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호남 無국가’ 빈말 아니라니까~
‘無호남 無국가’ 빈말 아니라니까~
  • 윤여진
  • 승인 2006.11.09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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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구심점 되찾기 나선 DJ 행보 집중분석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다섯 번째 정계복귀(?) 신호탄이 올랐다. 지난 9월을 시작으로 팔순 몸을 이끌고 DJ가 또 다시 정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DJ 활동재개의 화두는 ‘북핵’과 ‘햇볕정책’이다.

대통령 재임시절 꾸준히 햇볕정책을 추진해 온 DJ가 이번에는 북핵실험 문제를 들고 “북한문제는 한국의 의견을 존중해 달라”고 외치고 나섰다.

나아가 최근 여권에서 불고 있는 정계개편 논란과 관련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분당은 잘못”이라며 정치적 색채가 짙은 발언도 서슴치 않고 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급작스레 등장한 최고령 전직 대통령의 거침없는 정치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일 저녁,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김대중 도서관' 후원회는 그야말로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는 듯 북새통을 이루었다.

성황 이룬 ‘김대중 도서관’ 후원회

특히 최근 여권발 정계개편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열린 후원회는 마치 열린우리당과 분당 이전의 민주당 행사를 방불케 했다.

한나라당이 강재섭 원내대표의 화환만을 보낸 것에 반해 한화갑 민주당 대표를 비롯, 추미애 전 의원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전원 참석했다. 여기에 임채정 국회의장, 김근태 당의장, 김한길 원내대표를 비롯한 우리당 인사들도 대거 참석, 성황을 이루었다.

DJ는 이 자리서 “대화는 친구하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하고도 하는 것”이라며 “공산권과 대화를 시도한 미국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에서 미국이 얻을 교훈은 분명하다. 공산국가는 억압하고 봉쇄하면 더욱 강해지고,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하면 변화한다는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DJ는 정계개편과 관련된 발언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DJ의 잇따른 강연을 되짚어 볼 때 단연 이번 정계개편의 중심축에는 팔순 노인인 DJ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 9월, DJ는 북핵문제를 들고 보폭을 넓혀갔다. DJ의 이같은 기조는 당초 ‘햇볕정책 유지’라는 대명제 아래 진행됐다. DJ는 “북한문제는 한국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위폐문제가 더 이상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처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DJ의 움직임 직후 북한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내 세계는 물론 국내 정국도 급격한 북한발 한랭전선에 휩싸였다.

야당과 보수세력의 화살은 일제히 여당과 ‘햇볕정책’의 원조 격인 DJ에게로 향했고 북 핵실험 이후 여권은 사분오열되는 양상을 극명하게 드러내기까지 했다.

결국 지난 10월 재보선 이후 노무현 당으로 대변되던 우리당 내부는 급속한 내홍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DJ의 행보가 뒤바뀐 것은 바로 이즈음이다. 지난 1998년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식 이후 만 8년만에 DJ는 목포를 찾았다.

DJ의 목포 강연은 ‘호남의 정신적 지주’ 위치를 재확인 시켜주는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그야말로 ‘화려한 외출’이요, ‘부활의 서곡(?)’이나 마찬가지 였던 것이다. 이에 정가 일각에서는 “마치 DJ의 다섯 번째 정계복귀같은 인상이 짙었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DJ는 목포 강연서 ‘무호남 무국가(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없다)’를 언급하며 “전라도 사람으로 살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목포역을 가득 메운 군중들과 함께 ‘목포의 눈물’을 따라 부르며 지역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정계복귀(?) 신호탄 ‘목포의 눈물’

이같은 DJ효과는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정책적으로 추진해 온 ‘서진정책’이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특히 끊임없이 호남에 러브콜을 보내며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 당 차원에서 구애작전을 펼쳤던 한나라당으로서는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8년만의 외출에 나선 DJ에 의해 그동안의 노력이 ‘단 한방’에 무너지고 있는 것.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호남에서 DJ 바람을 다시 재연하고 있는 김 전대통령을 그냥 두고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격할 수도 없고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최근 여권의 위기상황과 북핵문제 등을 엮어서 마지막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는 것 아니냐”라는 경계어린 시선도 내비쳤다.

반면 민주당과 우리당은 DJ의 잇따른 행보에 무언가 은근한 기대를 걸고 있다.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캐스팅 보드’를 확실히 움켜잡은 민주당으로서는 호남 민심의 집결은 곧장 민주당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만약 DJ로 인해 형성된 호남민심이 예전처럼 민주당쪽으로 기울 경우 ‘과거의 영광’ 재현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미 지난 지방선거와 10월 재보선에서 나름대로 선전해 온 민주당으로서는 우선 DJ의 정치 행보가 ‘가뭄 끝 단비’나 마찬가지 인 셈이다.

이같은 사정은 우리당 역시 매 한가지다. 더욱이 최근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당 내홍이 깊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DJ의 정치행보가 새로운 정치적 활로 역할을 할 것 이란 계산에서다. 특히 ‘친노와 비노’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당내 사정을 감안할 때 민주당과의 연대 내지는 합당이라는 시나리오가 가능하게 되고 이는 곧 DJ 바람을 고스란히 얻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에서다.

DJ 역시 “(열린우리당이)민주당과의 분당은 잘못 된 일”이라는 말로 어느 정도 참여정부와 선 긋기에 나선 이후 우리당의 내홍은 급격히 깊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DJ의 이같은 활발한 정치행보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가에서는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호남의 최대 주주나 마찬가지인 DJ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서 정계개편의 방향이나 정국지도가 새롭게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가에서는 DJ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햇볕정책의 연장을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게 나오고 있다. 즉, 차기 대선전까지 호남 중심의 정치행보를 이어나가 DJ의 전통 텃밭인 호남과 수도권에서의 세력을 모은 뒤 대선에서의 ‘캐스팅 보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즉, 과거 대선 때 김종필 전 총재의 역할을 이번엔 DJ가 나서서 할 것이란 지적이다.

단, JP와 DJ의 다른점은 주도권을 쥔 캐스팅 보드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3당합당이나 DJP연대 이후 단순한 캐스팅 보드 역할로는 ‘짧은 수명’을 가질 수밖에 없기에 호남최대주주로서의 막후 실력행사를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는 최근 도마위에 오른 ‘햇볕정책’ 지속과 차기 정권 창출이라는 명제아래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즉, DJ의 정치행보가 활발한 만큼 ‘햇볕정책 계승’이란 대선공약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결국 이는 ‘호남 대표주자’라는 타이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호남발 DJ 바람’은 향후 정계개편 과정은 물론 차기 대선전에서도 커다란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같은 분석은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본격 정치행보에 나선 ‘정치9단’ DJ가 ‘호남살리기 및 햇볕정책 계승’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DJ 바람에 이목 집중

DJ는 도서관 후원행사에 이어 오는 8일 유엔 아태경제회이사회 기조연설, 이달 중순 경 충남 공주대 특강 등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

팔순 노구임에도 불구하고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전직대통령 DJ, 그의 행보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의도’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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