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의 거친 입담은 현직의원 5명의 특활비 상납 의혹에 대한 반발로 보여

더불어민주당은 몸통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를 촉구했고, 자유한국당은 “망나니 칼춤을 멈추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국민들이 용서할 때까지 석고대죄하며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수사...전 원장 3명 구속영장 청구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오전 10시 30분 남재준 전 국정원장, 오후 2시 이병호 전 국정원장 영장심사를 진행한다. 또 오후 3시에는 이병기 전 국정원장 영장심사도 이어진다.
이들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 청와대에 국가 예산인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미 구속수사 중인 원세훈 전 원장을 포함하면 4명의 전직 국정원장이 구속수사를 받는 상황이 됐다.
기존 5,000만원이던 상납금은 이병기 전 원장 재직 때는 1억 원으로 늘어났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부터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까지 넘어간 특수활동비는 4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검찰은 전 원장 3인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국고 등 손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해당 자금이 은밀하게 관리된 비자금이라고 판단해 돈의 사용처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상납 과정에서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을 상대로 수사를 했으며, 이들과 3인의 국정원장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특수활동비가 국정원에서 청와대로 전달됐다는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검찰의 수사가 구체화되자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는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돋보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5일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 “오늘 전임 국정원장 3명 모두 구속영장이 청구된다고 한다”며 “저들이 집권할 때 국가정보원 개혁한다고 안기부를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바꾸고 난 뒤에 우리가 집권할 때는 국가정보원을 조직이나 이름이나 건드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그대로 승계해서 운영했는데 이제 와서 저들이 국가정보원 이름을 또 바꾼다고 한다”며 “국가정보원이 완장부대들 주장에 의하면 이제 ‘범죄정보원’이 되었고 ‘국내정보원’이 되었다. ‘범죄정보원’과 ‘국내정보원’을 유지하는데 무슨 수조원의 국민세금이 필요한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국정원을 해체하고 통일부에 대북협력국을 새로 만들어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자기들 주장대로 한다면 그것이 맞다”면서 “국가정보원의 기능이라는 것은 대북감시통제를 하는 가장 최첨단, 최전선에 있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을 과거 좌파정부 10년 동안 대북협력국으로 운영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홍 대표는 “다시 우파정부 10년 동안 그 기관을 대북감시통제기구로 바꿔 놨다. 이제 또 다시 대북감시통제기구인 국가정보원을 지금 대북협력국으로 바꾸는 과정에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국가정보원이라는 것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미국 CIA나 FBI는 정권이 바뀌어도 인적구성이나 조직이 전혀 바뀌지 않는다”며 “그 기관들은 나라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4년짜리 정부가 그 기관에 손을 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문율로 되어 있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5년짜리도 안 되는 정권이 나라의 연속성을 망치고 이제 모든 것을 완장부대가 인민재판하듯 상황을 몰고 가고 있다”며 “선거로 탄생한 정부가 나라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보복과 그리고 코드인사로 나라전체를 혁명군처럼 지배하는 것은 지난 월요일에 이야기 했던 대로 망나니 칼춤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는 “이제 망나니 칼춤을 멈추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할 때”라며 “이제는 많이 먹었으면 그만하는 것이 맞다”고 비꼬았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을 두둔하면서 홍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장제원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안보의 최전방에 있는 국가정보원을 무장해제하고 침몰시키고 있다”면서 “국가정보원을 침몰시키면 어느 집단이 가장 좋아하겠나? 설상가상으로 북한 김정은에 맞서 당당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였던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포승줄에 묶여 검찰에 불려가는 상황을 우리 국민들은 바라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대변인은 “4년 남짓 남은 5년짜리 정부가 정치보복에 혈안이 되어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미국이나 선거로 선출 된 그 어떤 정부에서도 국가 정보기관만큼은 흔들거나 짓밟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이제 국가 수호의 마지막 보류였던 국정원이 외부에서 들어 온 혁명군의 군홧발에 짓밟히듯 진압당해 질식사할 위기에 놓여 있다”며 “깃발만 나부끼는 식물 국정원, 범죄정보원, 동네 정보원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장 대변인은 “선거로 탄생한 정부가 나라의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민재판식 여론몰이와 혁명사령부처럼 무소불위의 권력만 휘두르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에 엄중하게 경고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지금이라도 정치보복을 중단하고 국정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라”고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극렬한 반발에 비해 다른 정당은 차분히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은 “적폐의 뿌리요, 총본산 격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금 당장 소환해서 적극수사 해야 한다. 그것이 적폐청산의 완결”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원장 4명이 검찰수사와 법원에 재판을 받게 된다”면서 “국가정보기관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두 정권에서 국방의 사령탑을 맡았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이미 구속되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군과 정보기관을 마치 심부름센터 부리듯 하더니 정작 김정일 사망소식은 북한이 발표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며 “또한 국정원을 동원해서 대기업의 돈을 뜯어내 보수단체를 지원하게 했다. 마치 깡패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 받아 국고를 탕진했다”며 “두 정권에서 국가 최고정보기관은 본연의 임무는 상실한 채 권력의 손아귀에서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꼬집었다.
김 원내대표는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은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듯 오히려 큰소리치며 적폐청산에 저항하고 있다”며 “이들이 지금 할 일은 정치보복 운운하며 보수 세력 결집을 선동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용서할 때까지 석고대죄하며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은 이런 천인공노할 범죄의혹들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법정최고형으로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적폐의 뿌리요, 총본산 격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금 당장 소환해서 적극수사 해야 한다. 그것이 적폐청산의 완결”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이 부패한 권력의 하수인에서 국가와 국민에 충성하는 정보기관으로 재탄생하는 소중한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15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국정원의 명칭 변경까지 포함한 전 방위적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만시지탄이지만, 국정원이 부패한 권력의 하수인에서 국가와 국민에 충성하는 정보기관으로 재탄생하는 소중한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사법처리를 눈앞에 둔 원세훈,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원장 9년 시대 국정원에 남긴 유산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작과 사찰, 공포와 위협이었다”며 “국민과 국가를 수호하는 기관 본연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과거와 기필코 절연하겠다는 굳은 결의와 각오를 국정원 구성원 모두가 다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15일 브리핑에서 “댓글공작·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등 '사이버사 불법 정치관여' 혐의와 관련해 이미 MB청와대 측근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으며,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수사 범위를 좁히고 있다”고 밝혔다.
추 대변인은 “박근혜에 이어 이명박까지, 검찰의 칼끝이 전직 대통령을 향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라면서 “그러나 다시는 이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모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아울러 이에 상응하는 반성이 있어야 미래로 갈 수 있음은 역사적으로도 자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추 대변인은 “이 와중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보복으로 몰아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사죄하기 바란다. 역사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정원에 대한 수사가 박근혜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로까지 이어지자 이 전 대통령은 강력히 반발하고, 자유한국당 역시 이 전 대통령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홍준표 대표의 거친 입담은 현직의원 5명에게도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이 이루어졌다는 의혹에 대한 강한 반발로 보인다.
하지만 비위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관계자의 진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만이 유독 국정원 수사를 비난하는 것은 수사와 관련한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일 뿐이다. 자유한국당의 국정원 수사비판은 여러모로 부자유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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