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를 ‘좀먹는’ 회사?
국가 경제를 ‘좀먹는’ 회사?
  • 이훈
  • 승인 2006.11.05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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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탄 - 파라다이스 그룹, ‘행복경영’이면의 부당해고 논란

‘행복경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서울 장충동 파라다이스 그룹 앞에서는 실직 근로자들의 천막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파라다이스 제주’에서 정리해고를 당했던 근로자들이 상경, ‘제2의 마더테레사’라는 대형 현수막 아래 천막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전필립 회장 취임 이후 ‘행복경영’을 내세우며 장애인 초청사업 등 각종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며 그룹 이미지 제고에 힘써오던 파라다이스 그룹.
하지만 정작 자회사인 ‘파라다이스 제주’에서는 경영난을 이유로 10여년 넘게 일해 온 정규직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마찰음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회사에서 수익을 창출하긴 커녕 계속적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다면 당연히 관련 임원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강창훈 노조 위원장은 힘없는 목소리로 기자에게 물었다.

힘겹고 외로운 ‘투쟁’

지난주 취재차 천막농성장을 방문 했을 때, 단식농성이 벌써 10일째에 접어들었다는 말을 노조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다.
단식 농성중인 강창훈 파라다이스제주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미 건강상에 이상을 보인 듯 매우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다소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 자동차들이 고속으로 주행하는 차도 바로 옆에서 그렇게 외롭고 힘겨운 투쟁은 계속 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바로 이전까지 파라다이스 제주 호텔의 경영을 책임졌던 전임 총 지배인에 관한 얘기였다.

노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 지배인인 노모씨는 2002년 9월 취임 당시 “지금까지 파라다이스제주 호텔이 왜 적자가 났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전임 총지배인들은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전임경영자를 무시하고 자신은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자신을 내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은 노모 지배인이 취임 후 흑자는커녕 연간 10억 미만이던 적자를 20억 이상으로 만들어 놓고도 모든 책임을 전임 총 지배인등에게 돌렸다는 것이 노조가 발표한 자료의 주 내용이다.
이어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만약 어떤 물건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회사에서 갑자기 매출이 급감 했다고 가정했을 때,
계속적인 개선 작업을 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물이 없다면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는 임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자료를 통해 언급하며 사측의 태도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 노조는 이렇게 무능한 직원들이 ‘직장상사’로 있는 한 파라다이스의 미래는 없다고 강하게 성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측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위에서 언급된 전 총지배인인 노모씨는 현재 해외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퇴사조치’는커녕 아직도 회사의 직원으로서 봉급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적지 않게 분노했다.

회사가 인재를 기용하는 ‘선구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회사가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근본’을 개선시키기는커녕 힘없는 정규·비정규직들을 해고하면서 재정의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려 했다는 것이 노조측이 회사를 규탄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이와 관련 노조에서는 파라다이스제주 호텔의 적자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해 사측과 다양한 의견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실무자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실질적으로 호텔이라는 특성상 지역 조건에 밝고,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사람들이 실무에 능하며,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누구보다 상세히 알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제출된 의견이라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경영에만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의 수익의 개선되지 않을 경우 현장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해도 좋다는 단서를 내 걸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에 대해 사측의 입장은 단호했다.
(주)파라다이스의 한 관계자는 “어떠한 회사라도,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노조측에 경영을 맡긴 사례는 없었다”고 언급하며, “법적으로도 아무런 하자가 없는 만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노조측의 주장에 ‘이유없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또한 “총 지배인을 교체하며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점차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회사의 재무구조가 취약해 졌을 때, 재정난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론이 존재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후의 전략 ‘일단해고(?)’

그러나 그 수많은 방법론 중 회사에 10년 이상 장기 근무한 직원들을 ‘일단해고’하는 전략(?)을 선택한 회사,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하는 회사가 세계로 도약하는 일류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동원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해고’라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우리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도 회사 관계자의 마지막 말은 진심으로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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