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인줄 알았건만···
핵폭탄인줄 알았건만···
  • 이준기
  • 승인 2006.11.11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범부터 흔들리는 고건신당 애태우는 사연

행정가 생활 30년···정치인 변신 가능할까
여당? 야당?···불분명한 이념적 스펙트럼
의원 몇 명이나 모이나···‘쉽게 나서지 못할 듯’
지지도 하락, 승부수 띄울 새로운 정책 ‘시급’


▲ 고건 전 국무총리.
여권내 핵폭풍을 몰고 올 줄 알았던 고건 전 총리의 국민통합신당 창당이 여기저기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당창당은 고 전 총리 자신의 본격적인 대선행보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범여권의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범여권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줄곧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렸던 그에게 너무나도 냉혹한 현실이나 다름없는 것. 고 전 총리는 “국민통합신당 창당은 국민의 요구이고, 시대적 요청”이라며 “중도 실용 노선을 동의한다면 정파와 지역을 넘어 누구와도 손을 잡을 것이며 문은 활짝 열려있다”고 했다.


물론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한나라당 개혁성향 인사들을 모두 포괄하는 신당을 만들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기존 정당의 통합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세력이 집결될 지는 미지수다.



모호한 고건 식 발걸음
고건 전 총리의 행보는 모호하다 못해 묘연하다. 여당인지, 야당인지에 대한 불분명한 자세도 그렇고 노무현 정부의 초대 총리로서 노 정권을 승계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입장도 애매하다. 그가 신당을 창당해 범여권세력을 통합한다고 했지만, 그가 밝힌 비전과 대안은 없었다. 국민들이 ‘고건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란 생각이 들만도 하다는 것.


오히려 매번 1위를 달리던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밀리자 급히 신당창당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있을법하다. 조순형 민주당 의원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고 전 총리는 기본적으로 정계개편 논의에 함께 할 수 있는 분이지만 여야에 대한 입장이 분명치 않다고 했다.


지난 8일 고 전 총리는 ‘탄력적 햇볕정책론’을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어느 정도 ‘반노 반DJ’의 행보를 보인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햇볕정책을 원하는 것인지, 반대하는 것인지 이 조차도 불분명한 상태로 언급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조 의원도 “탄력적 햇볕정책론을 주장한 것은 진일보한 자세지만 조금 더 기본적인 입장을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바 있다.


고 전 총리의 모호한 발걸음이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조심스런 비판에 이는 상황에서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기 위해선 자신의 입장을 한시바삐 정리해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보는 고건 ‘글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 전 총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통합과 구애의 대상이나 다름없다. 즉, 누가 주도권을 쥐고 갈 것인가를 놓고는 3각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은 지역적 기반과 이념적 토대를 부분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통합의 범위와 방향에서는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앞으로 진행될 정계개편의 우위에 서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로의 움직임에 대해 폄하하는 방식의 경쟁구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고 전 총리의 신당창당도 이같은 접근법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범여권에서 보는 시각은 차갑다 못해 무시하는 수준이다. 열린우리당내에선 고 전 총리의 신당창당 선언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지금은 서로 갈 길이 있으니 각자 놀아도 된다는 식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빠져 나가면 본인들만 이상해 질 것”이라며 고건 깃발아래 모이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즉, 당내에선 고 전 총리의 신당 창당의 파괴력이 큰 힘을 못 쓸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는 형국이란 것.


민주당은 고 전 총리의 신당 선언이 있자 정치권 전반에 미칠 파장을 저울질하며 다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중심당과 여당 이탈세력 등을 묶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당면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고 전 총리의 신당과의 경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고 전 총리 측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향후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내의 적지 않은 세력이 이미 오래전부터 고 전 총리 측과 긴밀하게 대화중이기 때문이다.



고건만의 행보, 성공? 실패?
그의 묘연한 행보와 여당의 시큰둥한 시선에도 고건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우선 그가 극복해야 할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그의 경험미숙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행정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과연 정치인으로의 변신이 가능할까라는 점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인이 만들어놓은 틀에서 움직이는 행정과 직접 정치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아마 한계가 있지 않을 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의 짧은 정치 연륜을 채우기 위해선 범여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야 한다는 것밖에는 대안이 없다. 그러나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이념적 스펙트럼(비노부터 개혁적 보수까지)에 해당하는 의원들이 각 당에서 쉽게 나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파다하다.


지난 2일 고 전 총리는 “현역 의원 중 몇 명이 동참하겠냐”란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을 만나 의견 교환을 했다. 대부분 신당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신당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지, 고 전 총리의 신당에 공감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여당 내에서 일고 있는 싸늘한 분위기와 맞물려 (고건 신당에) 공감하고 있는 의원들도 구체적인 행동을 꺼리고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결국 고 전 총리는 내세울 것이 그나마 3위를 유지하고 있는 ‘대중적 이미지’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즉, 그는 대중적 이미지에 맞는 자신만의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고건호의 순항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