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판결 1심 판결 뒤집어 이전 가능성 높아져
레미콘 특성상 입지 중요성 이전될 경우 업계 판도 요동칠 듯
레미콘 특성상 입지 중요성 이전될 경우 업계 판도 요동칠 듯

2일 법조계 및 업계에 따르면 삼표산업이 국토부를 상대로 낸 사업인정고시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하면서 이전 위기에 내몰렸다.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지만 유적이 발견되면서 낙관하기엔 불투명하다. 성수공장 이전에 이어 풍납공장마저 이전될 경우 생산량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전되면 생산량 차질…사돈 기업 현대차 사옥 준공 혜택?
성수공장은 삼표산업 전체 생산량의 20%, 풍납공장은 전체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문제는 풍납공장이 이전 할 경우 이보다 더 좋은 입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레미콘 공장이 기피 시설이라 들어설 경우 민원이 극심해 수도권 지역에서 대체지를 찾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레미콘 특성상 90분 이내 타설을 마쳐야 하기에 입지가 중요하다.
풍납공장을 제외한 삼표산업의 레미콘 생산량은 약 572만㎡ 에 달한다. 업계 1위인 유진기업의 생산량 743만㎡ 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만에 하나 풍납공장 까지 제외하면 업계 3위인 쌍용레미콘의 생산량(518만㎥) 밀려 3위로 밀려난다. 이럴 경우 업계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풍납공장 이전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풍납공장 부지는 현대차가 낙찰받아 랜드마크 건물로 건설하려는 한국전력 부지와 5km 내외로 가까이 있다. 낙찰 받은 시기가 2014년 인데 이때 삼표는 풍남공장 이전 관련해 소송전을 제기한 시기와 맞물린다. 때문에 풍납공장 이전에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 현대차와의 관계를 거론하고 있다.
삼표는 현대차그룹과 사돈 기업으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지선씨가 현재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부인이다. 이 때문에 두 그룹은 여러 차례 일감밀어주기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10대 재벌의 친족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심 사례를 정리·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삼표그룹 계열 삼표기초소재에 현대제철이 철광석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슬래그를 밀어줬다는 의혹으로 업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슬래그 공급은 중단했지만 한국전력 부지에 현대차 사옥 공사가 시작되면 상당한 혜택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풍납공장을 사수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풍납토성 유구 발견 풍납공장 이전 가능성 ↑
한편 이번 소송은 풍납토성의 보존·복원을 추진하는 국토부와 문화재청·서울시가 지하에 문화재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며 삼표의 풍납레미콘 공장 이전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풍납토성은 BC 1세기에서 AD 3세기 사이에 지어진 백제의 도읍지로 삼표의 풍납 공장은 풍납토성의 서성벽 복원 구간에 위치해 있다. 서울시와 송파구는 풍납토성 문화재 발굴 및 복원 사업을 위해 2003년부터 풍납공장 부지를 취득해왔다. 2006년부터는 공장 토지와 건물에 대한 보상이 완료될 때까지 삼표산업이 공장 부지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대부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2014년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삼표산업이 보상협의에 불응하자 서울시가 토지사용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고 삼표측에 통보했고 삼표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시유재산 사용허가 조건일부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청구는 기각됐지만 삼표가 보상협의에 응하지 않자 서울시가 매입하지 않는 5필지를 강제 수용 방침과 송파구도 행정대집행과 풍납동 공장 내 펜스 설치 계획을 통보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1심은 삼표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방법원 행정2부는 “수용 대상 부지에 풍납토성 서쪽 성벽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며 “모양이나 대략적인 특정조차 불가능한 이상 문화재가 존재한다는 개연성이나 업거나 매우 낮아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풍납토성 복원사업은 문화재 원형 보존 목적 보다 매장문화재 발굴이나 인공문화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에 기인한 것”이라며 “단순한 발굴조사만을 위한 강제수용은 사업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토부는 항소했고 2심에서 삼표산업은 패소했다. 지난 9월부터 서울 송파구 풍납동 310번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발굴조사에서 성벽과 석축 시설, 문지 추정 유구가 발견된 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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