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아이 VS 당당한 신세대

청소년들이 피임을 안 하고 성관계를 하는 탓에 10대 엄마 리틀맘(10대 엄마)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70~80%가 전혀 피임하지 않고 있으며, 2005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낙태 미혼 여성 중 8.3%가 낙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난이 가장 큰 고통
인터넷 싸이월드의 리틀맘 클럽에는 현재 48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다음 카페에도 회원이 1000여명이다. 이들 사이트에는 하루 20~30여명이 가입하고 있는 추세다. 약 5000~6000여명의 리틀맘이 추정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15~19살 인구(약 150만명)의 출산율(1000명당 2.3명)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한해 3400여명의 10대 청소년이 아기를 낳는 셈이다. 결국 현재 15~19살인 청소년 가운데 대략 1만7천명이 아이를 낳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 애란원, 광주 우리집 등 미혼모 쉼터들은 입양·유기 등 직접 기르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실제 아이와 함께 사는 미혼모 인구만 6천명대로 잡고 있다.
아이에 대한 책임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용기 있는 소수이지만,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10대가 임신을 하면, 가족으로부터는 낙태를 강요받고, 학교에서는 자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총신대 학생인 박종인(21·신학과)씨가 이달 리틀맘 동아리 회원 60명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설문조사를 보면, 이들이 겪었던 고통의 단면이 드러난다. 임신한 사실을 알았을 때 부모님에게 바로 알린 응답자는 겨우 3명이었고, 상담소 등 시설을 찾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은 남자 친구와 동성 친구에게 먼저 알리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이러는 사이 이들은 교육과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갇히게 된다.
같은 조사에서 ‘리틀맘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을 묻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경제적 문제(58.1%)를 첫손에 꼽았다. ‘남편과의 육아 분담’(16.6%), ‘주변의 좋지 않은 시선’(13.3%), ‘양육 정보의 부족’(8.3%)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리틀맘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을 돕는 전문 프로그램이나 지원기관도 없다. 전국에는 미혼모의 출산을 돕는 시설이 10여 곳, 미혼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1년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중간의 집’이 9곳 있지만 10대들을 위한 별도의 시설은 없다. 한창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어른들과는 여건이 다른 청소년들이 ‘어른들을 위한’ 서비스를 받는 셈이다.
광주에 있는 미혼모 쉼터 우리집의 이선희 원장은 “어린 나이에 엄마가 돼버린 청소년들을 사회에서는 나무라기만 했고, 그 사이 6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마땅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며 “리틀맘들을 사회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인적자원부내의 여성교육정책담당관실에서 성교육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내의 가정보건복지과에서 미혼모가정을 저소득 모자가정으로 인정하고 지원하고 있으나 이들 정책이 통합적으로 청소년의 임신예방과 리틀 맘 정책에는 맞춰져 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은 “리틀맘, 리틀파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부모로서의 역할과 학생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직업과 학업의 양립이 가능한 학교를 다니게 하거나, 검정고시 준비를 지원하는 등의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청소년위원회는 외국사례 중 미국과 캐나다 사례를 참고해 청소년 임신 예방을 위한 좀더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성교육 대책이 필요할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임신한 청소년을 위해 ‘10대 양육 프로그램’(TAPP)을 각급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다. 임신으로 학교를 중퇴하는 것을 방지하고 임신기간 중에도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의료 및 상담 서비스를 해 준다. 또 미혼모(리틀맘)가 된 학생뿐 아니라 태어난 자녀도 수혜자에 포함시켜, 양육 지원과 어린이 보호를 아울러 꾀한다. 미국은 10대 소녀의 임신율이 서구에서도 높은 편으로, 10대 소녀 열 중 넷 정도가 적어도 한차례 임신을 경험한다.
미국과 이웃한 캐나다의 경우, 10대 임산부를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구세군과 주정부가 함께 운영하는 ‘구세군 희망 센터’에서는 16~19살 미혼모와 자녀들이 함께 살면서 각종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또 학교와 탁아소의 기능을 합쳐놓은 ‘유빌센터’는 고교를 졸업하지 못한 미혼모를 위해 교육과 양육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미성년 미혼모가 수업을 받는 동안, 직원들이 아기들을 돌봐준다.
리틀맘, 리틀파파 지원대책 필요
10대의 호기심으로 갑자기 부모가 된 이들..., 마치 죄를 지은 사람으로 손가락질하기보다는 당당한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바로 세울 수 있는 대책 마련 강구가 우선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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