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문자 파문’ 이어 방통위 보궐이사 선임에 자유한국당 국감 보이콧

그 중에서도 김장겸 MBC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이미 지난달 초 일주일동안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기도 했었던 자유한국당은 26일 방통위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공석 2자리를 현 여권 추천 인사로 채우자 국감 진행 중 전격 보이콧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여야가 첨예하게 각을 세우면서 정국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1기 내각 구성을 마무리 짓기 위한 마지막 인선으로 지명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내달 10일 열릴 예정이어서 정치권 화두로 다시 부상하게 된 인사 논란이 장차 정부·여야 간 파워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전초전 된 與 ‘공공기관 파견 희망자 모집’ 문자 논란
앞서 지난 25일 문화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 부국장급 이상 사무처 당직자와 20대 총선 비례대표 대기 순번자 등에게 공공기관이나 정부 산하기관 파견을 희망하는지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을 보도해 정치권에서 파문이 일어났다.
이에 제1야당인 한국당에선 같은 날 정태옥 대변인이 구두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발언’까지 싸잡아 “대통령은 국가 기관이나 산하 기관에 공정한 취업을 방해한 사례를 전수조사하고 처벌하겠다고 하기 전에 본인이 속한 당의 불공정 사례에 엄격한 잣대를 갖다 대길 바란다”며 “문 대통령의 반성과 국민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정부여당 측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 뿐 아니라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 역시 같은 날 논평에서 “이런 사람들이 적폐청산을 외치며 전임과 전전임 정권을 향해 사정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현실”이라며 “추미애 대표는 직접 해명하고 사과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여기에 국민의당도 같은 날 김철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여당에선 당직자와 비례대표 대기 후보자들에게 (자리를) 나눠줄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희망조사를 했단 말이냐”며 “문 대통령의 공공기관 취업 관련 비리 엄벌 지시가 민주당에도 적용되나. 민주당 당직자들만 치외법권 구역이냐”라고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특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하루 뒤인 26일 오전 회의에서도 정부여당을 강도 높게 질타했는데, 국민의당에선 이용호 정책위의장이 원내정책회의에서 “국민들에게 공공부문 일자리는 실력이 있어도 백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곳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적폐 중 적폐”라며 “채용비리를 뿌리 뽑는 것이 그 자리에 내 식구를 채워 넣기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장은 여당을 향해서도 “민주당이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정부 산하기관을 전리품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아우성이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적폐를 저지르면 결국 청산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또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역시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지난 정부 낙하산 인사라고 압박하더니만 정작 자신의 행위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란 말로 포장해 넘어가려 하고 있다”며 “신악이 구악보다 심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주 원내대표는 “김인호 무역협회장이 어제 청와대로부터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압박을 받았다는 얘기를 했다. 민간기관 수장까지도 권력 위세로 쫓아내고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 채우려는 의도”라며 “김 무역협회장의 사퇴를 압박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고, 그 과정에서 강요나 협박이 없는지 수사해야 하는 차원”이라고 무역협회장 사퇴 배경 수사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 전격적인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 ‘野 폭발’ 도화선 돼
이처럼 야권에서 무역협회장 인선 교체 압박 의혹을 제기하기 무섭게 또 다른 곳에서도 인사 압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났는데, 바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그 도마에 올랐다.
무엇보다 지난달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의사일정 보이콧까지 불사하며 정부여당에 맞섰던 한국당에선 방문진 인사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공석인 보궐이사 2석에 대한 선임 절차에 본격 착수하자 이를 결국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 해임 수순에 들어가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고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특위 위원들이 과천 정부종합청사에 있는 방통위를 직접 항의방문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에게 “방통위가 여당(당시 자유한국당) 추천 인사 2명의 인사를 의결하려는 건 외압에 따른 날치기”라며 “보궐 이사 인선은 사퇴한 인사를 추천한 전임 정당이 후임까지 추천하는 전례를 따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정당도 비록 한국당처럼 현장방문한 건 아니었지만 최고위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방송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이번 방통위는 완전 무시하고 있다. 민주당의 방송 장악 의도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방통위가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효성 방통위원장에 대한 거취까지도 야당에서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정부여당에 맞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방문진 이사진 총 9명 중 그동안 여권은 6명, 야권이 3명을 추천해 이사회를 구성해왔는데, 주 원내대표는 여당 추천 인사가 중도사퇴하면 잔여임기만 후임이사가 하게 되어 있고, 그 후임이사도 추천한 당에서 계속 가져야 한다는 한국당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 과거 여권인 자유한국당의 추천을 받았던 유의선·김원배 이사가 물러난 자리에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현재 여당(과거 야권)이 추천한 인사를 선임할 경우 여야 구도가 6대3에서 4대5로 바뀌게 돼 이사장 불신임안은 물론 MBC사장 해임안도 내달 2일 정기 이사회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만큼 야권에선 정부의 방송 장악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보수야당에선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중단하도록 일부 방통위까지 찾아가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끝내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새 방문진 보궐이사로 선임하기로 방통위가 의결하자 한국당의 경우 같은 날 오후 국정감사 보이콧을 검토하겠다며 이를 위한 긴급 의원총회를 열기로 해 지방에서 국감 중이던 일부 소속의원들은 국감에 불참한 채 급히 서울로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법사위 등 일부 국감은 잠시 중단되기도 했는데, 여당이 한국당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국회법 50조 5항에 의거 정상 진행을 적극 추진하며 겨우 재개되기에 이르긴 했으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 문제로 정국이 얼어붙으면서 이미 국정감사보다 ‘방문진 선임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아예 국감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로 했기 때문인지 한국당은 방통위 결정에 맞서 당력을 총동원해 즉각 대응에 들어갔는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감장이 아닌 국회 정론관에 모여 “(한국당의) 보궐 승계 권한을 강탈한 것인 만큼 원천 무효”라며 방통위의 새 이사 의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우리 당은 이번에 새로 임명된 방문진 보궐인사에 대해서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고 공언한 데 이어 끝까지 보궐인사를 선임했던 이효성 방통위원장에 대해선 “문 대통령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퇴시켜야 한다”고 해임촉구결의안 제출을 예고했다.
또 정 원내대표는 이날 방통위 현장방문 당시 이 위원장이 대화 도중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고 발언했다가 ‘누구로부터 압력을 받았냐’고 따져 묻자 ‘여론’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외압에 의해 선임을 빨리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이 외압이란 게 청와대나 여당의 압력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노골적인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좌시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국감 중단을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한국당은 당장 내일부터 국감에 전면 불참하기로 결정했지만 북한 도발이라는 외적 변수로 인해 자진 철회하게 됐던 지난번 보이콧처럼 내달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일정 중 국회 연설이 포함되어 있어 국회 보이콧을 장기화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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