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막극장의 "2004 아닐 부 단막 페스티발"
'단막극'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극단 단막극장'이 다시 한번 6명의 연출로 단막극 페스티벌을 열어젖혔다. 이번의 주제는 바로 '부조리'. 어딘지 어렵고 난해할 듯하지만, 단막극단 특유의 재치있고 유쾌한 연출방식으로 이 무거운 주제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일단 4월 2일부터 5월 2일까지 공연될 "2004 아닐 부 단막 페스티벌"의 단막극인 "정류장"과 "끝없는 아리아", "백색의 사랑"을 살펴보자. 함형식이 연출한 "정류장"은 간이 버스정류장에서 펼쳐지는 '도움의 요청'과 이에 대한 '무시'와 '공포'를, 김영록이 연출한 "끝없는 아리아"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관계와 각기 다른 삶의 양상을 우화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박정석 연출의 "백색의 사랑"은 '쾌락의 나라' 공주가 사랑을 찾아다니는 여정을 통해 '주고받음'의 의미로써의 인간관계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2004 아닐 부 단막 페스티벌"은 '부조리'를 다루면서도 이를 액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관객들에게 보다 쉽고 흥미진진한 어조로 풀어주고 있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어 5월 5일부터 6월 6일까지 펼쳐질 김국희 연출의 "옛시절", 이자순 연출의 "호접몽", 하일호 연출의 "대머리 여가수" 등도 같은 주제에서 파생된 여러 갈래의 새롭고 독창적인 양상을 보여줄 예정이다.
"부조리는 농담이다. 부조리는 코미디다. 그래서 부조리는 재미있다"라는, 마치 스크린에서 홍상수가 끊임없이 펼쳐보이고 있는 세계를 표방하고 있는 "2004 아닐 부 단막 페스티벌"은 다소 당혹스런 저급센스 개그 일색의 현대 한국 연극계에 실망한 많은 관객들에게, 보다 날카롭게 날이 선 유머,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있는 웃음, 그리고 '웃음'의 근원에는 '고통'이 자리잡고 잇다는 희극의 기본원칙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연극으로서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다.
(장소: 대학로 단막극장, 일시: 2004.04.0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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