개인 특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거의 비슷한 검진을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개인의 나이, 성별, 직업, 흡연 여부 등의 주요 위험요인에 따라 질병 발생 위험도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교수팀은 “이런 선별검사 항목들은 의학적으로 진단효과가 적거나 건강한 사람에게 불필요한 것들이며, 비용을 고려하면 더욱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결국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대형 병원들의 최대 수익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3년간 종합검진을 통해 186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서울 강남의 중심가인 역삼동 스타타워에 건강검진센터(서울대병원 강남센터)를 따로 두고 프리미엄 마케팅을 한 덕분이다. 강남센터에서 기본 검진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한달, 정밀 검진을 받기 위해서는 3~6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기본 검진 상품은 50~60만원 정도지만 주로 팔려 나가는 상품은 100만원이 넘고, 300만원을 넘는 고가의 상품을 찾는 고객도 적지 않다. 개원 3년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서울대병원 쪽은 “강남센터를 개원한 목적 자체가 양질의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매년 어린이병원과 임상연구센터 등에서 발생하는 60억~100억원의 적자를 메우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들도 서울대병원과 비슷한 가격대의 건강검진상품을 내놓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쪽은 “6대 암 검진 등이 가장 밀려 있으며, 가격은 주로 100만~120만 원선”이라며 “신청 뒤 석 달은 기다려야 검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도 기본 검진은 50만~60만원이 들고, 가장 인기가 좋은 정밀검진은 보통 120만원 정도가 들지만 1년 이상 기다려야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병원 쪽은 “병원 전체로는 적자를 내고 있지만 건강검진 사업은 흑자”라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저렴한 비용의 건강검진은 외면한 채 운영하고 있어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이들 병원들은 무료로 실시되는 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보다는 수십만 원에서 600만원이나 드는 자체 종합검진을 적극 유치해 병원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건보공단이 실시하는 건강검진은 아예 하지 않고 자체 종합검진만 실시해병원의 수입을 증가시키는 데 앞장서 왔던 대형 병원들··· 특히 일산병원은 건보공단이 직영하는 병원임에도 이번 조사기관 중 자체수입으로 세 번째로 많은 수입을 올렸다.


현재 건보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은 검진비가 2만여 원밖에 들지 않기 때문에 이들 병원은 자체적으로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검진항목을 끼워 넣음으로써 고가의 건강검진을 운영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은 외면!


이 교수는 “종합건강검진 항목이 검사를 받는 사람의 특성이 아니라, 경제력과 기호에 따라 결정되는 게 큰 문제”라며 “획일적인 검사 항목을 적용하기보다 문진과 진찰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특성과 의학적 근거를 고려한 맞춤형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종합검진에 대한 표준 진료지침을 마련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표준건강검진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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