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여러 문건이나 상황 자체가 이 전 대통령을 입건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

한편으로는 이 전 대통령의 직접수사가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런 상황 때문인지,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친이계의 저항이 일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맹폭을 가하고 있다.
◆이명박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의심이 들기 시작”
이명박 전 대통령은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 공항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며 “한 국가를 건설하고 번영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쉽지 않다. 그러나 파괴하고 쇠퇴시키는 것은 쉽다”고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오히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고 생각해 많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온 세계가 칭송하듯 짧은 시간 내에 발전한 나라다. 민주주의를 이루고 경제 번영도 이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짧은 시간의 발전 동안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이 부정적인 측면보다 훨씬 크다는 걸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정적인 것을 고치기 위해 긍정적인 측면을 파괴해선 안 된다”며 “부정적인 측면을 개혁해나가고 긍정적인 측면은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명박 전 대통령 스스로가 수사관련 의혹에 대한 부인은 물론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을하고 나서자, 친이계들도 강력히 옹호에 나섰다.
이날 인천공항에 동행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잘못된 게 있으면 메스로 환부를, 종양을 도려내면 되는 거지 전체를, 손발을 자르겠다고 도끼를 들고 하겠다는 건 국가 안보 전체에 위태로움을 가져오는 일이라는 말씀”이라고 규정했다.
이 전 수석은 또 “댓글 작업은 북한의 심리전이 날로 강화되는 주요 전장에서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문제를 삼는 것은 곤란하다”며 “세상에 어떤 정부가 그런 댓글을 달라고 지시하나.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시시콜콜 보고 받고 지시한 적 없다”고 이 전 대통령의 사이버사 댓글공작 지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동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의 출국금지를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외국 정부에서 정식으로 초청을 받아 한국의 성장비결을 한마디 가르쳐 달라고 나가는 건데 뭐 ‘출국금지를 시켜라’, 저기 시위하는 분들도 있지만 참 안타깝다”며 “대한민국의 국격과 품격을 지키자”라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다스가 누구 것인지 아느냐’ ‘BBK는’이라는 질문에는 “그런 구체적인 건 검찰에서 할 얘기”라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과 관련해 “상식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말라”고 신경질적인 방응을 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입을 열자 친이계도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반증이기도하고 하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을 잡아간다고 하면 그건 불공정 특권을 행사하는 게 증거로 드러나는 건데 그러면 가만히 있겠나”라며 “없는 죄로 잡아가는 게 권력에 의한 불공정인데 지금 문재인 정부가 불공정 특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대표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자백은 ‘연말연시가 돼서 대북 심리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서 인원을 더 늘려야겠다’ 이렇게 대통령에게 말하면 ‘그래. 주무장관이 알아서 해라’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알아서 하라고 하면 주무장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돈을 얼마를 먹었다, 이권에 개입했다 이런 부패 혐의가 아니고 대통령의 일상 직무상에 있어서 사이버사령부나 국가정보원에 업무를 지시했냐, 보고를 받았냐 이런 게 문제 아닌가”라며 “그러면 그 내용이 대통령이 지시하고 보고받은 내용이냐 아니냐 하는 걸 따져봐야 되지 그걸 그냥 이명박 정부 하의 사이버사령부나 국정원이니까 무조건 대통령이 책임지고 구속돼야 한다. 이런 식으로 몰고 가는 건 그야말로 불공정 특권”이라고 항변했다.
이 대표는 또 “이게 무슨 동네 잡범도 아니고 한 나라의 대통령했던 사람이 산하기관에서 한 일에 대해 나가서 결백을 밝히는 건 그 자체가 넌센스”라며 “그것이 살아있는 권력이든 죽어있는 권력이든 정의에 반하는 행위를 보면 거기에 저항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입을 열자 더불어민주당은 똘똘 뭉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맹공을 퍼부으며 소환조사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온 국민의 염원인 적폐청산을 정치보복, 감정풀이 등으로 표현하며 공개 비난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군 정보기관이 불공정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런 적폐청산은 계획이 아닌 감정풀이 정치보복’이라고 말한 사실을 들어 그러나 군이나 군 정보기관을 사조직이나 권력의 하수인, 흥신소 취급한 장본인이 할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추 대표는 “권력형 범죄를 영원히 묻어 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대단한 착각이고 오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둔다”면서 “이 전 대통령 측이 혐의가 드러나자 다급한 나머지, 정치보복 프레임을 걸어보지만, 범죄에 대한 응징과 처벌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 지고 있다”고 정리했다.
추 대표는 “국민들은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을 둘러싼 소위 사자방 비리의 진상규명을 적폐청산 작업의 핵심과제로 보고 있다”며 “전임 정권의 불법 선거개입으로 출범한 박근혜 정권의 취약성이 바로 국정농단과 헌정유린의 온상이었다면, 이를 조장하고 주도했던 이명박 정권은 말 그대로 적폐의 원조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대변인들도 앞 다퉈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들으면서 이것이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냈다는 분의 해명인가, 감정적 대응 아닌가, 정치적 책임 회피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전직 대통령의 이런 식의 태도는 국론을 분열시킬 뿐만 아니라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외교·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세계 경제 호황 속에서 대한민국 경제가 기회를 잡아야할 시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현 대변인은 “집권기간 동안 정보수사기관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 하여 불법을 자행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께 사과하기는커녕 온갖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집권기간 동안 불법을 기획하도록 지시하고 탈법을 자행하도록 사주한 전직 대통령으로서 일말의 양심도 없이 정치보복 운운 하며 불법행위를 합리화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현 대변인은 “집권기간 동안 참모나 부하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는 보기 민망할 뿐이다. 구차하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들이 국민을 상대로 협박하는 정치는 더욱 분노를 자아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완주 수석대변인도 “이 전 대통령의 발언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의 시계는 여전히 자신의 재임기간에 멈춰 있을 뿐만 아니라, 인식의 오류 또한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해괴한 논리로 국민선동을 시도하는 모습은 이 전 대통령 스스로가 여론조작과 국론분열의 프레임에 갇혀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전직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의식은커녕, 자기 한 몸 챙기기에만 급급한 ‘비겁한 모습’만 남아 있을 뿐”이라며 “이처럼 헌정질서 파괴의 실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까지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이 권력형 범죄라는 점이고, 그 시작과 끝에는 ‘적폐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MB정권이 서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더 이상 구차하고 비겁한 변명을 그만 두고, 귀국 후 자진 수사를 요청함으로써, 국기문란과 헌정질서 유린에 대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다해 줄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과 관련해 속속들이 범죄사실이 밝혀지고, 김관진 전 국방장관의 구속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턱 밑에 와 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이 출국을 앞두고 마지못해 항변에 나선 것으로 보이나,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단지 정치보복이라는 반격일 뿐 혐의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연히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 진영이 거친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결국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는 임박해 보인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러 문건이나 상황 자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충분히 입건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고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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